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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남자의 도전

한국의 멋 세계에 알린 패션 디자이너 한송

기획·정윤숙 기자 / 글·안주현‘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2006. 01. 10

파리와 홍콩 컬렉션에서 천연 염색 기법과 모시, 삼베 등을 이용한 전통 소재 의상을 선보여 눈길을 모은 패션 디자이너 한송이 한국팀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복 디자인을 맡았다. 한국의 멋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한국의 멋 세계에 알린 패션 디자이너 한송

논현동의 한 벽돌 건물 2층에 있는 작업실에서 패션 디자이너 한송(37)을 만났다. 그는 패션 디자이너 트로아조의 아들로 어머니에 이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2세 디자이너다. 매년 파리 오트 쿠튀르에 정기적으로 초대를 받고 있는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2005 콸라룸푸르 아시아 패션위크에서도 국내 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요즘 그는 모시와 삼베 등의 전통 소재와 천연 염색 기법을 이용한 디자인에 심취해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전통 의상에는 우아하고 신비로운 매력이 있어요. 전통 색감이나 소재를 이용한 디자인이 바로 세계 패션계에 우리의 매력을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 소재와 천연 염색을 사용해 한국팀의 올림픽 단복 디자인할 예정
서양의 오트 쿠튀르(창조적인 디자인과 수작업으로 만든 맞춤복) 의상을 전문으로 다루던 그가 한국의 전통 소재와 염색법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년 전. 디자인에 어울리는 소재를 찾아다니던 중 천연 염색 전문가의 작업실에서 쪽빛 모시를 발견했다. 우아하고 신비로운 빛깔에 반한 그는 천연 염색과 전통 소재를 작품에 접목시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가벼우면서 딱 떨어지는 라인의 모시 소재로 만든 진과 쪽빛으로 물들인 삼베로 제작한 이브닝드레스 등이 그것. 그러나 빳빳한 전통 소재로 부드럽게 감기는 이브닝드레스를 만드는 일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모시와 삼베를 그대로 옷감으로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요. 특히 모시는 뻣뻣하고 촉감이 거칠어 라인이 자연스럽게 살지 않거든요. 전통방식으로 만든 제품은 가격이 높고 대량생산이 안된다는 단점도 있고요.”
그는 일년여의 연구 끝에 모시와 삼베에 실크를 혼방하거나 새롭게 가공 처리해 뻣뻣하고 거친 느낌을 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 2년간 전국의 모시 생산지와 천연 염색 공장을 모두 둘러본 끝에 적정 가격에 질 좋은 소재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이런 노력 끝에 얻은 작품들은 2004년 파리 컬렉션과 홍콩 패션위크에서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았다. 외국의 패션업계 관계자와 기자들은 친환경적인 신소재라는 점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또 천연 염색이 주는 독특한 색감에 매료됐다. 한송은 오는 2월, 뉴욕에 그의 이름을 딴 개인 매장을 문 연다. 모시로 만든 진과 천연 염색된 이브닝드레스가 주된 상품.
그는 한국의 멋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으로 올림픽을 선택했다. 전통 소재와 천연 염색을 사용해 우리나라팀의 올림픽 단복을 디자인할 예정. 이번 올림픽 공식 단복 디자인의 기획은 지난해 여름 지인의 추천으로 KOC(대한올림픽위원회) 문화진흥회에 합류하면서 이루어졌다. 그의 디자인은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이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공식 단복과 스태프 의상, 선수복으로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한국의 멋 세계에 알린 패션 디자이너 한송

한자와 훈민정음, 전통 단청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재킷.

한국의 멋 세계에 알린 패션 디자이너 한송

디자인 작업을 위해 그가 직접 그린 스케치들.

한국의 멋 세계에 알린 패션 디자이너 한송

천연 염색법으로 만든 의상들은 깊고 오묘한 색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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