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요즘 최고 인기!

영화 ‘왕의 남자’ 흥행 돌풍의 주역 ‘예쁜 남자’ 이준기

기획·김명희 기자 / 글·이승재‘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 사진·김미옥‘동아일보 기자’

2006. 02. 07

영화 ‘왕의 남자’ 흥행 돌풍의 주역 ‘예쁜 남자’ 이준기

조선 중기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왕과 두 광대의 삼각관계를 그린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여장 광대 공길을 연기한 이준기(24). 그는 영화 개봉 후 인터넷 팬카페의 회원수가 17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그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여성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우선 목소리부터 나지막하고 굵직한 중저음이었다. 만나자마자 가장 궁금해하던 질문을 대번에 던졌다.
“혹시…, 동성애자인가요?”
잘록한 허리선과 앙증맞은 배꼽, 너무나도 다소곳하게 모은 다리, 그리고 왕 연산과의 애절한 키스까지…. ‘여자 같은 남자’를 너무나 실감나게 연기했던 그에게 어쩌면 당연히 품을 수밖에 없는 호기심이었다.
그는 다소 난처할 수도 있는 질문에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답했다.
“물론 아니지만 그렇게들 보아주어서 고맙지요, 뭐. 그만큼 제 연기를 인정해준 거니까요. 저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루머들도 생겨나는 것 같아요.”
“탈을 쓰고 여자 흉내를 내는 장면은 대역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손사래를 치면서 “전부 제가 직접 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단 한 장면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어요”라며 연기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여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보고 캐치했어요. 그리고 마치 습관처럼 내 몸에 익혔죠. 그랬더니 영화를 찍으면서 저도 모르게 여성스런 행동이 몸에서 묻어나는 거예요. 여자처럼 행동한다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아주 여리고 섬세한 마음의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까를 염두에 두고 연기했어요.”
실제로는 묵직하고 매력적인 저음을 가진 이준기는 영화에서 한껏 목소리의 옥타브를 높였다고 했다. 요즘 출연중인 SBS 미니시리즈 ‘마이걸’에서도 마찬가지. 갑자기 목소리를 깔면 시청자들이 ‘아니, 저렇게 여시(여우)처럼 생긴 얼굴에서 그런 목소리가?’ 하면서 혼란스러워할까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영화 ‘왕의 남자’ 흥행 돌풍의 주역 ‘예쁜 남자’ 이준기

“저 생긴 건 이렇지만 성격은 엄청 남자다워요. 심지어 ‘무게’를 잡는다고 핀잔을 받은 적도 있어요(웃음). 차분하게 뭘 차곡차곡 모으는 것도 못하고, 오밀조밀한 일에는 다 젬병이에요. 여자친구한테 예쁜 선물을 한다든가 깜짝 이벤트를 벌인다든가 하는 낯간지러운 행동도 잘 못해요.”
“연애를 하면 두 번째 만남에선 곧바로 키스를 시도할 타입으로 보인다”고 떠봤더니, “(키스) 빨리하는 편이죠. 아, 못 참아요”라며 웃는다.
‘왕의 남자’는 지난해 12월29일 개봉해 20일 만에 관객 5백만 명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가 만화 ‘캔디’ 의 ‘테리우스’ 같은 인물로 출연 중인 ‘마이걸’ 역시 시청률 20%를 훌쩍 뛰어넘어 장안에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야말로 영화와 TV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 그는 수주째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휩쓸며 ‘벼락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콤플렉스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제 얼굴은, 뭐랄까…, 돌연변이 얼굴 같아요. 어떤 사람은 새우눈이라고도 하고요(웃음). 생김새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고 밉게 보는 분들은 확실히 그렇게 여길 만한 구석이 있다는 점을 저도 인정해요. 또 스스로는 눈과 턱에 콤플렉스가 있어요. 눈은 쫙 찢어져서 맡을 만한 역할이 한정적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턱은 너무 좁아 보이죠.”

영화 ‘왕의 남자’ 흥행 돌풍의 주역 ‘예쁜 남자’ 이준기

‘예쁜 남자 신드롬’의 주인공 이준기.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그는 성격도 남자답게 화끈하다고 한다.


손끝만 대도 미끄러질 것 같은 환상적인 피부를 갖고 있는 이준기. 하지만 그는 태권도 3단에다가 태껸도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할 정도로 강인한 면모도 갖고 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 태권도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어요. 지금 준비 중인 영화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는 주먹세계에 뛰어든 겁 없는 고등학생 역을 맡았는데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 영화에서는 저의 남성적인 면모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중학교 때까진 ‘베이식’이나 ‘코볼’ 같은 컴퓨터 언어를 익히는 데 재미를 붙였던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을 따라다니다 ‘춤바람’이 나면서 책상에서 멀어졌고, 배우의 꿈을 품은 채 2001년 단돈 30만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부모님은 ‘헛바람 들었다’면서 때론 울고 때론 때려가면서 저를 말렸어요. 하지만 그런 말씀이 제 귀에 하나도 들리지 않는 거예요. 서울로 도망치듯 올라와서는 여기저기 철없이 돌아다녔어요.”
그는 호프집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고 결국엔 꿈을 이뤘다.

“‘왕의 남자’를 찍으면서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졌어요. 사회적으로 말하자면 ‘성이 같은 사람과의 사랑’을 굳이 동성애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제가 영화를 통해 느낀 동성애는 그렇지 않았어요.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그걸 치유해주는 과정에서 뭔가 통하고 원하는 감정이었죠. 근데 단지 그 감정을 남자와 남자가 갖게 됐을 뿐이죠.”
그는 요즘 새삼 ‘벼락 인기’를 실감한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을 때 처음에는 뛸 듯이 기뻤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1위에 머무니까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뭔가 나의 단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 같고, 내가 요만큼만 비뚤어져도 큰 잘못으로 비쳐질 것 같고, 또 내가 그동안 하나라도 잘못 살아온 건 없나 걱정도 들었어요.”
그에게 목숨과도 바꿀 만한 사랑을 해보았는지를 물으니, “아직 못해보았어요” 한다. 이준기는 “배우가 사랑해야 한다는 데 나는 적극 찬성”이라면서 “진짜 ‘징한’ 사랑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