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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한국 축구의 자존심

영국 프리미어리그 첫 골 터뜨린 박지성 현지 인터뷰

기획·김명희 기자 / 글·최보윤‘조선일보 맨체스터 특파원’ / 사진ㆍ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6. 03. 15

지난해 7월 세계 최고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박지성. 빠른 발과 날카로운 공격으로 ‘맨체스터의 신형 엔진’이라 불리며 경기마다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그가 지난 2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을 터뜨렸다. 궁금한 박지성의 맨체스터 현지 생활 & 축구 이야기.

영국 프리미어리그 첫 골 터뜨린 박지성 현지 인터뷰

맨체스터 구단으로부터 선물받은 자동차. 박지성은 매 경기 팀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아직 가시지 않은 여드름 자국. 때묻지 않은 10대의 얼굴을 지닌 청년은 스스로 ‘못생겼다’며 쑥스러워한다. ‘데이비드 베컴처럼 잘생겼더라면…’ 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다고. 하지만 그랬다면 지금 그의 삶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지난해 7월 세계 최고 축구 클럽인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 지난 2월5일 한국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골을 터뜨린 박지성(25)의 이야기다. 팬들은 입을 모은다. 그의 발놀림에 시선을 뺏기고, 그와 동료들의 하이파이브에 절로 가슴이 뛴다고.‘박지성 없이 무슨 재미로 일주일을 기다려?’라고 할 정도.
그렇다면 정작 본인은 어디서 즐거움을 찾을까? 물론 제 1순위는 축구다. 그 다음은 사랑하는 친구들. 하지만 영국과 한국은 비행기로도 10시간을 훌쩍 넘는 먼 거리. 맨체스터에서도 상류층이 밀집해 있는 윔슬로에서 에이전트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축구 국가대표팀 동갑내기인 정경호와 이틀에 한 번씩 통화를 하며 향수를 달랜다고 한다. 통화를 할 때마다 수화기가 뜨거워질 정도. 박지성은 조용한 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일단 마음을 연 친구와는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지루하지 않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소질이 있다는 뜻.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에 들어가면 바로 만나곤 해요. 예전에 경호와 함께 강남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았는데, 나름대로 모자 뒤집어쓰고 변장(?)한다고 신경 썼거든요. 극장 입구까지는 무사히 통과했는데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갑자기 한 팬이 ‘박지성이다!’라고 소리를 쳐서 당황한 적이 있어요. 경호와 둘이 ‘뛰어’라고 소리치고 그 길로 빠져나왔죠(웃음). 그래서인지 되도록이면 친구를 만날 때는 조용한 데를 찾는 편이에요.”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와 음악을 좋아한다는 박지성. 그는 혼자 있을 때는 주로 한국에서 공수해온 영화나 드라마 DVD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체력관리를 위해 술과 담배는 절제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는 건 안 하려고 해요. 그래서 담배도 안 피우죠. 바에서 간단하게 술을 마실 때도 있고, 노래방에 가기도 해요. 영화도 보고. 여기서도 MP3 내려받아 매일 노래를 듣고 있어요. 유행엔 뒤처지지 않으려고(웃음).”
축구는 무엇보다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자신의 집 근처에 박지성의 집을 구해줄 정도로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지성은 웨인 루니, 루드 반 니스텔루이,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등 팀 동료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 쉬는 날에는 이웃에 살고 있는 동료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함께 쇼핑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 아버지 박성종씨와 함께 아들을 찾은 어머니 장명자씨는 팀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할 계획이라고 한다. 장명자씨의 손맛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시절부터 유명했을 정도.

한국에서 공수해온 영화와 드라마 보며 향수 달래, 이상형은 청순가련형의 여자
박지성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주 영국으로 날아가 아들을 챙긴다. 그는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는 게 가장 좋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외국 생활에 적응해 부모님의 도움이 없어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혼자 있다 보면 음식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으니 신경이 많이 쓰이시나봐요. 그래서 함께 있으면 그거라도 도와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하세요. 물론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는 게 제일 좋죠. 하지만 여기 생활이 불편하실 수도 있어서 그게 걱정이에요.”
일부에서는 그가 토튼햄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표팀 선배 이영표처럼 결혼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게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박지성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첫 골 터뜨린 박지성 현지 인터뷰

국가대표팀의 믿음직한 주전 공격수 박지성. 그는 젊은이답게 유행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국 노래도 많이 듣고 드라마도 본다고.


“언젠간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일단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적응이 끝난 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그때부터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해요.”
박지성의 이상형은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을 가진 청순가련형의 여인. 그는 거기에 환한 웃음, 건강미까지 갖추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얼마 전 한 신인 여성 그룹 가수 중 한 명이 박지성과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고 꾸준히 연락한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그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정말 예기치 않은 일이었어요. 저는 연예인을 자주 만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그런 기사가 났는지 모르겠어요.”
월드컵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온 국민이 2002년의 4강 신화를 다시 한 번 재현해주기를 바라는 열망을 안고 있다. 박지성이 주전을 차지하는 것은 떼 놓은 당상이지만 그래도 아직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맨체스터에서 활약하느라 전지훈련 중인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
“저만 특별히 불리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고 아직도 팀을 구성하는 단계라 어수선하지만 저희는 젊기 때문에 또 다른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라운드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고 즐겁다는 박지성. 그가 올 여름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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