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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culture

세상 힙한 개 윌리엄 웨그만의 ‘비잉 휴먼’

글 이진수 기자

2021. 07. 27

명품 브랜드 샤넬·디올·생 로랑이 사랑한 미국의 현대 사진작가 윌리엄 웨그만. 그의 새 전시 ‘윌리엄 웨그만 : 비잉 휴먼’이 프랑스를 시작으로 여섯 번째 종착지 서울에 도착했다. 

무언가 탐탁지 않은 표정, 미국 패션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의 붉은색 저지 트랙슈트와 광 나는 헤드폰, 열쇠 펜던트가 달린 금목걸이를 하고 있는 개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진작가 윌리엄 웨그만(78)의 2017년 작품 ‘키Qey’다. 키치한 이 작품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비잉 휴먼’전에서 만날 수 있다.
윌리엄 웨그만은 사진, 회화, 드로잉, 설치, 비디오 등 넓은 영역에 걸쳐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사진작가다. 그의 작업 특징은 바이마라너 견종인 반려견 ‘만 레이’를 의인화해 사진을 찍는 것. 1970년 당시 젠더, 가족관계,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비주류 대상에 속하는 개를 통해 인간 세상을 풍자하고, 내러티브를 시각화하고자 했다. 개에게 트렌치코트를 입히고, 사람의 눈 사진을 프린트해 붙이는 섬세한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은 대중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8일 문을 연 ‘비잉 휴먼’ 전시는 6개국(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을 거치는 전 세계 순회전이다. 윌리엄 웨그만이 자신의 반려견을 찍은 2002년 초기 대표 작품 ‘캐주얼 Casual’부터 명품 브랜드 디올, 생 로랑, 마크 제이콥스, 막스마라 등과 컬래버레이션한 작품 등 1백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 의미가 더욱 깊다.

전시는 총 9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만 레이에게 사람 옷을 입힌 섹션 1 ‘우리 같은 사람들(People Like Us)’과 패션 화보인 섹션 6 ‘보그(Vogue)’에서는 만 레이가 사람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다. 우리 같은 사람들 섹션은 개를 통해 용접공, 농장 소년, 성직자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 계층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중 작품 ‘캐주얼’에서는 작가의 반려견 만 레이가 레드 컬러 목걸이, 니트, 팬츠로 풀 장착했는데 흡사 부유한 사람 같지만 멍을 때리는 표정에서 부자의 삶이 지루해 보이는 듯한 이중성이 드러난다. ‘보그’에서는 만 레이가 시크한 표정으로 명품 브랜드의 옷과 가방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광고 모델 같은 면모를 뽐낸다.

이번 전시의 차별화 포인트는 61×51cm 크기의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작품들이다. 오로지 작가의 사진 촬영을 위해 폴라로이드사에서 따로 제작해줬는데, 카메라 무게가 106kg에 달해 야외 촬영 시에는 트럭에 실은 채로 작업을 해야 했다고. 즉석에서 인화되는 폴라로이드 사진의 특성상 후보정이 불가해 고도의 집중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사진제공 이엔에이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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