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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궁금한 이 남자

카리스마 벗어던지고 ‘귀여운 한량’으로 변신한 엄태웅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멜로 전문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글ㆍ김유림 기자 / 사진ㆍ조영철 기자

2006. 02. 07

지난해 KBS 드라마 ‘쾌걸춘향’ ‘부활’로 스타덤에 오른 엄태웅이 MBC 새 미니시리즈 ‘늑대’에서 ‘귀여운 한량’으로 변신했다. 카리스마 넘치는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코믹 연기에 도전장을 내민 그를 만났다.

카리스마 벗어던지고 ‘귀여운 한량’으로 변신한 엄태웅

지난해 KBS 드라마 ‘쾌걸춘향’과 ‘부활’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강한 남자의 매력을 발산했던 엄태웅(32)이 MBC 새 미니시리즈 ‘늑대’에서는 180도 다른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극 중 국회의원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고 여자와 술에 빠져 방탕하게 살아가는 부잣집 아들 윤성모 역을 맡은 것. 윤성모는 자신의 감정 내키는 대로 말을 쏟아내고 어린아이처럼 철없이 떼쓰는 등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인물이지만 국내 굴지의 백화점 사장 딸 한지수(한지민)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배우면서 조금씩 어른으로 변해간다. 또한 밝은 모습 뒤에 숨겨진 아픈 과거는 한지수로부터 모성애를 끌어내고 ‘안아주고 싶은 남자’로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된다.
“보통사람들이 보기에는 ‘정신 나간 놈’이라 할 정도로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저 역시 처음 연기를 할 때는 배역이 너무 낯설고 거부감마저 들어서 고생을 좀 했어요.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와 정반대의 성격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제 연기에 스스로 반문이 들기도 했죠.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닌가, 시청자들에게 역겹게(?)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선 굵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에게 이번 연기 변신은 상당한 모험이다. 더욱이 전작 ‘부활’의 잔상이 크게 남아 있는 그로서 연기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그가 이번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역시 변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변신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연기의 장르 중 코미디와 멜로에 많은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카리스마 벗어던지고 ‘귀여운 한량’으로 변신한 엄태웅

‘부활’에 이어 또다시 같은 드라마에 출연 중인 엄태웅·한지민.


그는 연기 스타일이 달라 ‘늑대’ 촬영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밝은 캐릭터를 연기해서인지 실제 자신의 성격도 한결 가볍고 밝아졌다고 한다. 강한 캐릭터를 맡았을 때는 연기 자체가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요즘은 촬영장에 나오는 것이 즐겁게 느껴질 정도라고. 또한 그는 촬영장에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럴 때마다 스태프들로부터 윤성모와 흡사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윤성모의 철부지 기질이 자신과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집안에서 막내로 자라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회피하려 하거나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려는 점이 윤성모와 비슷하다는 것. 하지만 그는 여자를 대하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자 앞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에요. 친해지면 말도 잘하고 재밌는 행동도 서슴없이 하지만 모르는 여자한테는 말도 잘 못걸어요. 물론 예쁜 여자를 보면 자연스럽게 눈이 가고 감탄사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요(웃음). 극 중 윤성모는 워낙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여자도 하나의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진짜 사랑을 만났을 때는 그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걸 각오로 덤비는 순정파죠. 드라마 제목이 ‘늑대’인 이유도 늑대라는 동물이 한번 짝을 잃어버리면 쉽게 다른 짝을 찾아나서지 않는데 윤성모와 또 다른 늑대 배대철(에릭)의 사랑방식을 부각시킨 거예요.”
그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상대 여배우 한지민과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두 사람 모두 드라마 ‘부활’에서 이미 연기 호흡을 맞춘 사이로 친한 동료 연기자 이상의 감정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한지민에 대해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작품을 같이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카리스마 벗어던지고 ‘귀여운 한량’으로 변신한 엄태웅

지난 1997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처음부터 인기를 얻은 스타가 아니라 오랫동안 갈고닦은 ‘대기만성’형 연기자다. 데뷔 후 오랫동안 무명 시절을 경험해야 했고, 엄정화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지난해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남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수상 소감으로 “10년 가까이 백수나 다름없던 아들을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신 어머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다.
그는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며 “요즘은 바빠서 어머니 얼굴 볼 시간이 많지 않지만 아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시는 건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얼마 전 영화 ‘가족의 탄생’의 촬영을 모두 마쳤는데 5월 개봉될 이 영화에서 중견 배우 고두심의 연인으로 등장, 또 다른 엄태웅을 보여줄 예정이다. 드라마 ‘늑대’ 촬영을 끝낸 뒤 정통 멜로영화에 도전해볼 계획이라는 그는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멜로 전문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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