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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반가운 얼굴

2년 만에 활동 재개하며 열애 사실 공개한 하리수

기획·김명희 기자 / 글·서정임‘자유기고가’ / 사진ㆍ지호영‘프리랜서’

2006. 02. 13

2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하며 가요계로 돌아온 트랜스젠더 가수 하리수. 최근 열애 사실을 당당히 공개한 그를 만나 일과 사랑에 대한 포부를 들어보았다.

2년 만에 활동 재개하며 열애 사실 공개한 하리수

하리수(31)가 돌아왔다. 지난해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가수, 연기자, 모델로 활약했던 그가 2년 만에 4집 앨범 ‘리액션·reaction’을 발표하며 국내 활동을 재개한 것.
“그동안 홍콩 영화 ‘도색’과 대만 드라마 ‘하이! 내 사랑’에 출연하고, 중국어로 음반을 발표하며 바쁘게 지냈어요.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다 보니 본업인 가수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올해는 무엇보다 가수로서 사랑받고 싶어요.”
하리수는 2년 만에 컴백하며 열애 사실을 밝혔다. 그가 네 살 연하의 평범한 직장인과 1년간 교제해왔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순식간에 1천7백여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그의 열애설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로 인해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예쁜 사랑 키워나가면 좋겠다며 축하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가득한 댓글도 많았어요. 그 친구는 오히려 제가 속상해할까봐 ‘괜찮다’ ‘상관없다’며 저를 안심시켰지만 그게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어요. 제가 봐도 화가 나는데….”
하리수는 남자친구 얘기를 하면서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듯했다. 사랑하는 사람 문제에 관해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하리수는 “남자친구와는 온라인에서 처음 알게 됐고 게임을 하면서 친해졌다”고 말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성실하고 착해요. 어딜 가고 뭘 하든 ‘지금 어디 있어요, 지금 들어가요’ 하며 제가 걱정하지 않도록 알아서 잘 배려해주죠.”
하리수는 남자친구의 매력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자 “너무 많아 일일이 꼽을 수 없다”면서도 “특히 자상하고 착한 점에 반했다”고 자랑했다.
“뭐든 제가 하자는 대로 해주는 편이에요. 재미있게 보고 있던 영화도 제가 재미없다고 하면 두말 하지 않고 일어나 나갈 정도죠. 여느 연인들하고 똑같이 데이트하고 있어요.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PC방에 나란히 앉아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같은 게임도 하죠.”
2년 만에 활동 재개하며 열애 사실 공개한 하리수

그는 남자친구가 연예인이 아니라 불편한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전혀”라며 한마디로 일축했다.
“연예인하고 사귄 적도 있었는데 그땐 둘 다 공인이다 보니 혹시 기사가 나지 않을까 늘 신경이 쓰였어요. 각자 소속사가 다르다 보니 거기서 생기는 제약도 있었고요. 지금이 훨씬 마음 편하고 좋아요. 압구정동 거리를 팔짱끼고 다녀도 별로 쳐다보는 사람도 없어요. 물론 기사가 나갔으니 이제부턴 신경 좀 써야겠죠(웃음).”

양가 부모 허락 받고 정식으로 교제, 결혼해서 예쁜 아이 입양하고픈 생각도 있어
활동을 재개하면서 바빠진 탓에 전처럼 자주 보지 못하지만 틈만 나면 전화로 사랑을 확인한다는 하리수.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에는 온라인 채팅을 통해 떨어져 있는 아쉬움을 달랬다고.
“교제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아직은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아 결혼할 여건이 안돼요. 전에 한번 그 친구가 ‘결혼하자’고 하기에 제가 ‘5년 기다릴 수 있냐’고 물었더니 ‘기다리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2년 만에 활동 재개하며 열애 사실 공개한 하리수

두 사람은 현재 양쪽 집에도 드나들면서 편하게 사귀고 있는 상태. 남자친구의 부모님도 자신을 아주 좋아해주신다며 환하게 웃는다.
“제가 성전환 수술을 했기 때문에 남자친구를 사귀는 데 제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물론 이번에 네티즌들 반응을 보고 저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요. 그래서 그 친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얼굴이나 실명 공개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결혼식 날을 잡고 나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모를까, 사회생활 하면서 괜히 저 때문에 피해를 보면 안 되잖아요.”
조심스럽게 연인을 걱정하는 하리수. 그는 때가 되면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해 예쁜 아이를 입양해서 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한다. 현재로선 일과 사랑,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고 그래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뿐이라고.
하리수는 어릴 적엔 조금만 속상해도 눈물부터 왈칵 쏟기 일쑤였지만, 열일곱 살 때 여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래 연예계에 데뷔할 때까지 10년 동안 워낙 많은 일들을 겪다 보니 이제 웬만한 일엔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강단이 생겼다고 한다. 때때로 아무도 없을 땐 혼자 울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선 전혀 슬픈 내색을 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처음에만 반짝하다가 금방 잊혀질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 편견을 잠재우기 위해 어느 프로그램에 나가든 최선을 다했죠. 때로는 오버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그렇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리수는 요즘 바쁜 스케줄로 인해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그를 위해 어머니는 아침마다 꿀과 우유를 넣은 알로에 주스를 준비해준다고.
“한때 다이어트 비디오를 찍으면서 허리 사이즈가 22인치까지 줄었어요. 너무 말라서 맞는 옷이 없을 정도였죠. 요즘은 먹고 싶은 음식 잘 먹고 잘 쉬는 게 체력관리라 생각하면서 맘 편히 지내고 있어요.”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찌개나 카레 등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하곤 한다.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니를 닮아 김치 정도는 기본으로 담글 줄 안다”며 자랑하는 그에게 그 좋은 요리 실력을 남자친구에게도 선보였냐고 묻자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보여주면 안될 것 같아서 그건 결혼 후로 미룰 생각”이라며 잔잔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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