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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박기웅, 솔비... 연예인 그림은 가치주일까, 테마주일까?

글 윤혜진

입력 2021.08.03 10:30:01

본업과 예술 활동을 겸하는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가 부쩍 늘었다. 몇몇 연예인의 작품이 고가에 팔렸다는 소문도 들린다. 아트테크가 유행인 요즘, 연예인 작품을 사는 건 재테크 측면에서 어떨까. 
미술업계에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 하정우

미술업계에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 하정우

최근 가수 헨리,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와 강승윤이 한국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코리안 아이(KOREAN EYE) 2020 특별전’에 작가로 참여했다. 6월 23일부터 7월 25일까지 서울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전시는 ‘슈퍼 컬렉터’로 유명한 영국의 세레넬라 시클리티라와 러시아 예르미타시 미술관 디렉터, 영국 사치갤러리 총괄 디렉터가 ‘창조성과 백일몽’을 주제로 6명의 스페셜 아티스트와 24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국내 전시가 마무리된 후 10월에는 현대미술의 성지로 꼽히는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취미 생활 정도로 여겨졌던 연예인 작가들의 작품 활동 스케일이 커졌다. 201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 전시를 이어오고 있는 배우 하정우는 지난 5월 ‘아트부산’에 내놓은 유화 4점이 8백만~1천2백만원에 팔렸다. 현재 하정우의 작품은 그림별로 다르긴 하나 100호(162.2×130.3㎝) 크기가 대체로 2천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 지난 8월 1일에는 하정우의 디지털 아트 작품(NFT) ‘더 스토리 오브 마티 팰리스 호텔’이 카카오톡을 통해 약 5천7백10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2012년 본명 권지안으로 프로 화가 데뷔를 한 가수 솔비의 경우 계속해서 자체 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 6월 서울옥션 스페셜 경매에서 작품 ‘플라워 프롬 헤븐(Flower from Heaven)’이 71회 경합 끝에 2천10만원에 낙찰됐다. 배우 구혜선, 가수 조영남, ‘브라운 아이드 소울’ 나얼 등도 꾸준히 작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배우 하지원과 박기웅, ‘유키스’ 멤버 이준영도 전시에 참여하며 화가로 데뷔했다. 배우 겸 코미디언 임하룡은 아트테크 전문 갤러리K와 제휴 작가 계약을 맺었다.


하정우·박기웅, 전문가도 인정하는 실력파 작가

미술업계에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 박기웅

미술업계에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 박기웅

아트테이너들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가운데 최근 미술계 전문가와 구혜선, 조영남 등 연예인 작가 사이 설전이 벌어졌다. 영남대 회화과 객원교수로 재직 중인 홍대 이작가가 한 팟캐스트에서 구혜선의 그림에 대해 “홍대 앞 미술학원 수강생 정도 실력”이라고 혹평한 것이 발단이었다. 피 튀기는 공방을 보며 과연 연예인들의 작품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아트테크 측면에서도 일반 작품보다 더 유리할지 궁금해졌다.

먼저 아트 딜러, 현업 작가, 큐레이터, 미술교육 업계 종사자 등 다양한 위치의 전문가들에게 이들이 보는 연예인의 작품 수준은 어떤지 물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7월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인 최승윤 작가는 미술에 있어서 ‘실력’을 논하는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승윤 작가는 “많은 분이 연예인의 작품에 대해 미술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가를 궁금해하는데 미술은 기준이 없다. 취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내 작품도 누군가에겐 별로로 느껴질 수 있다. 미술을 전공했다고 해서 다 잘 그리는 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반면 서양학과 졸업 후 미술교육 업계에 종사하는 김 모 원장은 “그림 잘 그리는 어린 학생도 전시회를 연다. 연예인들이 작가로 데뷔하는 자체에 대해선 미술 대중화 차원에서 환영이다”라면서도 “다만 몇몇 연예인의 작품은 이름을 가리고 내놓았을 때 저 가격을 받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수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림과 그린 이를 떼놓고 생각할 순 없지만, 오래 공부하고도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든 분야라 입시생 수준보다 못한 몇몇 작품이 팔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약간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가수 솔비는 2012년 프로 작가 데뷔 후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2019년 개인전 당시.

가수 솔비는 2012년 프로 작가 데뷔 후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2019년 개인전 당시.

누구나 작가의 실력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의문에서 그치지 않고 실력이 좋지 않아도 어차피 팬이 구매하니까 비싸게 팔린다고 비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골수팬이 사거나 기부 전시회라 비싸게 팔릴 때도 있지만,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는 케이스도 분명 있기 때문. 하정우가 대표적이다. 하정우의 개인전을 오랫동안 개최해온 표갤러리 관계자는 “팬보다 일반 미술 애호가들이 더 많이 구입한다. 심지어 작품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작가가 하정우인 경우도 많았다”며 “평이 좋다 보니 이제는 전시가 없을 때에도 하정우 작가의 그림을 먼저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미술계에서 핫한 우국원 작가 역시 “하정우 작품은 솔직하고 겁이 없으며, 감각적인데 거친 매력이 있다”고 호평한 바 있다.

지난 3월에 화가로 데뷔한 배우 박기웅도 하정우 못지않은 실력파 아트테이너다. 그는 대진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입시 미술 강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 지금껏 전시회에 선보인 그림 32점이 완판됐고 ‘한국 회화의 위상전’에서 특별상인 K아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림의 가격은 대체로 작품성, 작가 경력, 작품 크기, 시장성 등을 고루 반영해 정해진다. 화랑에 첫선을 보일 때와 경매에서 재판매될 때 가격이 또 다르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의 작품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며 또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것도 가능할까. 최승윤 작가는 “작품을 내놨을 때 제시한 가격에 팔린다면 그건 산 사람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이다. 한두 번 비싸게 팔리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잘 팔리느냐가 중요하다”며 다만 “작가 개인의 인기와 작품 가격은 별개라 생각한다. 그 연예인의 그림이 평가 절하됐거나 반대로 고평가됐다는 건 나중에 시간이 판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도가 있다 보니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장점도 있다고. 갤러리K 한 관계자는 “보통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선정할 때 호당으로 접근한다. 반면 연예인 작품은 그렇지 않다 보니 거품이 낄 수 있다”면서도 “대신 인지도와 고정 구매층이 있어 판매로 이어지기 쉬운 편이다. 지난해 연예인 작가들과 연 전시회에서도 아이돌 그룹 ‘틴탑’의 멤버 캡이 선보인 그림을 해외 팬이 샀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연예인이 그린 그림이라 하면 더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미술계에서 전시회나 아트페어를 열 때 연예인을 스페셜 작가로 초청하는 이유도 관객 유입을 위해서다. 이벤트는 실제 판매로도 이어진다. 지난 3월 열린 전시 ‘우행(牛行)전’에 참여한 하지원은 공식적으로 그림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임에도 작품 ‘슈퍼카우 3’가 5백만원대에 판매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연예인 그림은 소장 목적의 구매가 많은 편”이라며 “연예인 그림뿐 아니라 모든 그림이 지금 비싸게 샀다 해서 미래에도 비싸게 팔릴지는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큐레이터는 “내놓으면 팔리긴 하겠지만, 집에 온 손님들에게 연예인 누구 그림이라고 하면 반응이 좋기 때문에 되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붓을 오래 잡고 있는 셀렙의 작품에 주목할 것

ohnim(송민호) ‘4th First Love’ 2020(왼쪽). HENRY LAU(헨리) ‘forever’ 2020.

ohnim(송민호) ‘4th First Love’ 2020(왼쪽). HENRY LAU(헨리) ‘forever’ 2020.

결국 연예인 그림이라 해서 일반 작품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그들의 작품 가치는 기성 작가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는 송민호와 함께한 한 방송에서 “송민호의 그림 값은 오를까요?”란 질문에 “어떤 내러티브를 그림 속에 넣느냐에 따라서 그림의 가치는 계속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한 바 있다. 서올옥션 관계자 또한 “앞으로 작가가 어떻게 작품 활동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잘나가던 1세대 아트테이너 조영남을 예로 들면 2016년 대작 논란 후 한동안 그림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오히려 그림 호당 가격이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올랐다. 가장 큰 100호는 7천만원에 이른다.

사생활이 노출되어 있고 주목도가 높은 연예인들은 주식으로 비유하면 테마주에 가깝다. 작품 값이 오를 땐 큰 폭으로 상승하는데 그만큼 위험 요소도 크다. 그래도 옥석을 가릴 힌트는 있다. 일단 붓을 잡고 있는 연예인의 태도와 지속성에 주목할 것. 대부분의 관계자가 “작품 가격이 오르려면 작가가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PCA 뉴스1



여성동아 2021년 8월 6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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