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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Valentine's day special

사랑의 음식, 초콜릿

글·구가인

2006. 02. 14

사랑의 음식, 초콜릿

초콜릿은 여성들의 웃음 속에서, 그녀들의 입 안에서 녹아내리며 달콤한 맛의 입맞춤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앙텔름 브리야 사바랭, 1826”
초콜릿은 사랑의 음식이다. 달콤하지만 쓴 맛의 모순은 ‘사랑해서 괴롭다’는 사랑의 역설을 떠올리게 하고, ‘초코홀릭’처럼 한 번 맛들이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중독되기 쉬운 사랑과 닮았다.
16세기부터 초콜릿을 기호식품으로 애용했던 서양인들에게 초콜릿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초콜릿의 역사를 집대성 한 책 ‘신들의 열매 초콜릿’(소피D.코&마이클D.코 지음)에 따르면, 초콜릿에는 중앙아메리카와 유럽의 문화사가 투영돼 있다. 이 책은 기원전 1500년 경 멕시코 남부에서 탄생한 초콜릿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정복하면서 처음으로 유럽인들에게 소개되고, 이후 유럽 최고의 인기 음료로 부상하다가 미국인 허시에 의해 딱딱한 초콜릿으로 대중화되는 긴 역사의 과정을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세히 소개한다.
초콜릿과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 가운데 하나는 중세 유럽 성직자들이 ‘단식 중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놓고 250년이나 논쟁했다는 사실. 이 논쟁의 일면에는 ‘음란한 욕망을 없애기 위해 벌이는 단식 기간에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초콜릿을 마신다는 것은 반종교적’이라는 주장이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실제로 초콜릿은 정력에 좋은 음료로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스페인에서는 최음제로 쓰이기도 했다. 새디즘으로 유명한 사드는 ‘초콜릿으로 여자들을 홀렸다’는 이유로 투옥 됐으며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여성을 끌어당길 음식으로 초콜릿을 꼽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초콜릿은 종종 성적 욕망과 연결지어 문학적 소재로 쓰인다. 대표적으로 줄리엣 비노쉬가 등장한 영화 ‘초콜릿’이나 멕시코 영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등을 보면 초콜릿이 억눌려 있던 성적 쾌락을 해방시켜주는 상징적인 코드로 사용되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초콜릿은 특히 여성에게 사랑받는 식품이다. 1590년 예수회 수사 호세 데 아코스타가 “스페인 여자들은 이 검은 초콜릿 음료에 사족을 못쓴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여성들의 초콜릿 사랑은 역사가 깊다. 심지어 캐나다에서는 여성의 38%가 초콜릿과 섹스 중 초콜릿을 택할 것이라는 조사가 나온 적도 있다고 한다. 일부 여성들은 생리를 전후로 초코홀릭이 되기도 하는데 초콜릿에 있는 마그네슘을 비롯한 몇몇 성분들이 생리로 인한 긴장증세를 덜어준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초콜릿은 날씬해지고 싶은 여성들에겐 적이다. 지방이 많은 고 칼로리 식품이기 때문. 100g의 초콜릿은 520kcal의 열량을 내며, 식용유 세 숟가락의 지방질을 함유하고 있다. 다만 초콜릿에 함유된 카카오 버터의 체내 흡수율은 70% 미만으로 다른 지방 식품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초콜릿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속설은 사실과 다르다. 영양학자들에 따르면 초콜릿은 자양강장제의 효과를 가진 음식이며, 특히 식사 전후 소량의 초콜릿 섭취는 소화를 돕는다고 한다. 게다가 초콜릿은 항산화제가 와인보다 5배나 많이 들어있어 노화를 막는 효과까지 있다. 단 이때 초콜릿은 카카오 함유량이 50% 이상인 다크 초콜릿이어야 하고 팜유, 코코넛유, 목화유 등이 들어있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한국에서 ‘값싼’ 다크 초콜릿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가까운 마켓에서 구입한 초콜릿의 카카오 성분 함유량은 대부분 2~40%로 50%를 넘기지 못한다. 때문에 -전문 초콜릿 매장을 찾지 않는 이상-일반인들에게 초콜릿 맛은 비슷비슷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점차 기호식품으로서 초콜릿의 인기는 상승하고 있다. 특히 발렌타인데이와 같은 기념일이 있는 달이면 판매량이 엄청나게 증가한다고 하니, 그 맛과 종류도 다양해지길 기대해 본다. 다양한 맛의 초콜릿을 통해 달콤한 사랑의 기쁨과 쓰디쓴 사랑의 아픔도 함께 떠올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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