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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두식 교수의 어린이 미술교실

“평면보다 입체적인 그림이 훌륭하다는 편견 버리세요”

구술정리·장옥경‘자유기고가’

2006. 03. 09

“평면보다 입체적인 그림이 훌륭하다는 편견 버리세요”

아이들의 그림은 대체로 평면적이다. 집을 사각형으로 그리거나 공을 동그라미로 묘사하는 식이다. 그런데 일부 아이들은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집의 각 면을 투시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둥까지도 그려 실제의 집처럼 표현해낸다.
아이가 어린 나이에 일찍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면 부모는 ‘아이가 미술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입체적으로 그리는 아이가 평면적으로 그리는 아이보다 우수하다는 근거는 없다. 감탄할 만하지만 그것이 그림의 우열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19세기까지 미술은 사물을 실제와 똑같이 묘사하는 것이 주류였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며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똑같이 그리는 것의 중요성은 반감됐고 대신 감성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야수파의 대표적인 화가 마티스는 ‘춤’이라는 작품에서 빨간색으로 표현된 남녀가 서로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듯 원을 그리며 춤추는 모습을 강렬하게 그리고 있는데 평면적이지만 정열적인 색채로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아이가 3D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일찍 입체적인 시각에 빠져들면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이 제한돼 자칫 표피만 그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표현력이 풍부한 그림을 마음껏 펼쳐내게 해야 한다.
“평면보다 입체적인 그림이 훌륭하다는 편견 버리세요”

평면적이지만 강렬한 색채로 예술적 감흥 불러일으키는 마티스의 ‘춤’.


또 ‘우리 동네를 그리라’고 하면 수퍼마켓 간판만 그리거나 동네입구만 그리는 등 사물의 일부만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다. 어른들은 이런 그림을 미완성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표적인 상징물 하나로 전체를 연상하는 아이들의 시각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술의전당에서 미술영재를 선발할 때도 도화지에 일부분만 그리고 나머지는 메우지 않은 그림을 보고 조교들이 “덜 그린 것 아닌가”라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벌써 그는 어른의 안목으로 그림을 본 것이 된다. 전체를 다 메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 부분을 아주 창의적으로 그렸다면 그 그림은 이미 훌륭한 작품이다.
이두식 교수는요
“평면보다 입체적인 그림이 훌륭하다는 편견 버리세요”
홍익대 미대 학장. 1947년 경북 영주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화가를 꿈꾸는 아들 손을 잡고 해마다 기차로 8시간 거리인 서울로 국전을 보러 올 만큼 열정적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정성 덕분에 그는 과외 한 번 받지 않고 서울예고에 합격했고 홍익대 등을 거치면서 추상미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2002년 이탈리아 로마 플라미니오 지하철역에 아시아 화가로는 처음으로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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