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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냥집사 부부의 플랜테리어 하우스

글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2. 05. 11

파릇한 식물과 빈티지 감성 소품, 그리고 아파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즈넉한 평상이 자리한 32평 공간에는 올해로 결혼 8년 차를 맞은 안준한·조미리 부부, 그리고 고양이 남매 달래와 봄동이가 같이 살고 있다. 유행에 따르지 않고 오로지 부부의 취향으로만 채운 공간은 흔하지 않아 오히려 더 멋스럽다.

에크뤼 홈의 마스코트, 봄동이.

에크뤼 홈의 마스코트, 봄동이.

“워낙 집 꾸미는 걸 좋아해요. 이곳이 결혼 후 네 번째 집인데, 매번 새로 꾸미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이사한 것 같아요. 이번 집의 포인트는 거실에 만든 평상이에요. 툇마루가 있는 집을 좋아해 전원주택을 찾아 이사할까 고민할 정도였거든요. 여건상 또 아파트로 오게 됐지만 툇마루 로망을 실현하고 싶어 대안으로 평상을 생각해냈어요. 아파트에 평상이 어울릴까 싶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에요. 저희 부부뿐 아니라 이 집을 방문한 손님들도 가장 맘에 들어 하는 공간이 바로 거실 평상이랍니다.”

안준한·조미리 부부는 결혼 8년 차다. 화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많은 식물, 베란다 자리에 마련한 평상, 각종 빈티지 소품과 가구가 한데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자아내는 107㎡(32평) 공간이 이들 부부의 보금자리.

“친정 부모님께서 오랫동안 화원을 운영하고 계세요. 그래서 그런지 식물이 많은 집이 좋더라고요. 식물 키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저희 부부가 지은 집 애칭이 ‘에크뤼(ecru) 홈’이에요. 에크뤼는 프랑스어로 ‘표백하지 않은’이라는 의미인데, 인위적인 것을 싫어하고 자연스러움을 선호하는 저희 부부 취향을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집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인테리어 콘셉트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내추럴’이에요. 정형화되지 않은 식물, 수십 년간 쓴 것 같은 빈티지 아이템,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우드 컬러 마감재 등이 무엇 하나 튀지 않게 어우러져 있죠.”

평상이 있는 아파트 거실

평상이 인상적인 거실. 빈티지 감성의 가구와 소품들, 그리고 다양한 스타일의 식물들이 어우러져 내추럴한 분위기를 낸다.

평상이 인상적인 거실. 빈티지 감성의 가구와 소품들, 그리고 다양한 스타일의 식물들이 어우러져 내추럴한 분위기를 낸다.

안준한 · 조미리 부부의 집은 일반적인 아파트와 구조가 조금 다르다. 베란다가 거실과 이어지는 일자 구조가 아니다. 거실 두 면을 뱅 두른 ‘L’ 자 모양. 구조 변경을 다각적으로 고민하다 면적이 넓은 한쪽 베란다는 거실로 확장했다. 남은 베란다 공간에는 오랜 시간 로망이던 툇마루를 연상시키는 평상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공간 크기를 볼 때 베란다로 쓰기엔 부족했어요. 거실로 확장한다 해도 돌출된 작은 공간이라 활용도가 떨어질 것 같았고요. 제가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 커뮤니티인 ‘오하우스’ 멤버거든요. 오하우스 멤버가 되면 예쁜 집을 직접 가서 볼 기회가 종종 있는데, 언젠가 봤던 어느 집의 평상이 떠올랐어요. 거기서 베란다 활용 아이디어를 얻었죠.”



열리지 않는 고정 창문엔 나무 덧창을 씌워 인테리어 효과를 더했다(왼쪽). 중문은 여닫을 때 버려지는 공간이 없도록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열리지 않는 고정 창문엔 나무 덧창을 씌워 인테리어 효과를 더했다(왼쪽). 중문은 여닫을 때 버려지는 공간이 없도록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안준한·조미리 부부에게 평상 아이디어를 전해 들은 BK디자인 백기렬 실장은 일단 베란다 확장을 진행했다. 이후 평상 느낌을 내고자 단차를 살려 평상 구조를 만들고, 바닥에 시공한 구정마루와 질감 및 컬러가 유사한 시트를 구해 꼼꼼히 부착했다. 그 덕에 원목으로 제작했을 때보다 금액은 훨씬 저렴하게, 하지만 퀄리티는 전혀 떨어지지 않는 평상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식물을 좋아하는 조미리 씨 취향을 적극 반영해 천장을 뚫지 않아도 행잉 플랜트를 걸 수 있도록 봉을 매달았다.

집 안을 채우는 우드 마감재는 모두 월넛색으로 선택해 통일감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집 안을 채우는 우드 마감재는 모두 월넛색으로 선택해 통일감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저희 부부는 식탁에서 밥을 먹고 나면 으레 이곳으로 이동해 차를 마셔요. 일종의 티룸이라고 할 수 있죠. 손님들이 오면 이 공간은 응접실로 바뀝니다. 이곳에 편안히 모여 앉아 차와 디저트를 즐기다 보면 어떤 유명 핫 플레이스, 카페도 부럽지 않죠.”

빈티지 매력으로 가득한
욕실과 침실

수전은 모두 벽에 매립해 깔끔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왼쪽).   따로 선반을 설치하지 않고 벽돌을 쌓는 과정에서 생긴 공간을 선반으로 활용했다. 욕실 전체에 통일성을 준 것은 물론 활용도 역시 높다.

수전은 모두 벽에 매립해 깔끔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왼쪽). 따로 선반을 설치하지 않고 벽돌을 쌓는 과정에서 생긴 공간을 선반으로 활용했다. 욕실 전체에 통일성을 준 것은 물론 활용도 역시 높다.

“저희 욕실엔 선반을 설치하지 않았어요. 선반 위에 물때가 끼고 자잘한 소품이 늘어져 있는 게 싫었거든요. 대신 벽돌 위를 선반처럼 활용해 매일 사용하는 욕실용품만 툭툭 올려두죠. 수건, 휴지 등 꼭 필요한 욕실용품은 거울 뒤 별도로 만든 수납공간에 보관하고요.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정해둔 저희 집 주조색은 화이트, 우드, 그린, 옐로예요. 포인트 컬러는 벽돌색인데, 욕실도 그 컬러를 충실히 따랐어요. 그랬더니 집 전체의 통일감을 해치지 않아 좋아요.”

안준한·조미리 부부의 욕실에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곳은 욕실마다 설치된 조적 파티션과 매립 수전이다. 조적 파티션은 욕실 벽에 시공된 타일을 동일하게 사용하되 장소에 따라 너비와 높이를 달리해 쓰임새를 살렸다. 또한 모든 수전은 벽에 매립해 활용도는 물론이고 디자인적으로도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다.

한쪽 벽면 가득 우드 패널을 세워 빈티지 무드의 침실을 만들어냈다.

한쪽 벽면 가득 우드 패널을 세워 빈티지 무드의 침실을 만들어냈다.

“침실에는 킹사이즈 침대와 침대 양쪽 작은 협탁, 스툴만 뒀어요. 이들 가구와 붙박이장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죠. 그런데도 빈티지한 느낌이 확 풍기는 것은 침대 헤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우드 패널 때문일 거예요. 제가 월넛색을 좋아해서 바닥은 물론 문, 아일랜드 조리대 등 모든 마감재를 그 컬러로 통일했어요. 침실 벽에도 같은 컬러와 소재를 적용했죠. 평소 진한 우드 컬러와 한 톤 다운된 소품을 좋아하는데, 채도가 낮은 컬러들이다 보니 흰 벽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아쉬움을 우드 패널이 채워줬어요. 침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준 일등 공신인 것 같아요.”

아기자기한
주방과 작업실

“저희 부부 모두 손님을 초대해서 함께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해 친구들 방문이 잦은데, 그들이 거실에 있을 때 등을 보인 채 음식을 준비하는 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레스토랑의 오픈 키친처럼 주방에 있는 사람이 거실에 있는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 나누며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아일랜드 조리대를 마련했죠. 조리대에 인덕션까지 설치해 음식을 준비하는 내내 친구들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요. 조리대를 기준으로 거실과 분리된 별도의 공간이라는 느낌도 좋고요.”

안준한·조미리 부부는 주방의 개방감을 더하고자 상부 장을 과감히 없앴다. 그런데도 주방이 늘 깔끔한 이유는 아일랜드 조리대 내부, 하부 장 등에 알뜰하게 수납공간을 만들었기 때문. 여기에 내벽 등 활용할 수 있는 벽면에 장을 짜 넣어 수납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이 집에서 또 하나 눈이 가는 곳은 주로 조미리 씨가 사용하는 작업실 겸 취미실이다. 그는 사진 찍는 것을 즐기고 아기자기한 빈티지 아이템 수집을 좋아하며, 재봉 취미도 갖고 있다.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한 많은 빈티지 아이템과 식물이 어우러진 데다 개방감을 주고자 문까지 없애서인지 이곳은 어느 집에나 있는 평범한 방이 아닌,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나 전시장 또는 작가의 아틀리에 같은 느낌을 낸다.

하루 종일 따뜻한 햇살이 내리쬔다는 안준한·조미리 부부의 공간은 느긋하게 잠을 청하는 고양이를 바라보듯 따뜻하고 편안했다. 집 안 곳곳에서 싱그럽게 자라고 있는 식물들처럼 이들 부부의 생활도 늘 싱그럽고 편안하길 바란다.

#아파트인테리어 #플랜테리어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BK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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