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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1회 600원? 자영업자 잡는 배민 새 광고상품

배민 “일부 사용자 위한 상품” vs 가게 주인들 “출혈경쟁 뻔해”

글 이경은 기자

2022. 05. 09

2월 21일 한 배달 노동자가 서울 강남구 배민 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2월 21일 한 배달 노동자가 서울 강남구 배민 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배민’ 그만 쓸까 봐요….”

서울 서대문구 공유주방에서 배달 전용 분식집을 운영하는 30대 김모 씨는 최근 근심이 깊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주문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배달 어플리캐이션(앱) 수수료는 꾸준히 오르는 데 부담을 느낀 김씨는 ‘배달의 민족’(배민) 최소주문금액을 9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배민이 가게 클릭만으로 광고료가 지출되는 광고 상품을 출시하자 김씨는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

4월 28일 배민 측은 ‘우리가게클릭’이라는 이름의 새 광고 상품을 공개했다. 소비자가 광고에 노출된 가게를 클릭하면 업주가 예치해둔 광고금액에서 차감되는 클릭당 과금(CPC·Cost Per Click) 방식이다. 네이버·구글 등 다수의 플랫폼 기업도 이미 이런 방식의 광고란을 운영한다. 하지만 실제 주문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클릭만으로 200~600원의 광고비를 차감하는 ‘우리가게클릭’에 대한 자영업자들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배민이 자영업자에게 제안해온 유료 광고 상품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특정 지역을 설정해 상호를 노출하는 ‘울트라콜’이다. 설정 지역 한 곳당 8만8000원(한 달 기준)을 내야한다. 주문 금액 6.8%를 수수료로 매기는 정률제 방식의 ‘오픈리스트’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기준으로 검색된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내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 가게. [배달의민족 앱 캡처]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기준으로 검색된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내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 가게. [배달의민족 앱 캡처]

배민이 새로 출시한 ‘우리가게클릭’은 ‘오픈리스트’ 이용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설정한 금액에 따라 노출 비율이 높아진다. A가게가 이 상품에 가입하며 클릭 한 번당 200원씩 광고비가 빠져나가도록 설정하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B가게 보다 더 자주 고객 눈에 들 수 있다. 반면 클릭당 과금액을 300원으로 설정한 C가게와 비교하면 노출 빈도가 낮다. 매월 최대 과금액은 300만원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출혈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영업자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클릭에 수수료를 붙이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자영업자들끼리 싸우면 배민이 돈을 벌게 되는 구조” 등의 글이 다수 게시됐다. 서울 은평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최연준 씨는 “최근 한 달간 자료를 살펴보면 클릭수 5500회 중 실제 주문으로 이어진 건 650회에 불과하다”며 “손익을 따져 새 광고 상품에 가입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를 표하는 소비자도 있다. 배민 VIP 등급인 손모(25) 씨는 “평소 ‘맛집’을 찾으려고 배민에서 많은 가게를 클릭해 보는데 클릭만으로 가게 사장이 광고비를 내야한다면 눌러보기가 망설여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배민 관계자는 “CPC는 이커머스 플랫폼 대부분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광고 방식”이라며 “광고비를 부담하더라도 더 많은 매출을 얻길 바라는 일부 사용자의 수요에 기반을 둔 상품을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음식배달앱은 이용자들이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찾는 특성이 있어 클릭이 실제 주문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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