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히 대조되는 블랙 & 화이트 컬러 배치와 유리 소재의 테이블이 쾌적한 느낌을 더한다.
“지금까지 살았던 집들을 떠올려보면 다 비슷했어요. 화이트 컬러와 우드 톤으로 따뜻하면서 내추럴한 분위기를 연출한 평범한 집이요. 모던한 컬러와 디자인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 맞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모님 집을 제 마음대로 고칠 수는 없었죠. 그래서 신혼집만큼은 블랙을 주조색으로 모던하게 꾸미고 싶었어요. 다행히 남편도 취향이 같아 무리 없이 마음에 드는 집을 완성했어요.”
전석우·정수연 씨는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새내기 부부다. 매일 경기도 이천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남편을 위해 회사 셔틀버스 승차장 위치, 북적이지 않는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지어진 지 20년이 조금 넘은 지금의 아파트를 선택했다. “구축 아파트라 리모델링은 반드시 필요했어요. 당장은 출산 계획이 없어서 철저히 저희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리모델링 방향을 잡았죠. 예를 들자면 욕실의 경우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용 욕실과 부부 욕실이 붙어 있는 구조였는데, 사이 벽을 허물어 커다란 하나의 욕실로 만들었어요. 저희 부부만 사용하는데 굳이 활용도 떨어지는 좁은 욕실 두 곳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과감한 선택 덕에 욕실은 훨씬 넓어졌고, 활용도 역시 높아졌어요.”
전석우·정수연 부부의 집은 블랙 컬러를 메인으로 한다. 무게감 있는 블랙은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컬러이지만, 반대로 블랙 특유의 무게감 때문에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물론 공간이 답답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단점. 이에 부부는 마감재나 큰 가구 등은 블랙 컬러로 통일하되 흰 벽이나 메탈, 유리 소재의 가구 등을 적절히 활용해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개방감 있는 현관과 거실
아트 월과 같은 느낌의 루버 스타일 장식은 베란다로 나가는 히든 도어.
“저희 집 현관이 유독 좁은 편이에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만나는 공간은 집의 첫인상과도 같은데, 너무 좁기 때문에 집 전체가 답답해 보이는 것 같아 고민이었죠. 그래서 찾아낸 대안이 투명 유리 파티션과 중문이에요. 파티션은 일부러 거실을 조금 침범하는 범위로 세웠어요. 현관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그 덕에 현관 한 면을 벤치로 채웠는데도 그리 좁아 보이지 않아요. 투명한 유리 소재라 거실에서 바라봐도 답답하지 않고요.” 현관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작은 나무가 심어진 화분. 햇빛이 들지 않고 통풍도 되지 않는 곳의 특성상 조화로 대체해두었는데, 얼핏 생화로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공간에 생기를 더한다.
현관에는 개방감을 더한 유리 중문과 파티션. 벤치 하부장을 만들어 수납력을 높였다.
거실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마감재는 블랙 컬러 강마루다. 생활 먼지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마저도 상쇄되는 만족스러운 아이템이라고. “리모델링을 마치고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바닥이에요. 바닥 컬러는 블랙으로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소재는 고민이 많았거든요. 강화마루, 원목마루 등 몇 가지 선택지 중 고민하다가 강마루로 결정했는데 질감이나 구현된 컬러감, 보행감 등 여러 가지로 만족스러워요.” 거실 벽 한 부분을 장식하는 빗살무늬 루버도 눈에 띈다. 단순한 아트 월과 같지만 사실 이 장식은 베란다로 나가는 히든 도어. “시공을 맡아주신 실장님께서 베란다로 나가는 문은 일반 도어 대신 장식으로 보이는 루버 스타일로 하면 어떻겠냐고 권해주셨어요. 문이 예쁘기는 쉽지 않잖아요. 문의 기능도 무리 없이 하면서 고급스러운 아트 월처럼 보이니 너무 만족스러워요. 저희 집의 분위기와도 아주 잘 어울리고요.”
공간 재구성이 빛나는 주방과 욕실
수전 등 디테일한 소품까지 블랙 컬러로 가득한 주방.
거실에서 눈길을 옆으로 살짝 돌리면 군더더기 하나 없이 모던한 다이닝 공간이 펼쳐진다. 평범해 보이는 주방이지만 이 작은 공간 안은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어낸 수납공간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구옥의 특성상 주방이 유독 작았어요. 요즘은 주방 가전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냉장고도 김치냉장고까지 두 대 들여야 하고요. 주어진 공간에 가전들을 놓을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럼 더욱 협소해질 것이 뻔했어요.
작은 다용도실 공간을 활용해 큰 가전과 빌트인 가구 자리를 마련했다
제게 블랙 & 화이트 하우스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면,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은 주방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최대한 널찍하게 주방을 쓰고 싶어 하는 남편의 로망까지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주방에 딸린 작은 다용도실로 눈이 갔죠. 다용도실 공간을 적극 활용하면 덩치가 큰 가전은 물론이고, 빌트인 가구까지 잘 맞춰 세팅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지금 보이는 빌트인 가구와 냉장고가 놓인 곳은 모두 다용도실을 활용한 공간이에요. 그 아이디어 덕에 엄청난 수납력을 자랑하는 깔끔한 주방을 구현해낼 수 있었죠.”
조적식으로 완성한 고급스러운 욕실. 두 개의 욕실을 터 하나의 욕실을 만든 덕분에 샤워 부스와 욕조 모두를 한 공간에 배치할 수 있었다.
공간 재구성 아이디어는 욕실에서도 빛난다. 나란히 붙어 있는 두 개의 욕실 사이 벽을 허물고 호텔 부럽지 않은 크고 세련된 하나의 욕실을 완성한 것. “시공 전 욕실 크기가 매우 작았어요. 특히 부부 욕실은 양변기 옆에서 세안과 간단한 샤워만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작았죠. 공간의 개수보다 활용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두 개의 욕실이 붙어 있어서 사이 벽만 제거하면 쉽게 한 개의 욕실로 만들 수 있었기에 큰 고민 없이 허물고 조적식으로 전체를 디자인했죠. 모던하게 디자인된 널찍한 욕실에서 반신욕도, 샤워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아요.”
활용도 높인 침실과 드레스 룸
파티션에 선반 형태의 데스크를 만들어 화장대로 활용한다. 데스크 밑 남은 공간엔 빨래 바스켓을 보관한다.
침실은 파티션을 기준으로 드레스 룸과 베드룸으로 나뉜다. 침대와 일체형으로 제작된 파티션 중 침실을 향하는 면은 침대 헤드와 보디, 콘솔 역할을 한다. 드레스 룸을 향하는 면은 거울과 스툴을 더해 화장대로 활용한다. “침실은 꽤 넓었어요. 방이 세 개이긴 하지만 제 일을 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필요했고, 남편도 취미 공간이 필요했기에 침실이 드레스 룸 역할도 할 수 있길 원했죠. 시공을 맡아주신 실장님께서 침대, 화장대로 활용할 수 있는 파티션 아이디어를 주셨고 저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단, 블랙 파티션으로 벽 전체를 가릴 경우 컬러의 특성상 너무 답답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파티션의 일부는 유리로 하기로 했죠.” 파티션에 사용된 유리는 드레스 룸이 잘 보이지 않고 파티션 패턴과 통일감을 줄 수 있도록 빗살무늬의 불투명한 모루유리로 선택했다. 그리고 파티션은 관리가 쉽고 원목 패턴을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필름 작업으로 마무리했다.
파티션을 활용, 하나의 공간을 두 곳으로 분리해 효율성을 높였다.
집에 들어섰을 때 블랙 컬러가 주는 묵직하고 차분한 느낌이 좋아 실내 전체를 블랙과 화이트로 꾸미고 싶었다는 전석우·정수연 부부. 머릿속에 그리던 그림을 바람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집 안 곳곳에 멋지게 녹여낸 이들의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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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집스토리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