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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포기는 없다

20년 만에 가수 꿈 이룬 주부 태윤’s 맘

글ㆍ김유림 기자 / 사진ㆍ조영철 기자

2006. 03. 15

결혼 후 아이 둘을 낳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김숙자씨. 그가 20년 만에 가수의 꿈을 이뤄 화제다. 그를 만나 태윤’s 맘이라는 예명으로앨범을 내기까지의 과정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었다.

서른여덟의 나이에 가수의 꿈을 이룬 주부가 있어 화제다. ‘충북 제천이 낳은 가수왕’ 김숙자씨가 그 주인공. 최근 ‘태윤’s 맘’이란 예명으로 1집 앨범 ‘유혹’을 발매한 김씨는 두 남매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이지만 결혼 전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한 바 있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재학 중 4인조 록그룹 ‘슈퍼사운드’의 보컬과 건반주자로 활동했고, 졸업 후에도 클럽 등지를 돌며 노래와 연주를 하는 다운타운 밴드 멤버로 활동한 것.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반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물여섯에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음악만 알고 살았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듯 결혼을 하니 남편과 아이들이 제1순위가 되더라고요. 늦은 나이지만 이제라도 꿈을 이뤄 기쁘고 행복해요.”

6개월 동안 매일 서울과 제천 오가며 노래연습해
20년 만에 가수 꿈 이룬 주부 태윤’s 맘
20년 만에 가수 꿈 이룬 주부 태윤’s 맘

고향 충북 제천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그는 지난 2004년 KBS ‘도전 주부가요스타’에 출전해 가창상을 받았고, 같은 해 ‘전국노래자랑’ 제천 편에 출연해 우수상을 받았다. 그 밖에도 여러 지역 노래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이름을 알린 그는 우연한 기회에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
“지난해 제천시에서 주최한 ‘박달가요제’에 출전한 적이 있어요. 많은 사람이 당연히 제가 입상할 거라 생각하고 꽃다발과 플래카드를 준비해왔는데, 안타깝게도 아무 상도 타지 못했죠. 너무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 한동안 힘들어했는데 친하게 지내는 무명가수 한분이 ‘대회만 나가지 말고 정식으로 음반을 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어요. 그 말에 용기를 내 무작정 음반사를 찾아갔죠.”
그는 작곡가 겸 음반사 대표 이승대씨를 찾아갔지만 처음부터 가수가 될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인생에 기념이 될 만한 음반 하나를 갖고 싶었다는 것. 그는 30분 동안 똑같은 노래를 10번 이상 부르면서 테스트를 받았는데 3일 뒤 음반사로부터 음반 출시는 물론 정식 가수로 데뷔해 활동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날부터 가족들 설득에 나섰다. 특히 남편의 반대가 심했는데 처음에는 ‘결혼한 여자가 무슨 가수냐’며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남편이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의 적극적인 애원에 결국 허락을 해주었다고 한다.
“아줌마의 깡”으로 혹독한 연습기간을 버틴 그는 기차로 왕복 8시간이 걸리는 서울과 제천을 오가며 노래지도를 받았다. 오후 2시에 서울행 기차를 타고 올라와 연습한 뒤 밤 11시30분에 막차를 타고 내려가면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고. 잠깐 눈을 붙이고 아침식사 준비 및 등교하는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또다시 서울로 올라갈 준비를 해야 했는데 현재 옷가게까지 운영하고 있는 그로서는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고 한다. 연습시간이 부족해 기차 안에서 실성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난간을 붙잡고 노래연습을 한 그는 “힘들고 고된 일정이었지만 노래 연습하는 시간만큼은 행복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마음속에 열정을 담고 사는 주부들에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가수로서의 유명세를 기대하기 앞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열정을 되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해요.”
며칠 전 라틴 솔 리듬의 타이틀 곡 ‘돌아 돌아 돌아’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앞으로 방송활동에 매진할 계획인 태윤’s 맘. 그의 용기 있는 선택에 박수와 격려를 함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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