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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경품 노리는 '짠테크'에 개인정보 유출 ‘비상’

이경은 기자 alien@donga.com

입력 2022.11.17 10:00:01

“개인정보 팔고 포인트 받아요!”

지난 9월 한 ‘짠테크(짠돌이+재테크)’ 블로그에 공유된 이벤트의 첫 문장이다. 링크를 누르면 이벤트 참여자 수에 따라 유명 결제 플랫폼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로 이어진다. 해당 링크를 통해 접속한 참여자가 늘수록 포인트가 커지는 것이다. 참여를 위해서는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적고 마케팅 정보수집과 개인정보 처리 위탁에 동의해야 한다. 참여 인원을 늘리기 위한 공유지만 글 어디에도 개인정보 제공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는 없다.

카드사·통신사 등의 기업이 수집한 고객 정보를 활용해 상품을 광고하는 마케팅 수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불황이 지속되며 무료 상품 제공을 빌미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품 목적의 개인정보 남용은 과다 광고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무료라더니 제품 광고 이어 강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기 위한 무료 이벤트 참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기 위한 무료 이벤트 참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료 이벤트에 참여할 때 개인정보 제공 범위와 추후 과정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기도 한다. 중장년층 홈쇼핑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텔레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홈쇼핑 정보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홈쇼핑 이용 이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무료 이벤트를 안내하고 주소를 받는 식으로 접근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장년층 대상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무료 체험 피해 사례도 대부분 이렇게 이뤄진다. 샘플을 받으면 제품 구매를 권유하는 전화를 지속적으로 하거나, 샘플이 아닌 완제품을 보내고 개봉 시 터무니없는 가격에 강매를 유도하는 것. 무료라는 안내와 달리 택배 착불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말 임 모(67) 씨는 공진단을 무료로 보내준다는 전화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임 씨는 샘플을 받은 뒤 자녀 권 모(32) 씨의 도움 덕에 착불비를 내는 선에서 겨우 추가 연락이 오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권 씨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쇼핑몰 운영 중 간혹 배송지가 잘못 입력돼 배송 오류가 나면 상품을 받은 분이 홈쇼핑 사기가 아니냐며 염려하는 전화를 종종 걸어온다. 그런 경험 덕분에 부모님 문제를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모님 사례를 비롯해) 홈쇼핑 판매대행사가 개인정보 기록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일은 빈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제품 제공 전화는 어떻게 걸려온 걸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해야 원인을 파악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서비스 이용 시 ‘제3자 정보제공’을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가 동의했다면 법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고지한 목적 외 사용이 증명되면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위반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는 가능하지만 무료 이벤트를 비롯해 다수의 플랫폼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면 정확한 사용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료에 현혹되지 않고 정보 주체가 ‘제3자 제공 동의’ 등 약관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착순에 가려진 민감정보 활용 동의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참여하려면 A사의 민감정보 수집﹒이용 약관에 동의해야 한다.(위) ‘짠테크’ 블로거 사이 공유되는 이벤트의 약관 동의 사항.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참여하려면 A사의 민감정보 수집﹒이용 약관에 동의해야 한다.(위) ‘짠테크’ 블로거 사이 공유되는 이벤트의 약관 동의 사항.

이벤트 신청 과정에 개인정보 제공 약관이 분명하게 안내되지만, 세세히 읽을 시간이 확보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선착순 이벤트가 특히 그렇다. A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진행한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그 예. A 사는 하루 700명 한정 10만~50만 원 상당의 유전자 검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6월 기준 경쟁률이 30:1로 인기가 많아 오픈 시간에 맞춰 빠르게 신청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서비스 이용자는 개인정보 관련 약관 중 민감정보 제3자 제공 동의 여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해당 약관에 필수로 동의해야 하는데, 홈페이지에 고지된 약관 안내에 따르면 민감정보 제3자 제공의 목적은 ‘유전자 분석 결과 서비스 앱 내 제공’과 ‘맞춤형 상품 추천 및 통계·분석’이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현재 (약관에 명시한 목적 중) ‘유전자 분석 결과 서비스 앱 제공’만 이뤄지고 ‘맞춤형 상품 추천 및 통계 분석’은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8월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이용한 황준혁(23) 씨는 “(신청 당시) 시간에 쫓겨 약관을 읽어보진 못했다”며 “상품 추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유채연(24) 씨도 “급하게 화면을 넘기느라 약관 세부 사항은 몰랐는데 개인정보 통계·분석에 동의했다니 괜히 께름칙하다”고 말했다.


사업자는 명확하게, 제공자는 꼼꼼하게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가천대 법학과 교수)은 “개인정보 처리자는 동의를 받을 때 수집·이용 목적을 정보 주체가 인지하고 이해하기 쉽게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 따라 유전자 정보 같은 민감정보가 검사 외 추가적 목적으로 쓰일 시 이를 별도 표시를 통해 분명하게 안내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위법할 수 있다”며 “2019년 홈플러스가 1mm 크기로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고지하고 정보를 수집한 후 보험사에 넘겨 관계자들이 유죄 판정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별도 표시는 민감정보 제공 동의 시 제공 목적의 글씨 크기·굵기·색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해당 안내 화면을 수십 초 이상 경과 후 넘기도록 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는 “정보 주체도 당연히 개인 건강, 유전자 등 민감정보 제공을 경계해야 하지만 업체 스스로 정보수집 목적 고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짠테크 #개인정보 #민감정보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애플리케이션캡처 홈페이지캡처



여성동아 2022년 11월 7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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