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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수산시장의 화려한 변신, 시포트 디스트릭트

EDITOR 오영제

2020. 03. 19

뉴욕 맨해튼은 섬과 같은 지형이다. 동쪽으로는 이스트 리버, 서쪽에는 허드슨 리버가 흐르며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만큼 예전에는 항구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맨해튼 월스트리트와 인접한 시포트 지역(Seaport District)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 중 하나인 사우스 스트리트가 있던 동네다. 이 항구는 1860년대까지 국제 운송과 수산물 거래의 중심 역할을 하는 상업 허브로 이름을 날렸다. 1822년에는 가까이에 풀턴 피시 마켓(Fulton Fish Market)이 들어섰는데, 대서양에서 들어오는 어선들의 목적지이자 19세기 가장 번화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20세기에 접어들어 해운과 무역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항구의 모습도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2005년, 오랜 역사를 간직한 풀턴 피시 마켓이 현대적인 냉장 시설과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맨해튼 위쪽 브롱스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고, 허리케인 ‘샌디’와 9·11 테러 등으로 건물이 손상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침을 겪던 시포트 지역은 2018년 복합문화공간 ‘피어 17’이 오픈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창고 및 유통 시설로 쓰이던 건물은 극장과 상점, 레스토랑으로 변모했고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고급 편집숍 ‘10꼬르소꼬모’, 소호의 개성 넘치는 서점 ‘맥널리 잭슨’, 바와 레스토랑을 갖춘 극장 ‘아이픽 시어터’가 들어섰다. 장 조지와 데이비드 장 등 유명 셰프들의 레스토랑도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최신 트렌드를 갖춘 동네로 거듭났다. 다행스럽게도 1811~1821년에 풀턴가를 따라 지어진 역사적인 건물들은 보존지구로 지정돼 지금도 외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19세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항구가 있던 동네인 만큼 강가 풍경이 무척 아름다운데, 특히 강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광장에 앉아 해 지는 풍경을 바라보기에 좋다.

시포트 디스트릭트의 핫 플레이스

피어 17(Pier 17)

우리나라 말로 ‘제17번 부두’ 격인 피어 17은 과거 부두의 창고 건물을 개조한 곳이다. 특히 루프톱에서는 월스트리트가 있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의 높다란 건물들, 이스트 리버와 이를 가로지르는 브루클린 다리 등 뉴욕의 멋진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뉴욕에서 유일하게 스케이트장을 오픈해 인기를 모았다. 

유명한 어시장이 있던 동네인 만큼 해산물 요리도 빼놓을 수 없는 일. 미쉐린 별 2개를 받은 스타 셰프 장 조지의 해산물을 중심으로 하는 레스토랑 ‘더 풀턴’도 이곳에 문을 열었다. 한국계 미국인 셰프인 데이비드 장이 운영하는 모모푸쿠 계열 ‘바 와요’, 남부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말리부 키친’ 등의 레스토랑도 있다.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 그리고 전시도 진행되는데, 현재는 빛을 내는 8개의 대형 시소가 17번 부두 앞마당에 설치됐다.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뮤지엄

시간을 거슬러 항구도시로서 발전한 뉴욕의 모습이 전시돼 있는 곳. 100년이 훌쩍 넘은 부유식 등대와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의 내부 도면 등을 볼 수 있다. 뮤지엄 한편에 위치한 바운 앤 코(Bowne & Co)는 1775년 설립된 인쇄소다. 문구나 스테이셔너리 마니아라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이곳은 1975년부터는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뮤지엄과 제휴해 19세기 스타일의 인쇄소를 열고, 19세기 활판 인쇄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픽 시어터&10꼬르소꼬모

풀턴 피시 마켓이 있던 건물에는 10꼬르소꼬모 편집숍이 들어섰다. 매장 구경도 재미있지만 개성 넘치는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10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4월 5일까지는 매그넘 포토스와 협력해 사진작가 브루스 길든의 초기 뉴욕 거리 사진과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최신 패션 이미지를 전시하는 ‘LOST AND FOUND’전이 열린다. 2층의 아이픽 시어터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음료와 주류, 음식까지 주문해 즐길 수 있다.

오영제의 뉴욕 트렌드 리포트



리빙 매거진에서 10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뉴욕에서 요리학교 졸업 후 글을 쓰면서, 건강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으른 플렉시테리언(때에 따라 고기도 먹는 베지테리언)으로 살고 있다.



기획 강현숙 기자 디자인 이지은 사진제공 오영제, Seaportdistrict.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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