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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부부가 사는 법

홍혜걸·여에스더 부부의 ‘권태기 극복법 & 사랑 더해주는 스킨십’

“다른 이성에게 마음 뺏기는 배우자를 가만히 지켜봐주는 여유도 필요한 것 같아요”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6. 03. 09

결혼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신혼처럼 사는 홍혜걸·여에스더 부부. 이들 부부가 슬기롭게 권태기를 극복하고 남다른 부부애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홍혜걸·여에스더 부부의  ‘권태기 극복법 & 사랑 더해주는 스킨십’

인터뷰를 하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먼저 그 집안의 분위기가 어떤지 살피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따뜻함’이 묻어나는 가정과 그 반대의 경우로 나누고 만다. 의학전문기자 홍혜걸씨(41)와 가정의학과 전문의 여에스더씨(43)가 사는 집은 전자에 속했다.
서울대 의대 선·후배 사이인 이들 부부는 올해로 결혼 13년 차에 접어들었다. 부부가 모두 방송에 출연해 각종 건강정보를 제공, 유명인사 못지않게 주목받는 두 사람은 부부금실이 좋기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아내에게 특별히 잘해주는 것은 없어요. 저희는 ‘마음의 결’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 별 충돌 없이 부부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는 거고요. 전 아내의 외모보다 여성스러운 자태와 분위기에 끌려서 청혼을 했어요. 솔직히 미인은 아니거든요(웃음). 결혼 당시에는 지금보다 ‘덜’ 예뻤어요. 안 그래, 에스더?”
홍씨는 평소 ‘여보, 당신’ 대신 아내의 이름을 부른다. 두 살 연상인 아내는 남편을 ‘혜걸씨’라고 칭한다.
“저는 결혼하기 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요. 남편은 늘 한결같은 사람이죠. 저를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게 하거나 구속하려 들지 않아요.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하고요.”
결혼 전 맞선 한 번 보지 않았고, 연애다운 연애 한 번 하지 못해 친구들로부터 ‘골동품’ 취급을 당했다는 홍씨는 아내의 칭찬에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건 아내가 화낼 일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내는 늘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배려하는 사람이에요. 지난해 처제가 전격성 간염으로 생명이 위독했는데 아내가 간 기증을 하겠다고 나섰죠. 다행히 병세가 극적으로 호전돼 수술하지 않고 완쾌됐지만 동생을 위해 간을 기증하겠다는 아내의 마음씨가 존경스럽더라고요. 아내는 가족애와 형제애 등이 남다른 사람이라 제가 많이 배우면서 살아요.”
이렇게 부부싸움이나 권태기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 사이에도 ‘찬바람’이 파고든 적이 있었다고 한다.
홍혜걸·여에스더 부부의  ‘권태기 극복법 & 사랑 더해주는 스킨십’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배우자가 다른 이성에게 호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서로 믿음을 가지고 지혜롭게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홍혜걸·여에스더 부부.


“결혼 후 7~8년쯤 됐을 때였어요. 연년생 아들 형제를 키우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죠. 남편은 바빠서 아이들을 돌봐줄 형편이 안됐고요. 평소 저희는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는 편인데 어느 순간 대화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서로 마주 보면서 웃기는 하지만 ‘겉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당시 두 사람은 그런 현상이 권태기인 줄 몰랐다고 한다. 육아 스트레스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단조로움 정도로만 여겼다는 것.
“저희 부부는 ‘스킨십’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운전할 때 아내가 옆자리에 앉아 있으면 손을 꼭 잡거나 아내의 머리 등을 만져요. 아내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부부싸움을 한 것도 아니고 아내에게 섭섭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에게‘왜 요즘에는 쓰다듬어주지 않느냐’고 말한 적이 있죠. 그때가 권태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았어요. 특별히 부부사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홍씨는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 아닌 다른 남자에게 마음 이끌린 적 있어
한편 여에스더씨는 “그 무렵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남성적인 매력을 느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남편이 제게 지인을 소개시켜줘 셋이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외모나 성격 등이 남편과는 정반대인 분이었어요. 굉장히 매력적인 남성이었죠. 제 느낌을 숨기지 않고 남편에게 이야기했어요.”

홍혜걸·여에스더 부부의  ‘권태기 극복법 & 사랑 더해주는 스킨십’

스킨십으로 권태기를 극복한 이들 부부는 “사랑의 손길로 상대방을 어루만지는 것은 그 자체가 훌륭한 대화”라고 말한다.


“남편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고백할 수 있었다”는 그는 “남자든 여자든 결혼한 이후에도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이성에게 마음이 끌리는 현상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남자에게서 매력을 느낀다”는 아내의 고백이 기분 좋을 리 없지만 홍씨는 아내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딴죽’을 걸지 않았다고 한다.
“새장 문을 걸어잠그지 않고 살짝 열어놓았다고 할까요. 잠시 다른 남자에게 끌렸다는 것 자체가 아내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감정에 제동을 걸었다면 아마 역효과가 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뭐든지 하지 말라고 말리면 더 하고 싶은 게 본능이거든요. 그냥 가만히 놔두고 봤죠. 솔직히 질투심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죠. 저도 남자고 사람이니까요(웃음).”
홍씨는 “아내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상 다른 남자를 만나는 일은 당연한 건데 그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사회생활하는 아내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남자들이 많은데 그건 잘못됐다고 봐요. 부부간에 배우자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내는 그런 남편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처음에는 그분에게 ‘연정’을 품었던 것도 같은데(웃음)…. 남편의 배려 덕분에 아름다운 만남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어요. 저와 남편, 그분은 친구처럼 지내게 됐고 그분의 아내까지 함께 만나게 됐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솔직한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에게 끌린 적이 있었지요. 누구나 살면서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 감정의 변화는 찾아오게 돼 있어요.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죠. 그것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인간에게 찾아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니까요. 저는 아내와는 달리 그런 감정의 변화를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봄날 아지랑이처럼 순간 스쳐지나가는 그런 감정이라 말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여씨는 “그 또한 나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남편이 그런 얘기를 해도 받아줄 것이라고 믿었던 거고, 남편은 제가 조금이라도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봐 이야기하지 않았던 거죠. 그런 세심한 마음씀씀이가 늘 저를 감동시키곤 해요. 일 때문에 예쁘고 젊고 능력 있는 여성들과 만나기도 하는데 질투하거나 속상해하지 않아요. 오히려 남편이 그런 분들을 만나서 고갈된 삶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여성을 만나 밥 먹고 차 마시는 것 까지는 인정해요. 그 이상은 안 되겠지만요(웃음).”

부부에게 있어 또 다른 ‘대화’는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는 것
홍혜걸씨는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횟수가 늘어나자 ‘권태기의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몸을 어루만지는 거, 그거 마음이 허락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 행위가 부부 사이를 이어주는 밧줄 같은 역할을 해요.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어서 좋고요. ‘사랑해’라고 말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이 듬뿍 담긴 손길로 상대방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것도 훌륭한 ‘대화’라고 생각해요.”
이들에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부부 같다”고 말하자 여에스더씨가 손사래를 친다.
“어~휴. 제 남편, 단점도 있지요. 게으르고 술 좋아하거든요. 집에 오면 아무 데나 옷을 벗어 놓곤 해요. 잔소리를 해도 고쳐지지 않아요. 어디 그뿐인가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비디오를 찍어달라고 하면 ‘고장났다’고 하기 일쑤였어요. 서비스센터에 가져갔더니 ‘멀쩡하다’고 하더라고요. 작동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기계치’였던 거죠(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이들의 집에서 따스한 기운이 넘쳐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배우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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