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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육아멘토 오은영 ‘아이의 인생 바꿀 부모의 말 한마디’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0.11.24 10:43:13

아이도, 부모도 서로에게 처음이다. 사랑받고 싶고, 사랑 주고 싶은 마음만으론 일상의 난관을 헤쳐가기 어렵다. 그래서 오은영 박사는 부모의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불안해하는 아이 곁에 ‘내가 졌다’는 표정으로 모든 걸 포기한 듯한 엄마가 앉아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지 못한 채 다른 곳을 응시하는 두 사람에게서 언뜻 ‘도와주세요’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비친다.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한 여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캐치해낸다. 그리고 이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며 아이와 엄마의 간극을 좁혀나간다. 

매번 이 마법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는 바로 오은영 박사다. 지난 5월 시작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매주 금요일 오후 8시)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그녀는 전국의 부모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고 있다. ‘우리 아이도 방송에 나온 아이와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방송을 보고 따라 해 나아졌다’ 등 여러 맘 카페에 방송 후기가 넘쳐나는 건 기본, ‘오 박사님께 상담받고 싶다’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 등 만남을 원하는 이도 적지 않다. 

오은영 박사에 대한 부모들의 믿음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니다. 2006년부터 SBS 교양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9년간 참여했고, 같은 해부터 EBS ‘60분 부모’에도 8년간 전문가로 출연했다. 이후 지금껏 주요 일간지에 꾸준히 육아와 관련된 칼럼을 쓰며, 전국에서 강연을 해오고 있다. 또 지난 5월부터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오늘, 육아회화’란 주제로 매일 2분가량의 육아 팁을 업로드 중이다. 육아회화란 일상에서의 아이와 대화법으로, 아이의 말을 듣고 그 감정을 수긍해준 다음 아이가 배워야할 점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오은영 박사는 지난 10월 육아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김영사)를 펴냈다. 입소문을 타고 판매 호조세를 띤 이 책은 11월 중순 알라딘, 예스24 등 인터넷 서점에서 종합 1위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오은영 박사를 지난 11월 중순, 서울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오은영아카데미’에서 만났다. 늦은 저녁 시간, 강연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선 그녀는 상담을 마친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눈 맞춤을 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방송에 나온 표정 그대로 웃으며 질문에 답하는 오은영 박사에게서 진정한 멘토의 기운이 느껴졌다.


신간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요. 

정말 감사하죠. 가끔 책을 쥐고 아이 다루듯 표지를 이렇게 쓰다듬어요. 책 속에는 쓴 사람의 멘탈 에너지와 내면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잖아요. 그런 소중한 결과물이 많은 분들의 손에 들린다는 것, 표지부터 한 장씩 펼쳐져 글자들이 마음에 가서 닿는다는 것은 정말 신비롭고 감사한 일이죠.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 입 밖으로 내뱉어야 익혀지는 것처럼 육아회화도 공부하듯 ‘소리 내 읽어보라’고 코치한 부분이 신선했어요. 

변화는 조금씩 쌓여서 이뤄지는 거예요. 제가 부모님들께 “아이에게 좋게 말해주세요”라고 하면 “우리 애는 그렇게 말해도 안 들을 거 같아요”라고 답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럼 전 “그럼 그냥 해보세요”라고 말씀드리고 덧붙여 “천만번 해보시고 그래도 안 바뀌면 저한테 따지세요”라고 대답하죠. 육아회화도 외국어 공부와 같아요. 계속 연습하고 입 밖으로 내뱉어봐야 내 것이 돼요. 처음엔 조금 오글거리고 익숙지 않을 수 있지만 하다 보면 자기만의 특징으로 체화돼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책을 보고 직접 따라 해보니 변화가 생겼다는 독자도 있나요. 

이 책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올라온 콘텐츠를 책으로 정리해 엮은 거예요. 오디오클립에 올라온 댓글 중에 ‘우리 아버지가 이상해요. 나를 보면 사랑한다고 하는데 징그러워요. 내가 아빠 아들이라 행복하대요’라는 부분이 있어서 웃음이 났어요. 육아회화는 어린아이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에요. 큰 아이들도 오글거려 하면서도 좋아하거든요. 이런 말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부모에게 듣고 싶죠. 어쩌면 부모들도 자신이 어릴 때 엄마, 아빠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아이에게 하는 것일 수 있죠. 아이를 이해한다는 건 인간을 이해하는 것과 같아요. 아이를 이해하면 배우자를, 부모를 이해하게 되거든요. 다른 시작점에 있지만 하나의 길로 향하는 거죠.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도 부모들 사이 화제예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계신데, 인기를 실감하나요. 

감사할 따름이에요. 최근 엘리베이터에서 한 아이와 마주쳤는데 “TV에 나오는 선생님이죠? 저도 거기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아이들은 부모가 같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보는구나’ 싶었어요. 과거에 여러 육아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예능의 성격을 띤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다 사라졌어요. 시청률만 본다면 없어지는 게 수순이었겠죠. 하지만 시청률이 낮아도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지난해 방송국에서 같이 해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 일부 방송국 관계자는 ‘일반인 부모가 나오는 건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하지만 전 부모들을 믿었어요. 제가 보니까 가르쳐주면 제일 잘 배우는 집단이 ‘부모’더라고요. 모두가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잘 키우고 싶어 하거든요. 그 에너지와 힘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방송 관계자들께 “연예인 부모도 좋지만 자식 문제를 진솔하게 의논하고자 하는 일반인 부모들을 위한 프로라면 참여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진정성을 갖고 방송을 시작했는데, 감사하게도 일반인 부모들 역시 아이만 바라보는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해줬죠. 현재 저희 제작진은 회의를 새벽 2~3시까지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임하고, 촬영에도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대본 주고 시키는 대로 하란다고 하지 않거든요. 아이의 진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부모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녹록지 않은데, 많은 부모들께서 좋게 봐줘서 다행이에요. 

어떻게 몇 분짜리 짧은 영상만 보고 아이의 상태, 부모와의 관계까지 다 파악하시나요. 

그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정답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부모나 어른에게 그게 말이든 눈빛이든 신호를 보내요. 그런데 그걸 보통의 어른들이 잘 알아차리게끔 쉽게 보내지 않아요. 어른들은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를 빨리 보고 짐작해버리는 경우가 많죠. 중요한 건 아이들은 어른인 나와 다른 사람이란 걸 인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평소에 아이가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잘 관찰하고, 그것이 반복될 때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하죠. 또 하나,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최소한 20년은 건강하게 키워 사회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해요. 그러려면 마음의 안정감을 갖고 평화롭게 살아가게끔 돕는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해요. 아이의 문제를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주라는 게 아니에요. 부모들이 아이의 신호를 파악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능력을 조금씩 배양해주는 게 제 목표예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벌써 10여 년 전 방송이에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의자’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시절의 부모들과 지금 세대의 부모들은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궁금해요. 

‘생각하는 의자’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죠. 그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고 자란 학생들이 지금 부모가 됐거나, 부모를 앞두고 있어요. 당시 방송에 출연하면서 2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요. 첫 번째로 훈육이라는 이름 아래 부모가 아이를 때리지 않도록, 화내지 않도록, 소리 지르지 않도록 하는 거였고요, 두 번째로는 부모가 아이를 잘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자는 거였죠. 그때까지만 해도 훈육 방법으로 체벌이 존재하는데, 방송을 보고 잘못을 인지해 바뀌었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제는 부모들이 자녀를 때리지 않아요. 모두 훈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됐죠. 

그때도 지금도 한결같이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채고 어루만져주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언제나 저도 마음이 아파요. 목이 메어 꾹 참기도 하고, 같이 울기도 해요. 그런데 저보다 더 아이를 위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건 부모예요. 그 마음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죠.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유명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만 12개월부터 만 3세 사이에 아이들은 애착을 형성하고, 그 패턴이 고정돼 개인의 삶에 반복되는 양상을 띤다고 합니다. 친구에게든 연인에게든 부모와 형성된 애착 관계를 80~90% 반복한다는 거죠. 좋은 대물림이 아니라면 지금, 부모 선에서 끊어야 합니다. 먼저 나를 알아야 하고, ‘내가 부모와 편치 않았구나’ 싶다면 자식을 대할 때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죠. 지금 서 있는 곳에서 각도를 1도만 틀면, 출발할 때는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겠지만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우리의 도착지는 굉장히 달라질 거예요. 


오은영 박사는 
지난 5월부터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육아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오은영 박사는 지난 5월부터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육아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많은 이가 박사님의 자녀는 어떨까 궁금해합니다. 완벽한 육아 방식으로 훌륭하게 자랐을 것 같은데요. 

남편과 9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5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어요. 거의 포기하고 있을 때 별이 뚝 떨어지듯 임신을 했어요. 사실 대학교수로 일하는데 임신을 하면 어쩌나 하는 등의 고민도 있었지만 막상 임신하고 나니 그런 고민들이 싹 사라졌어요. 인생에 있어 우선순위가 바뀌었던 거죠.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육아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 역시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자기 인생을 돌아볼 때 행복하다고 느끼게끔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성격이 좋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러던 중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8년에 제가 대장암 수술을 받게 됐어요. 삶을 정리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자 아들 얼굴만 쟁반같이 크게 떠오르더라고요. 바쁘다고 못해준 게 많은데, 아침에 아들이 나를 억지로 깨우려고 할 때 1시간이라도 더 일찍 일어나 같이 보낼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죠. 다행히 수술이 잘 됐고, 이후로 정말 아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 아들이 스물세 살인데, 정신이 건강하고 아빠 엄마와도 아주 친해요. 아이를 하나밖에 못 낳은 게 아쉬워요. 

박사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볼 때 ‘우리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 키운 건 훌륭한 방식이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있죠. 아버지가 올해로 아흔이세요. 지금까지 함께 사는데, 어제도 저녁을 같이 먹고 미국 대선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희 아버지께 지금까지도 감사한 건 절 항상 합당하게 대해주신 거예요. 그때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이 심했는데 전 태어나서 ‘계집애가’ ‘여자가’ 이런 소리를 한 번도 듣지 않고 컸어요. 너무 감사한 부분이죠. 32주에 팔삭둥이로 태어나서 병원에서도 죽을 거라고 했는데 다행히 잘 자랐어요. 그게 아마 대견하셨던 모양이에요. 말썽 부리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네’ 하는 고분고분한 타입도 아니었어요. 두 돌까지 울기도 많이 울고, 편식도 심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 말하는 아이였죠. 집에서 ‘여자애가’ 그런 소리를 들었다면 가출했을지도 몰라요(웃음). 어머니 역시 저를 믿어주시고 헌신하셨어요. 어릴 때 제가 잔병치레가 많았는데, 특히 모세기관지염에 자주 걸려 소아과를 가면 의사가 “네가 밥을 잘 안 먹어서 그래” 하며 걱정했죠. 그때 저희 어머니께서 그 의사에게 “우리 아이가 병원 단골인 걸 보니 나중에 커서 의사가 되려나 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굉장히 와 닿았고 실제로 이렇게 의사가 됐어요. 저희 부모님께서 자식을 남녀 차별 없이 사랑하셨고, 자신감을 잃지 않게 독려해주신 덕에 제가 지금 하나의 사람으로 자랐죠. 

요즘 너무 바빠서 진이 빠질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힘들 것 같은데 그럼에도 아이들을 위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원래 직업은 정신과 의사예요.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일을 하잖아요. 또 정신과 진료 과목의 특성상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도 많이 만나게 되죠. 30년 동안 임상 현장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은 물론 부모와 형제, 조부모를 다양하게 만나왔어요. 또 아이가 성장하면서 관계 맺는 많은 사람들, 학교 선생님, 또래들과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오랫동안 지켜봤어요. 그 과정에서 치료받고 변화돼 바르게 크는 아이들을 만나면 정말 흐뭇하죠. 내가 힘이 남아 있는 한, 죽기 전까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그 가족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전 의사가 되고 싶고, 도움을 주며 살고 싶어요.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해요. 그들에게 핵심 조언을 한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에 대한 깊고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가고 돌아보면 후회할 일도 많이 생겨요. 저 역시 후회하는 게 많아요. 그러니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늘 생각하며 아이를 대하길 바라요. 또 하나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해요. 천만번이고 좋게 말해주고, 화내지 않고 대해주면 그것이 쌓여서 어느 날 아이는 ‘내 자신이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한번 아이들에게 “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야”라고 말해보세요. 그러면 아이도 부모에게 똑같이 말할 거예요. 그렇게 아이와 부모는 서로에게 꽃이 되는 거예요. 물론 아이가 미운 순간도 있죠. 그럴 때마다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아이의 마음이 편안하게끔 키울 수 있을 거예요. 세상에 자식을 키우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어요. 그걸 모두 잊지 말았으면 해요.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화면 캡쳐



여성동아 2020년 1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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