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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민주당의 페미니즘은 정치 전략일 뿐”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 작가

글 이현준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2020. 07. 31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 등의 저서로 급진페미니즘을 비판해온 오세라비 작가. 한 때 진보 진영에 몸담았던 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부터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이어진 일련의 성추문에 대해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가 말하는 더불어 민주당의 ‘페미니즘’을 들어보았다.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 작가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 작가

오세라비(본명 이영희) 작가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출신으로 열린우리당에 몸담으며 진보 진영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약 10년 간 열린우리당 참여정치실천연대 여성회의장, 국민참여당 여성위원장, 통합진보당 전국위원을 역임하며 미혼모, 여성 노숙인 등 여성 운동에 힘쓰다 정의당을 마지막으로 진보 진영과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사회연대네트워크,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를 거쳤고 새로운보수당 젠더갈등해소특별위원회 자문단장을 지냈다. 오 작가는 2018년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2019년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 등 급진적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저서를 잇따라 출간, 안티페미니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오 작가는 페미니즘이 결국 여성을 불행하게 할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이 페미니즘을 ‘아젠다’로 내세워왔지만 정작 자신들의 성추문에서 비롯된 피해자는 외면한다며 민주당의 페미니즘을 “진영 논리에 기반한 정치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에 몸담았던 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부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거쳐 최근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 이어진 일련의 성추문 사건들에 대해 “진보 진영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마초 문화가 곪아터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행복한 사회를 위해선 페미니즘을 벗어나 휴머니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그를 7월 28일 오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10년 이상 함께한 진보 진영과 결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집단주의 성향이었어요.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가치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동질감을 우선하면서 개인보단 집단을 강조했죠. 이것이 소위 ‘빠’ 문화로 불리는 팬덤 문화를 낳았다고 생각해요. 또, 우리가 정의고 반대는 악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사고도 싫었어요. 미래 세대를 위한 로드맵이나 정책 제시 없이 자본가와 부자를 악마로 규정하고…. 소아병적인 행태라고 느꼈죠. 결정적으로 마음이 돌아선 계기는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사건 때 발생한 폭력사태였어요. 저는 당시 전국위원이었는데, 폭력사태를 눈앞에서 목격했죠. 단상이 뒤집히고, 유시민 당시 통합진보당 공동 대표가 폭행당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정치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공포스러웠죠. 그 다음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기긴 했는데, 그때 저는 이미 마음이 떠난 채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고요. 그러다 결국 탈당했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에서 지속적으로 성추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자신들의 성추문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미투’도 결국 진영 논리에 입각한 것이죠. 내 편만 감싸는 진영 논리요.

민주당에서 이렇듯 성추문이 반복되는 까닭은 뭘까요. 

진보 진영의 뿌리 깊은 성개방적 문화 때문이에요. 2018년 서지현 검사로부터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래 미투가 봇물 터지듯 나왔잖아요. 이 때 고은 시인, 이윤택 연출가 등 진보 진영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거론됐죠.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때 여성학자, 동성애 단체, 여성 노조원 등이 모여서 ‘운동사회(권) 성폭력 뿌리 뽑기 100인 위원회’가 만들어졌거든요. 얼마나 성폭력이 만연했으면 ‘뿌리 뽑기’라는 표현을 썼겠어요. 이때 대학 총학생회, 노조, 시민단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16건이 가해자의 실명과 함께 공개되면서 진보 진영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진보 진영에서 유행하던 말이 있었어요. ‘낮에는 동지, 밤에는 여자’. 이 한마디로 설명이 된다고 봐요. 그때가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에 86세대 운동권이 서서히 진입하면서 정치권력을 잡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그들이 권력을 쥐게 되면서 위력적인 성 문화도 공고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주당엔 남인순, 정춘숙, 권인숙, 김상희 의원 등 여성 운동을 공적으로 한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성명서를 7월 14일에야 발표하는 등 ‘뒷북’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돕고 있는 단체가 ‘한국 여성의 전화’와 ‘한국 성폭력 상담소’입니다. ‘한국 여성의 전화’의 대표였던 사람이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에요. 그 이력을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해놓곤 7월 10일 페이스북에 “그저 눈물 뿐... 박원순 시장님, 내 선배님, 명복을 빕니다”라며 박 전 시장을 애도하더군요. 피해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어요. 또, 한국 성폭력상담소 소장을 10년 동안 한 사람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인권위) 위원장이에요. 그런데도 피해자에 대해선 말 한마디 없죠. 다 조직 보위 논리 때문입니다(인권위는 7월 30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남인순 의원은 말할 것도 없죠. 이번에 내내 침묵하다가 박 전 시장이 사망한지 17일 만에 사과를 했는데, 저는 남 의원이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봐요. 의미가 없죠.

이들에게 페미니즘은 ‘정치전략’이었다고 보시는 것인지요.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에서도 지적한 적이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페미니즘은 엘리트 여성 집단들이 과일을 따먹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여성단체의 수장을 ‘회전문’처럼 번갈아 하다가 국회에 들어가서 권력을 쥐죠. 일반 여성들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단지 표를 얻기 위함이고 정치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던 거죠.

그렇다고 보기엔 이들이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적을 무시할 수 없지 않나요. 

공이 없진 않죠. 하지만 여성 권익을 신장시키면서 남녀 분리를 조장했던 과오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민주당은 ‘페미니즘’을 적극 표방하면서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얻어왔습니다. 하지만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가짜 미투’ 의혹 제기, 이해찬 대표의 ‘피해 호소인’ 발언 등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요. 

86세대 운동권 사회의 가부장성이 그대로 드러난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민주화’에만 힘썼을 뿐 결국 ‘꼰대’예요. 제가 진보 진영을 경험하고 느낀 점은 남자는 ‘마초’와 ‘착한 마초’ 두 종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새천년 NHK’ 사건(2000년 5월 17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가 끝난 직후 광주 시내 ‘새천년 NHK’라는 룸살롱에서 86세대 정치인들이 여성 접대부를 대동하고 술을 마셔 논란이 일었다) 때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여성 접대부를 불러 춤을 추고, 임수경 전 의원에게 욕설 및 폭력을 행사하고, 얼마나 마초적입니까. 그런데 그때 문제를 일으켰던 우상호 등이 민주당 중진 의원으로 있습니다. 민주당 내부 문화가 달라질 리가 없죠.

마초와 페미니스트는 상극 아닌가요. 페미니즘이 진보 진영의 아젠다임을 감안하면 선뜻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여성=진보’는 아닐 것인데 왜 여성단체가 운동권 세력과 함께하게 된 것인지요. 보수 진영도 있지 않습니까. 

지금 흔히 말하는 페미니즘은 급진페미니즘으로서 68혁명(1968년 5월 프랑스에서 학생과 근로자들이 주축이 돼 벌인 대규모의 사회변혁운동)에서 비롯된 사상입니다. 68혁명은 신좌파 운동이고, 그렇기에 페미니즘의 뿌리 또한 좌파라고 볼 수 있죠. 페미니즘은 원래부터 좌파의 이데올로기이자 프로파간다입니다. 그래서 보수 진영은 페미니즘을 아젠다로 선점할 수 없고 프로파간다에 끌려가는 것이죠.

이번에 벌어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관련된 사건을 계기로 많은 여성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7월 16일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13~15일 조사결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여성들의 긍정평가가 전주 대비 7.9%p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9.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었는데요. 

허무함과 배신감을 느끼겠죠. 안희정 전 충남지사부터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성추문이 계속 반복됐잖아요. 특히 2030 여성들은 페미니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 이를 지지해온 세대입니다. 자신들을 대변해준다고 믿었던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더욱 그럴 것이라 봅니다. 또, 2030 여성은 대개 사회초년생으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하기 쉽죠. 성희롱을 당해도 사회생활이려니 하고 참고 넘기고요. 이에 동질감을 느끼면서 더 화가 나는 거죠.

진보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 등에서 글, 댓글 등으로 2차 가해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그들 역시 철저하게 진영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이죠. ‘미투’ 운동이라는 것은 진영 논리를 떠나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다는 것은 진보 진영의 도덕성 추락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기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것도 특유의 ‘빠’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귀결되면 좋을까요.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야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또 벌어집니다. 저는 이번 사건에서 ‘데자뷰’를 느꼈거든요. 지금의 모습도 20년 전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 뽑기 100인 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와 달라진 게 없어요. 86세대가 정치권에서 퇴장해야 이런 일이 없어질 거라 생각해요.

페미니즘이 결국 여성들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라 주장하셨는데요. 

민주당이 표방하는 페미니즘은 급진페미니즘으로서 남성과 여성 사이를 분리시켜요. 결국 여성들을 고립시키고 불행하게 만들 겁니다. 이젠 남자들이 길에 여자가 쓰러져 있어도 성추행범으로 오해 당할까봐 도와주기 무섭다고 얘기합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따로 타려고 해요. 남녀 사이가 이렇게 멀게 느껴졌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무서워서 연애도 못하는 게 행복한 사회인가요? 페미니즘의 부작용이 나타난 거죠.

그렇다면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과는 방향이 아예 바뀌어야 해요. 집중해야 할 문제에 집중해야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여성이 두 번째로 오래 사는 나라예요. 일본은 이런 고령화문제를 담당하는 NGO만 350개가 넘고 여성단체들도 이 문제를 핵심으로 다룹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단체는 이를 등한시하고 정치적인 이슈에만 열을 올립니다. 여성단체 대표들은 이를 커리어로 삼아 국회로 진출할 생각만 하고, 남녀 갈등을 유발해서 이익을 챙깁니다. 예산을 따오고, 위원회를 만들어서 자신들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등 진보 진영의 조직 보위에 집중하죠.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잖아요. 지난 해 혼인 건수가 23만9천 건밖에 되지 않아요. 이정도면 국가적 재앙이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성을 분리하고 차별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양성 평등을 추구하는 휴머니즘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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