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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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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정보회사 대표로 변신한 중견 탤런트 김영란

“저 역시 이혼과 재혼 겪었기에 이혼의 아픔 겪은 분들의 행복한 출발 돕고 싶어요”

글·김명희 기자 / 사진ㆍ조영철 기자

2006. 03. 08

중견 탤런트 김영란이 최근 재혼정보회사 대표로 취임했다. 자신이 이혼의 아픔을 딛고 재혼을 했기에 누구보다 당사자들의 마음을 잘 안다는 그가 이혼도, 재혼도 더 이상 숨길 일이 아니라며 자신의 이혼과 재혼 과정을 당당하게 털어놓았다.

재혼정보회사 대표로 변신한 중견 탤런트 김영란

자신의 이혼, 재혼 과정을 당당히 밝힌 김영란(왼쪽). 회사 직원들과 함께.


단아한 이미지를 지닌 중견 탤런트 김영란(50)이 최근 재혼전문 정보회사 ‘행복출발’ CEO로 취임했다. 지난 2월 초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김영란은 책상 앞에서 각종 결재 서류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서류를 자세히 들여다보느라 대본 연습 때도 쓰지 않던 안경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탤런트와 재혼정보회사의 CEO라는 직함이 언뜻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처음 CEO 자리를 제의받았을 때 그 점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나 자신도 이혼과 재혼을 경험한 만큼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행복하고 당당한 재혼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혼처럼 가슴 아픈 일이 없어요. 남들이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여길까봐 힘들기도 하고요. 또 외롭고 힘들어서 재혼하고 싶어도 선택의 폭이 너무 좁잖아요. 그런 분들께 폭넓은 정보를 제공해서 행복한 출발을 돕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영란은 “아픈 것과 사람 찾는 일은 소문을 많이 내야 한다. 재혼 역시 ‘쉬쉬’ 할 일이 아닌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도 털어놓았다. KBS에 흡수된 TBC 탤런트로 1977년 데뷔한 그는 한창 잘나가던 80년대 초 결혼을 했고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딸 하나를 두었지만 성격 차이로 이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 당시는 철이 없어서 결혼도 이혼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없었더라면 이혼을 하고 나서도 홀가분할 수 있었겠지만 저는 아이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내 선택 때문에 아이가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통스럽죠. 그래서 저는 아이가 있는 경우 웬만하면 이혼을 말리고 싶어요.”
힘들게 이혼을 한 김영란은 17년 전 선배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재혼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16) 하나를 더 둔 그는 전 남편과도 자녀 양육 문제로 자주 만나 친구처럼 지낸다고.
“이혼했다고 원수처럼 지낼 수는 없잖아요. 특히 둘 사이에 자녀가 있으면 자주 만나 의논을 하게 되죠.”

이혼 후 아이 문제로 심한 마음고생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전 남편과의 관계가 지금처럼 ‘쿨’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딸아이를 전 남편이 키웠는데 제가 재혼을 하니까 아이를 못 만나게 하더라고요. 법으로 해결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그 당시에는 여자 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해서 법에 호소할 수가 없었어요. 할 수 없이 눈물로 호소해서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됐죠. 아이를 두고 이혼을 하게 되면 자녀 양육에 관한 문제는 확실히 해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또 이혼 뒤 상대 배우자와 아이를 못 만나게 하거나 무책임하게 외면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도 바뀌어야 하고요.”

재혼정보회사 대표로 변신한 중견 탤런트 김영란

올해 스물두살로 어엿한 숙녀가 된 그의 딸은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주위에서는 연예계 데뷔를 권할 정도로 미인이지만 본인은 공부에 욕심을 내고 있다고. 그는 방학마다 한국에 들르는 딸을 위해 음식이며 보약을 챙겨주는 것이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엄마를 닮아 미인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대요(웃음).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그쪽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해요. 일찍 철이 들어서 그런지 부모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편이에요. 사실은 이번 CEO 자리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딸의 응원이 큰 힘이 됐어요. ‘좋은 일인데 뭘 망설이냐’면서 사생활이 노출돼도 상관없으니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재혼에 성공하는 노하우에 관해서도 들려주었다. 그는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남은 쉽게 하고 결혼은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주변의 이혼한 사람들을 보면 반대로, 외로움을 참다못해 막다른 골목에서 엉뚱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오히려 다시 실패할 확률이 높죠.”
김영란은 또 “결혼에 실패한 사람일수록 처음 배우자와 정반대의 조건을 가진 사람을 재혼 상대자로 찾기 마련인데 그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혼을 하고 나면 상대편 탓만 하게 되는데 그보다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조건을 최우선으로 내세울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감정이 통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것이 좋고요. 또 일단 재혼을 하고 나면 이를 악물고 초혼 때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해요.”

재혼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조건이 아닌 자연스럽게 끌리는 감정
재혼정보회사 대표로 변신한 중견 탤런트 김영란

어렵게 재혼을 결정한 경우에도 여전히 자녀 문제는 숙제로 남는다. 그는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과 재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약 아이들이 재혼을 반대하면 연애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재혼한 부모에게 꼭 ‘엄마’ ‘아빠’라고 부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 입장에서 친엄마, 친아빠가 아닌 사람을 그렇게 부르려면 얼마나 큰 스트레스겠어요? 무리하게 강요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지내는 게 낫죠.”
김영란은 요즘 경영뿐 아니라 결혼과 부부관계, 남녀관계 등에 관해 폭넓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구나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으면 메모해두었다가 틈틈이 다시 본다고.
“개인적인 경험만으로 회사를 꾸릴 수 없잖아요. 다행히 지난해 서강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한 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부하직원을 대하는 노하우나 시대 인식 등에 관해 경험 있는 분들의 강의를 많이 들었거든요.”
“젊은 시절 새침하고 급한 걸로 한 성격(?)했다”는 김영란은 “연기에 경륜이 쌓이고 또 회사 경영을 맡으면서 많이 느긋해졌다”고 한다. 요즘 SBS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에 출연 중인 그는 촬영장에서도 후배들이 격의 없이 대하는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젊은 시절 주연만 할 때는 다 제가 잘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까 그게 다 주변 분들의 도움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정혜선·김혜자·김용림 선배와 작품을 많이 했는데 그분들이 많이 가르쳐주셨거든요. 어른 노릇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그분들이 행동으로 가르쳐주셨던 걸 저도 후배들에게 베풀어야죠.”
새로운 도전을 좋아한다는 김영란. “‘CEO 김영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연기자 김영란’이 더 중요하다. 경영도 궁극적으로는 더 사랑받고 신뢰받는 연기자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그간 살아온 세월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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