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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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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근대5종 아이돌 전웅태 ‘선배 정진화와 브로맨스, 플레이리스트, MBTI…’

글 이진수 기자

2021. 08. 20

도쿄 올림픽에서 국민들에게 생소한 근대5종 종목 깜짝 메달을 획득, 감동을 안긴 전웅태 선수. 아이돌 못지않은 훈훈한 외모까지 갖춰 인기몰이 중이다. 열정과 유쾌함으로 똘똘 뭉친 전웅태의 매력 속으로!

“저의 동메달이 아닌, 대한민국의 근대5종 동메달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값집니다. 대한민국 근대5종은 이제 시작입니다.”

2021년 8월 7일 도쿄 올림픽 근대5종경기에서 3위를 차지한 전웅태(26) 선수가 인터뷰 도중 울먹이며 한 말이다. 전웅태 선수는 두 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근대5종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다.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사격, 육상) 등 다섯 종목을 순서대로 겨루어 종합 점수로 순위를 매긴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프랑스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전쟁 중 군령을 전하기 위해 적진을 돌파한 나폴레옹 부하의 영웅심을 기리기 위해 고안한 종목으로,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우리나라는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 참가해왔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전웅태의 모습은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는데 그의 눈물 뒤에는 비인기 종목에 머물렀던 그동안의 설움이 있었다. 최근에는 2020년 4월 KBS Joy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했던 그의 클립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웅태는 이 프로그램에 ‘비인기 종목 근대5종,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고민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근대5종경기의 존재를 알렸다. 해당 클립은 8월 18일 기준 조회 수 1백18만을 기록하며, ‘금메달보다 백배 더 소중한 동메달이다’ ‘이미 근대5종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는 응원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전웅태는 서울체육중학교 1학년 때 감독의 권유로 근대5종경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영선수로 활약했던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터. 그는 수영선수 시절에는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종목을 변경한 뒤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2011년 첫 세계 대회인 이스탄불 세계유소년 선수권대회 근대5종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매년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금·은메달을 휩쓸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메달 기록에도 전웅태의 마음은 항상 불편했다고 한다. “근대5종이 뭐예요?”라는 사람들의 물음이 끊임없이 따라다녔기 때문. 그는 지난 7월 29일 올림픽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한국 커뮤니티와 국가대표·문화예술인 커뮤니티 골든브라더스에서 기획한 ‘오프 더 레코드-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전웅태 선수를 만나다’ 대화방의 게스트로 참여했다. 올림픽 팬들과 대화를 나누며 근대5종 종목을 알리는 자리를 가졌다고. 커뮤니티 관계자에 의하면 그날 전웅태는 새벽부터 무려 9시간을 운동했는데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긍정 에너지로 가득했다고 한다. 아이돌 못지않은 비주얼로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금, 사랑이 넘쳐 행복하다는 그와 8월 12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제32회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에서 우리나라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전웅태 선수.

제32회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에서 우리나라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전웅태 선수.

우리나라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에요. 국민들에게 종목을 알리는 계기가 됐는데 소감이 어때요.

너무나 영광이죠. 갑자기 많은 관심과 사랑이 흘러넘쳐서 행복하고요. 이번에 같은 종목에서 4위를 한 정진화 형과 함께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서로 후회 없는 경기를 했기 때문에 또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올림픽을 마치고 8월 9일 귀국해 가장 먼저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해요.

집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전화 인터뷰를 했어요. 도착 순간부터 지금 인터뷰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니 너무 행복해요. 제가 SNS에 강아지 사진만 올려도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경기 끝나고 푹 쉬고 싶었는데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윤일모 감독님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럼 저는 노를 확실하게 젓겠습니다(웃음).

부모님도 엄청 자랑스러워하시죠.

네. 부모님이 사인을 원하시거나 “아들아 사진 한 번만 같이 찍어줘라” 부탁하시니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정말 크구나’ 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어요.

메달 효과를 체감하나요. 전웅태 선수 유튜브 영상 댓글마다 칭찬이 어마어마해요.

솔직히 감동했어요. 제가 이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왜 다들 좋아해주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DM도 일일이 답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주했고요. 진화 형이랑 “우리가 원하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웅태야 고생했다” “형 진짜 고생하셨어요”라며 코끝 찡하게 방에서 DM을 본 기억이 나네요. 저희가 절실하게 원한 관심이니까요. 하지만 아직 좀 낯설기는 해요.

선배 정진화 선수와의 브로맨스도 감동적이었어요. 혼자 메달을 따서 안타깝기도 했을 듯해요.

진화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요. 형한테 메달을 줬어야 했나, 양보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요. 근데 운동선수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되잖아요. 경기 전에 진화 형이랑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얘기했고, 진화 형도 후회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jun__oo__

@jun__oo__

근대5종 종목 알리기에 진심이 된 계기가 있나요.

진화 형이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따고 나서부터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큰 이슈가 안 되더라고요. 이 정도까지 사람들이 모르는 종목인가 싶었어요. 제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도 “근대5종이 무슨 종목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고요. 그때부터 근대5종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 채널 ‘헤이브로즈’를 시작했고, 종목 알리기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수영선수로 활동하다 생소한 4가지 종목을 시작하려니 처음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도 힘들긴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종목이 다양해서 운동할 때 지루하지 않았고요. 처음 사격 배울 때는 물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펜싱을 시작했을 때도 재미있었어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 자체가 흥미롭잖아요. 이런 요소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요즘은 메달 따는 게 너무 재미있어졌어요(웃음).

슬럼프가 왔을 때 전웅태 선수만의 극복 방법이 있다면요.

쉴 때는 운동 생각을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해요. 그날 펜싱이 잘 안됐더라도 쉴 때는 생각을 1도 안 하려고 하죠. 음악은 거의 저와 한 몸 같아요. 러닝 할 때도 음악 들으면서 뛰고, 펜싱 할 때도 틀어놓고요. 수영할 때 빼고는 음악을 계속 듣는 것 같아요.

음원사이트 멜론에 전웅태 선수의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올라와 있더라고요.

네, 맞아요. 래퍼 창모·애쉬 아일랜드 등이 속한 힙합 레이블 ‘앰비션뮤직’을 좋아하고, 음악은 다 힙합이에요. 신기하게 올림픽 전에 앰비션뮤직에서 파이팅 댓글도 남겨줬어요.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하루 15시간씩 운동을 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야말로 열정과 열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 같아요. 평소 어떤 성격인지, 엠비티아이(MBTI)도 궁금해요.

재밌는 거 좋아하고, 활발하고, 가만있지 못하고, 제 얘기하는 거 좋아해요. 팬분들이 “MBTI가 뭐냐”고 계속 물어봐서 오늘 아침에 해봤어요. ENFP-T가 나왔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주목은 받고 싶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사람 유형이래요.

맞는 것 같아요. 관종이고 싶은데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지면 ‘조용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요. 까칠합니다(웃음).

이번 올림픽에 대해 자기 평가를 한다면 본인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최초’라는 타이틀과,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어서 일단 이번 올림픽은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펜싱 목표로 21승이나 23승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결과가 그렇게만 나오면 ‘무조건 메달이다’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23승을 할 수 있었는데 21승을 한 건 아쉽더라고요. 더 좋은 결과로 도약하기 위해 재정비 시간을 거쳐 훈련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도쿄 올림픽에서 전웅태 선수 배정 말이 과테말라 선수가 탔을 때 낙마가 일어났었어요. 단기간에 말과 친해지고, 또 경기를 이어나가는 게 어려운 일인데
전웅태 선수만의 교감 비법이 있나요.


근대5종에서는 같은 말을 2명의 선수가 타거든요. 과테말라 선수의 경우 승마 실력은 출중했는데 말과 템포가 좀 안 맞아서 떨어진 거예요. 혹여나 말이 다치거나 겁먹지 않았을지 살펴봤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더라고요. 1번 장애물에서는 약간 주춤했는데 다행히 나머지에서 잘 풀렸어요. 한국에서 훈련할 땐 총 25마리의 말이 있어서 매일 다른 말을 타요. 실제 경기장에서는 이 말이 훈련할 때의 어떤 말과 비슷하다, 대조하면서 경기에 임하고요.

요즘 SNS에서 ‘저세상 귀여움’ ‘아이돌 재질’ ‘아이돌계가 체육계에 뺏긴 인재’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제가 팬분들한테 막 물어봤어요. “왜 자꾸 저한테 그러냐. 저 귀여운 스타일 아니다” 그랬더니 “왜 당신만 모르냐”고 답하더라고요. 제가 없는 오픈 채팅방도 있어요. 고독한·안 고독한 웅태 방(말없이 사진 공유하는 팬 채팅 방)이요. 너무 감사해서 톡방에 선착순으로 멜론 맛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보내고 왔어요.

스타일 좋다는 칭찬이 자자할 정도로 패션 감각도 남다른 것 같아요.

옷을 엄청 좋아하는데 평소에는 루스한 핏에 편하게 입는 걸 즐겨요. 여행 갈 때는 단정하게 꾸안꾸 스타일로 입고요. 화이트 티셔츠에 와이드 팬츠를 매치해 무난하게요. 좋아하는 브랜드도 진짜 많은데 돈이 없어서 못 사죠(웃음). 특히 디올을 좋아하는데 로고를 활용한 크로스백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패션 하면 약간 로고 플레이가 있어야죠(웃음).

심플한 룩에 포인트 주는 걸 좋아하나 봐요. 쇼핑 스타일도 궁금하네요.

잘 아시네요. 인터넷 쇼핑도 하고, 코스(COS) 매장도 자주 가요. 깔끔하고 심플한 걸 좋아해서 미국 캐주얼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도 많이 입고요. 선글라스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제품을 자주 찾아봐요. 비싼 거 입을 때도 있지만 저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 2만~3만원짜리 티셔츠를 매일 입고 다닐 때도 있어요.

2024년 파리 올림픽에 근대5종경기를 직관하러 가고 싶다는 팬들도 많아졌는데 앞으로의 계획은요.

크게 부담을 갖진 않아요. 올림픽 메달은 하늘에서 내려준다고 하잖아요. 이번에는 ‘동메달만 가져라’ 이런 느낌이었다면, 당장 눈앞에 있는 아시안게임과 3년 후 파리 올림픽까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으로 근대5종을 알리는 게 목표였다면, 다음 올림픽 목표는 무엇일까요.

‘역시나 근대5종 전웅태’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사람들이 느꼈으면 해요. 너무 김칫국 마시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와 진화 형은 근대5종을 하면서 종목을 알리려고 노력했어요. 종목은 저희가 열심히 알렸으니 앞으로는 후배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사진 뉴스1 
사진제공 대한체육회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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