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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이와 함께~ 재밌는 동물의 세계

속담으로 알아보는 시베리아 호랑이

글·정은경‘과학소년 기자’ / 사진·REX 제공|| ■ 도움말·한상훈 박사, 피크노프 박사

2006. 01. 09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호랑이 담배 피울 적’ 등 나에 대한 속담 때문에 오해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 난, 한국 호랑이와 같은 형제인 시베리아 호랑이로 약 4만 년 전부터 한민족과 함께 살아왔어. 하지만 지금은 한국 땅에서 자취를 감췄지. 왜냐고? 지금부터 내 사연을 속담과 함께 들려줄게.

속담 1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속담으로 알아보는 시베리아 호랑이

예부터 우리 호랑이는 한민족의 신화, 설화, 그림에 빈번히 등장하지. 그만큼 우리는 한국인들에게 친근한 대상이야. 한편 중국에서는 우리 호랑이를 힘의 상징으로 여겼어. 호랑이해에 태어난 남자아이는 악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믿고 이마에 왕(王)자를 그려주는 풍습도 있었지. 중국뿐 아니라 다른 동방 국가에서도 우리의 용맹함을 칭송하며 ‘좌청룡 우백호’라 하여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받들기도 했어.
자,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담배를 피울까? 사실 우리는 담배 따위는 안 피워. 우리 호랑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싱싱한 살코기거든. 사슴, 노루, 산돼지, 산토끼 같은 포유류 살코기를 가장 좋아하지만 배가 고프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들짐승에서 날짐승, 파충류, 양서류, 물고기 등을 먹기도 하지. 요즘같이 먹을 것이 귀할 때는 마을에 있는 가축을 잡아먹기도 해.
또 ‘호랑이 담배 필 적~’하면 할아버지 호랑이를 떠올리기 쉽지? 하지만 야생에서 생활하는 호랑이는 15~20년 밖에 못 살아.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호랑이는 20~25년을 사는데 야생 호랑이는 사냥, 경쟁, 체온 조절 등에 에너지가 더 많이 들기 때문이야.

속담 2 호랑이 굴에 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
‘정말 우리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찾아오려고? 괜히 헛고생하지 마시라. 사실 야생 호랑이는 눈 덮인 곳, 습한 곳, 건조한 곳 등 어디든 살지만 주로 은둔하기 좋은 울창한 산림지대에 사는 것이 보통이야. 여름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 잠깐씩 냇가나 동굴에 가기도 하지만 그곳에 살지는 않아. 특히 나, 시베리아 호랑이는 사시사철 눈이 뒤덮인 침엽수림이나 낙엽수림, 습지에 살고 있거든. 그러니 동굴에서 호랑이를 찾겠다는 생각은 야무진 꿈에 불과하지.
게다가 내 새끼를 잡으러 오겠다고? 암컷 호랑이는 2~3 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동안에는 수컷 호랑이를 비롯해 어떤 동물의 접근도 철저히 막아. 심지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애써 잡은 사냥감을 포기할 정도거든. 게다가 새끼 호랑이는 태어난 지 1년이 지나면서부터 어미에게 사냥기술을 배우고 19~28개월이 지나면 어미 곁을 떠나 완전히 독립해. 그러니 일찍 찾아오지 않으면 새끼 호랑이는 구경도 할 수 없어.

속담 3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속담으로 알아보는 시베리아 호랑이

호랑이를 쉽게 부르는 방법? 내 말 하면 온다고? 어디 해봐. 정말 그런가. 우리 야생 호랑이들은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생활을 해. 즉 여럿이 함께 어울리며 떼 지어 살지 않고 혼자 살면서 영토 세력권을 갖고 있지. 단 암컷 호랑이는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함께 생활하기도 해. 특히 먹이를 찾기 힘든 러시아 극동지방의 경우 암컷 호랑이는 100~140km, 수컷 호랑이는 800~1000km로 세력권의 영역이 매우 넓어. 그래서 우리끼리도 평생 우연히 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야.
게다가 야생 호랑이는 현재 전 세계에 5천 마리도 안 남아 동물원이나 가야 만날 수 있는 멸종 위기의 동물로 전락하고 말았지. 왜냐고? 야생 호랑이의 주 먹잇감인 순록, 사슴 등이 밀렵꾼들에 의해 수가 줄어든 탓도 있고, 서식하기 좋은 천연 산림이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됐거든. 이런 환경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야생 호랑이들은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깊숙한 산중에서 살고 있어.

속담 4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이 속담은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대응하라는 말이지만 우리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아. 실제 우리 호랑이는 사냥감을 발견하는 순간 바로 앞발의 갈고리 발톱으로 먹이의 어깨, 등, 목을 움켜쥐면서 물어. 물소 새끼처럼 우리보다 작은 동물은 간단하게 목 뒤를 물어 송곳니로 목뼈를 부러뜨리고, 우리보다 더 큰 먹잇감은 계속 목을 물어 조르면서 질식시켜. 그러니 일단 호랑이에게 물리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거지.
한국 땅에서 한국 호랑이가 사라진 걸까?

현재 남한에는 한국 호랑이가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지. 하지만 종종 소백산, 오대산 등지에서 호랑이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려오기도 해. 한국 호랑이와 같은 종인 시베리아 호랑이는 중국 북쪽 지역, 주로 러시아 국경 주변의 지린성, 헤이룽장성, 프리모르스키 등지에서 살고 있지만 그 수는 많지는 않아. 일제 강점기 때 한민족이 호랑이를 정신적 지주로 섬기는 것을 안 일본이 호랑이 말살정책을 펴서 1917~42년 동안 1백여 마리 이상을 죽였기 때문이지. 게다가 밀렵꾼들이 호랑이를 타깃으로 삼으면서 다른 야생 동물처럼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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