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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가난하지만, 섹시한” 베를린 5박 6일 여행기

문영훈 기자

2023. 03. 29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다.” 2004년 당시 베를린 시장 클라우스 보베라이트의 말은 아직도 이 도시를 상징하는 말로 회자된다. 월세가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베를린에 가난하다는 수식은 이제 어울리지 않지만 매력적인 도시라는 건 분명하다. 

취업 준비를 하던 2019년, 막연하게 입사 후 베를린에 가겠다고 메모장에 적어뒀다. 파리처럼 아름답진 않지만 자유로운 도시, 바르셀로나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 대학 시절 두 번 베를린을 찾았을 때 느낀 인상이었다. 하지만 입사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졌고 해외여행은 요원해졌다. 엔데믹을 바라보는 2023년 1월, 지인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이 베를린에 갈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밴드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은 유튜브 ‘피식쇼’에 출연해 SNS에 나도는 ‘힙스터 테스트’를 당했다. 그 마지막 질문이 “최근 베를린에 다녀온 적이 있나”였고 황소윤은 “그렇다”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베를린이 힙스터들의 성지가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냉전 당시 베를린은 동구권에서 최후의 자유주의 보루 역할을 했다. 서베를린이 동독 지역에서 고립된 섬처럼 존재했기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전 세계 예술가가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념 전쟁이 사라진 곳에 자유가 깃들었다는 상징성과 저렴한 물가가 한몫했다. 베를린시는 젊고 국제적인 이미지를 시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용해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시작했고 베를린은 젊음과 자유를 상징하는 문화 수도로 자리매김했다.

힙스터가 되는 험난한 여정

인천공항에서 스키폴 공항을 거쳐 브란덴부르크 공항으로 향하는 일정(왼쪽). 브란덴부르크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베를린 중심가 알렉산더플라츠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스키폴 공항을 거쳐 브란덴부르크 공항으로 향하는 일정(왼쪽). 브란덴부르크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베를린 중심가 알렉산더플라츠역에 도착했다.

힙스터가 되든, 그냥 관광객이 되든 우선 베를린 도착이 먼저다. G7 독일의 수도답지 않게 인천국제공항에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공항으로 향하는 직항 노선은 없다. 주로 독일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하는 노선을 이용한다. 환승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합쳐 최소 17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비행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왕복 항공료는 2월 기준 130만~150만 원 선으로 인·아웃 하는 요일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니 날짜를 고를 여유가 된다면 저렴한 날짜를 선택하자.

2월 21일 새벽 1시 2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문제는 환승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1시간밖에 없다는 것. 사실 경유 경험이 없는 기자는 지하철 갈아타듯 비행기를 바꿔 탈 수 있는 줄 알았다. 게다가 예상 시간을 30분 가까이 지나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환승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스키폴국제공항을 질주하듯 달려야 했다. 그렇게 땀을 삐질삐질 흘린 채 베를린행 비행기에 탑승했건만 브란덴부르크공항에 도착해보니 수화물은 환승을 하지 못했다. 결국 다음 비행기로 짐이 올 때까지 4시간가량 공항에서 기다렸다. 여행 출발과 동시에 진땀을 빼고 싶지 않다면 경유 시간은 적어도 2시간 이상으로 선택하자.

브란덴부르크공항까지 무사히 도착했다면 베를린 시내로 가야 한다. 방법은 크게 기차, 버스, 택시 3가지다. 기차나 버스를 이용할 경우 대중교통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여기서 잠깐 베를린 대중교통 이용법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베를린에서 운영되는 대중교통은 U-Barn(지하철), S-Barn(광역전철), 트램(전차), 버스 등이 있다. 편도 3유로 티켓을 끊으면 2시간 동안 해당 구간 내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5일 이상 머물 생각이라면 7일권(AB구간 기준 36유로)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티켓을 구입한 뒤에는 펀칭이 필수다. 펀칭을 하면 날짜와 시간이 찍히는데 이 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증명으로 쓰인다. 별도의 개찰구 없이 지하철을 탈 수 있는 대신 가끔 검표원이 표와 펀칭 여부를 검사한다.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입할 경우 QR코드를 보여주면 된다.

집을 떠난 지 24시간이 훌쩍 넘어 예약해둔 호텔에 도착했다. 포근한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참고로 앞서 언급했듯 유럽 대도시와 비교해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5성급 호텔은 하루 20만 원대, 4성급은 하루 10만 원대에 구할 수 있다. 진짜 베를리너의 삶을 잠시나마 느껴보고 싶다면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찾아보자. 10년 전 베를린에 처음 여행 왔을 때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 베를린 청년의 남는 방에서 지냈는데, 음식점 등 베를린에 오면 꼭 가야 할 곳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맥주와 커피의 도시

식도락을 여행에서 중요하게 여긴다면 굳이 베를린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생각해보자. 독일 음식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소시지? 기후가 비교적 척박한 탓인지 서쪽의 프랑스, 남쪽의 이탈리아 사람들과 달리 독일인의 조상은 음식에 목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도 독일에 온 기분을 내려면 돼지 다리(족발)를 구워 만든 슈바인스학세, 소시지에 커리 소스를 얹은 커리부어스트, 돈가스와 유사한 슈니첼(이마저도 원조는 오스트리아)을 추천한다.

비판으로 시작했지만 이들의 주식인 빵과 치즈, 햄 등은 당연히 기본 이상이다. 또 튀르키예 대표 음식인 케밥 가게는 베를린 거리 어디에나 있다. 고기와 야채와 스파이시 소스로 버무린 케밥은 해장에 제격이니 꼭 먹어보자. 베를린 3대 버거 중 하나인 ‘버거마이스터’ 역시 추천한다. 빵과 소고기 패티의 조화가 완벽한 햄버거도 그만이지만 두껍게 튀긴 감자튀김이 일품이다. 케첩 대신 마요네즈를 찍어 먹는 게 이곳의 국룰. 그래도 한 끼는 독일 음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아 오스트리아 가정식을 파는 식당에서 슈니첼을 주문했다. 독일 할머니가 해준 듯한 담백한 돈가스랄까. 조금은 뻑뻑한 맛을 상쇄해준 것은 맥주다.

독일은 16세기 초 맥주의 품질을 국가 차원에서 보장해야 한다며 법까지 만든 나라다. 물보다 맥주가 싸다는 말은 진실에 가까웠다. 에데카(EDEKA)나 레베(REVE) 같은 중소형 마트에 가면 1유로(14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500㎖ 캔 맥주를 살 수 있다. 음식점에 가도 베를리너 킨들 바이세, 예버 필스너, 벡스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생맥주로 마실 수 있다. 전 세계 유명 브루어리의 체인뿐 아니라 베를린에서만 방문할 수 있는 브루어리도 있으니 맥주를 사랑하는 이라면 들러볼 만하다.

맥주와 함께 커피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로스터리가 베를린에 모여 있다. 한국에도 매장이 있는 ‘더반 커피’ ‘보닌자 커피’와 함께 ‘디스트릭트 커피’가 온라인상에서 베를린 3대 커피로 불린다. ‘3대 커피’ 수식 따위엔 연연하지 않는 이들에겐 ‘엘리펀트 커피’를 추천한다. 미테 쇼핑 거리 한복판에 있어 카드를 긁고 조금 씁쓸해진 마음을 달래기 좋다. 흡연자라면 카페나 바를 방문할 때 야외 테이블을 이용하자. 재떨이를 요청하면 베를린의 바람을 느끼며 음료와 담배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제작실장을 만나다

크리스티안 펫촐트 ‘어파이어’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 영화가 끝난
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가
모두 올라와 자리를 빛냈다.

크리스티안 펫촐트 ‘어파이어’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 영화가 끝난 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가 모두 올라와 자리를 빛냈다.

매년 2월 열리는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다. 임권택,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베를린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3대 영화제 중에서 급진적인 성격을 띠며 신인 발굴에 힘을 쏟는 특징을 갖고 있다. 포츠담 광장 인근에 있는 메인 상영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를 중심으로 베를린 전역에서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제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매년 2월 포츠담 광장에 있는 베를리날레 플라스트를 중심으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열린다(왼쪽). 베를린 영화제 기간에는 베를린 거리에서 영화제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년 2월 포츠담 광장에 있는 베를리날레 플라스트를 중심으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열린다(왼쪽). 베를린 영화제 기간에는 베를린 거리에서 영화제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제 참석을 위해 베를린을 방문한다면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날씨다. 유럽 특유의 습한 겨울과 0℃ 선을 간당간당 상회하는 기온이 합쳐져 한국에서 느끼지 못한 겨울을 맛볼 수 있다. 감기 몸살을 피하려면 바람막이나 얇은 패딩 정도는 하나 챙겨 가자. 이번 영화제 기간에도 잠시 해가 내리쬐는 날이 있었지만 대부분 비와 구름이 함께했다.

기자는 혁신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인카운터스 부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신작 ‘물 안에서’를 시작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어파이어’, 신인 감독 작품을 발굴하는 포럼 부문의 유형준 감독 작품 ‘우리와 상관없이’를 이틀에 걸쳐 봤다. 베를리너들의 영화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듯 모든 상영관은 만석이었다.

베를린 영화제 ‘물 안에서’ 첫 상영 무대 인사. 홍상수 감독과 제작실장으로 참여한 김민희 배우가 참석했다.

베를린 영화제 ‘물 안에서’ 첫 상영 무대 인사. 홍상수 감독과 제작실장으로 참여한 김민희 배우가 참석했다.

2월 22일 ‘물 안에서’ 상영을 앞둔 ADK(Academy of Arts) 극장 내부가 술렁거렸다. 홍상수 감독과 이번 영화에서 제작실장을 맡은 배우 김민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른 김민희는 “총 6회로 촬영한 영화”라며 “재밌게 관람하길 바란다”고 상영 전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홍상수의 영화가 으레 그렇듯 줄거리는 간단하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제주도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을 담았다. 흥미로운 것은 아웃포커싱을 이용한 영화의 촬영 방식이다. 홍 감독은 영화가 끝난 뒤 “처음엔 아웃포커싱 실험을 터무니없다고도 생각했지만 막상 카메라 뒤에서는 아웃포커싱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새로운 실험을 담은 ‘물 안에서’는 4월 12일 한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이집트 유물을 베를린에서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 전경.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 전경.

그래도 여행기를 쓰려면 박물관 하나 정도는 방문해야 하지 않을까. 우연히 숙소도 박물관섬에 있는 곳으로 구했다. 구박물관, 신박물관, 보데 박물관, 페르가몬 박물관, 국립회화관 등 5개의 박물관이 이 섬에 몰려 있어 붙은 이름이다.

이 중 하나만 꼽으라면 신박물관이다. 18세기 프로이센왕국 고고학 연구단이 이집트 무덤을 발굴하고 고대 유물을 수집해 돌아왔다. 이집트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겠지만 2500여 점의 이집트 유물이 이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네프레티티 이집트 여왕 흉상이 신박물관을 상징하는 소장품이다.

베를린 신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네프레티티 이집트 여왕의 흉상.

베를린 신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네프레티티 이집트 여왕의 흉상.

박물관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박물관섬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베를린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인 베를린돔에서 시작해 슈프레강을 따라 산책하기 좋다. 북동쪽으로 가면 368m 높이의 베를린 TV타워와 미테 쇼핑 지구도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는 청개구리처럼 함부르거반호프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반호프(bahnhof)는 독일어로 기차역이라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된 함부르크역을 재건해 1996년 만들었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요셉 보이스, 존 케이지, 백남준 등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상설 전시 대신 70년 바이닐 역사를 되짚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레트로 열풍과 함께 미국에서는 바이닐 생산량이 CD를 넘어섰다는데, 유럽도 예외가 아닌 듯했다. 앤디 워홀, 바바라 크루거가 작업한 바이닐 등 700개의 바이닐이 팝, 펑크, 테크노 등 장르별로 묶여 있었다. QR코드를 촬영하면 바로 음악이 재생되는 오디오 안내도 제공해 눈으로 바이닐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함부르거반호프현대미술관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를 확인해보자.

나체도 괜찮아, 베를린 클럽

베를린 클럽 베르크하인 앞 웨이팅 라인이 길게 늘어서 있다.

베를린 클럽 베르크하인 앞 웨이팅 라인이 길게 늘어서 있다.

베를린은 클럽의 성지로 불린다. 클럽 투어를 위해 베를린을 방문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베를린시 역시 클럽에 진심이어서 클럽은 박물관이나 극장처럼 문화시설로 분류된다.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베르크하인(Berghain). 세계에서 가장 입장하기 까다로운 클럽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곳의 입장 조건을 아무도 특정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올 블랙 착장, 혼자나 2명만 가야 입장에 수월하다는 풍문만 떠돈다.

악명 높은 베르크하인 웨이팅 라인에 줄을 선 것은 2월 25일 토요일 새벽 2시. 클럽 앞에서 파는 맥주 1병을 손에 들고 비바람을 견뎠다. 베르크하인을 위해 왔다는 벨기에 커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Not today(오늘은 아니야).” 문지기는 단호하게 말했다. 벨기에에서 온 커플도 마찬가지. 퇴짜를 당한 후 지켜보니 절반 정도는 “오늘은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고분고분 돌아갔다. 베를린에 사는 지인은 추후 “나도 여기 10년 넘게 살았지만 베르크하인 통과 기준은 잘 모른다”며 기자를 위로했다.

분하다. 이대로 숙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비행기에 오르기 12시간 전 베를린을 상징하는 또 다른 클럽인 킷캣(Kitkat)으로 향했다. 킷캣은 베를린 클럽 중 가장 매운맛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곳의 드레스 코드는 엄격하다고도 혹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클럽에 들어가면 최소한의 의복만 걸치기 때문이다. 물론 나체도 가능하다. 클럽 내부의 광경은 독자 상상에 맡긴다.

비교적 무난한 클럽을 원한다면 ‘트레조어(Tresor)’도 있다. 빡빡한 일정 탓에 이곳까지 가볼 여력은 되지 않았다. 클럽에 중점을 두고 베를린을 방문한다면 베를린 동쪽 슈프레강 인근에 숙소를 구하는 것이 편리하다. 금요일과 토요일 베를린 대중교통은 24시간 운영된다는 점도 참고하자.

BERLIN
베를린이 처음이라면?
5박 6일의 짧은 일정 탓에 과감히 생략한 베를린의 랜드마크. 베를린을 처음 방문한다면 아래 중 적어도 2곳 이상은 갔다 와야 “나 베를린 다녀왔어”라고 말할 수 있다.

1. 브란덴부르크 문
18세기에 지어진 고전주의 양식의 개선문이다. 서울로 치면 광화문에 해당하는 건물로 독일의 근현대사가 담겨 있다. 1806년 나폴레옹이 프러시아 군대를 무찌르고 이곳을 통과했고,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이곳에서 “고르바초프여, 이 장벽을 무너뜨리시오!”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2. 베를린 TV타워
동독 시절 만들어진 송신탑이다. 높이 368m로 독일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베를린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서울의 N서울타워(남산타워)인 셈. 높이 덕에 베를린 중심부에선 어디서나 TV타워를 볼 수 있다.


3. 홀로코스트 메모니얼
유대인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추모하는 2711개의 콘크리트 비석이 서 있다.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이 2005년에 만들었다. 서울로 치면 시청 광장 앞에 세워진 셈인데 독일인들의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4. 베를린 필하모니
좌석에 따라 1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현악단의 연주를 즐길 수 있다. 2월 16일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연주 일정을 참고해 베를린 여행을 계획하시길.


5. 체크포인트 찰리
과거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연결하는 검문소 중 하나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와 함께 분단을 상징하는 장소다.





6.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독일 통일 후 흉물스럽게 방치되던 베를린장벽에 21개국 118명의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형제의 키스’가 가장 유명하다. 소련의 서기장 브레즈네프와 동독 서기장 호네커가 사회주의가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키스 퍼포먼스를 벌인 일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다. 두 공산주의자의 치명적인 염원은 풍자로 남았다.

#여성동아

사진 문영훈 게티이미지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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