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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tory

자포자기를 딛고 송중기는 순항 중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1.02.18 11:40:21

배우 송중기가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 ‘승리호’로 돌아왔다. ‘자포자기’의 심경을 딛고 일어나 한층 더 깊고 성숙해진 그의 이야기.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한 배우가 있다. 봄바람같이 따스한 미소, 부드러운 눈길을 보고 있노라면 황무지 같던 마음 한편에 어느새 꽃이 핀다. 잘생겼는데 예쁘기까지 한 이 남자. ‘꽃미남’이라는 칭호가 딱 어울리는 배우 송중기(36) 이야기다. 그가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 ‘승리호’로 복귀했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해 여름 개봉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봉이 여러 차례 늦춰지다 2월 5일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반응은 긍정적. 공개된 지 하루 만에 16개국에서 인기 영화 1위, 8일엔 26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송중기는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정식 데뷔해 이름을 알린 뒤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구용하 역으로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단순히 ‘잘생긴’ 배우로만 머물진 않았다. 2011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젊은 세종(이도) 역을 맡아 열연, 배우 한석규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선보인 데 이어 2012년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선 선과 악이 공존하는 강마루 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연기력도 갖춘 배우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2016년 군 전역 후 복귀작인 드라마 ‘태양의 후예’ 유시진 역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명실상부한 톱스타가 됐다. 송중기는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2012년 영화 ‘늑대소년’, 2019년 드라마 ‘아스달연대기’ 등이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항상 빛이 날 것만 같았던 그의 삶에도 아픔은 있었다. ‘태양의 후예’에서 함께한 배우 송혜교와 2017년 깜짝 결혼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으나 2019년 7월 약 1년 8개월 만에 파경을 맞은 것. ‘승리호’는 2019년 여름 촬영을 시작한 영화로 송중기가 이혼 직후 택한 작품이다. 송중기는 ‘승리호’에서 김태호 역을 맡았다. 김태호는 지구에서 온 불법 이민자를 검거하는 전직 UTS 기동대 에이스 출신으로, 상부의 명령에 불복종해 살상을 거부하고 불법 이민자의 아이 순이를 딸로 거두면서 지위와 명예를 잃고 결국 순이마저 잃은 채 승리호의 조종사가 된 인물이다. 2월 2일 송중기는 ‘승리호’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태호라는 인물을 떠올렸을 때 자포자기라는 단어가 생각났다”며 “모든 걸 내려놓고, 아무 생각도 없이 정체돼 있는 인물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다. 촬영 당시 송중기라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태호가 비슷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송중기는 여전히 한결같다. ‘늑대소년’에 이어 ‘승리호’로 송중기와 함께한 조성희 감독은 2월 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송중기를 “과거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사람이다”라고 평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길 주저치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변치 않는, 아픔 후 더 깊어진 모습으로 돌아온 송중기를 2월 9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았고 유쾌하면서도 가볍지 않았다.


솔직하게, 나답게

‘승리호’가 넷플릭스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어요. 

네, 그렇다는 기사를 많이 봤어요. 전 세계에서 1위를 했다는데, ‘정말 우리 영화 이야기하는 거 맞나’ 싶어요(웃음). 



화려한 CG(컴퓨터그래픽)가 눈에 띄는 영화였어요.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은 없나요. 

저는 큰 화면(스크린)으로도, 노트북으로도 봤었는데,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작품이 공개됐다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감지덕지예요. 모든 것에 만족하고 살 순 없잖아요. 

‘승리호’는 한국 최초 우주 SF(공상과학) 영화라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촬영할 때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과 다른 마음가짐이 들진 않았나요. 

사실 촬영할 땐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크게 와 닿진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촬영에 있어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과 기술적인 부분은 달랐죠. 그래도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작품 홍보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라는 데 의미를 부여해주셔서 새삼 느낌이 새로워요. 

2백4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이 컸을 듯해요.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웃음). 흥행에 대한 부담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마 안 없어질 것 같아요. 그래도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제가 찾은 한 가지 방법은 촬영 현장에서의 매 순간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제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이 “배우들의 합이 잘 맞아 즐겁게 촬영한 것 같다”거든요. 

조성희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송중기는 변함이 없었던 것 같다. ‘늑대소년’ 때처럼 늘 밝고 주위 사람들과 친화력을 가지고 정말 잘 지내고, 현장을 좋은 분위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고 말했어요. 

저는 촬영 현장에 진정으로 정이 붙어야 해요. ‘그런 척’하는 게 아니라요. 그래야 제 연기가 나오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현장을 밝게 만들기 위해 항상 열심인 편이에요. 촬영 현장은 어디든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다 같이 즐기는 곳은 티가 나거든요.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어른들이 흔히 “사람 쉽게 안 변한다”고 말씀하시잖아요. 그래서 저도 많이 안 변한 것 같아요. 다만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어도 겉과 속이 다르면 제 속이 문드러지더라고요. 솔직하게, 저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비결이라고 하기엔 좀 쑥스럽고요(웃음).

송중기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는 영화 ‘쌍화점’에서 국왕의 친위부대인 건룡위 중 한 명인 노탁 역을 맡아 데뷔했다. 단역이라 대사가 거의 없었는데, 그나마 있던 것도 다른 배우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낙마 사고를 당해 부상까지 입었다. 하지만 송중기는 굴하지 않고 유하 감독에게 “하나도 안 아프다. 대사 한 마디, 단독 샷 한 컷만 준다면 하루 종일 말을 타고 10km도 달리겠다”고 해 감독의 마음을 돌렸고 결국 대사 한 줄과 단독 샷을 얻어냈다. 송중기는 그 장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이때의 마음을 지키고 있을지, 그렇다면 그것이 한결같음의 비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데뷔작 ‘쌍화점’ 관련 일화가 유명해요. 그때는 단역이었지만 이제는 톱스타가 됐어요. 연기에 대한 절박함은 어떤가요. 지금도 같나요. 

그 말을 제가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는데 괜히 한 것 같아요(웃음). 저도 사람인지라 게을러지곤 하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그 얘길 갖고 많이들 놀려요. 절박함으로 따지자면 당연히 그때가 가장 컸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의 마음을 계속 다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싶어요. 이 생각은 항상 하고 있고요. 다시 얘기하다 보니 그 일화를 밝히길 잘한 것 같네요. 그래야 제가 나태해질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다독여줄 테니까요.


“개인사는 여백으로 남겨두고 싶어”

‘승리호’에서 태호는 사실상 남인 순이를 위해 명예와 지위를 모든 내려놓는 인물인데, 본인이 그런 상황에 놓인 걸 상상해본 적 있나요. 

네, 생각해봤어요. 태호에게 순이는 전부와 같은 존재였어요. 저 역시 순이처럼 소중한 무언가가 있는, 같은 상황이라면 동일한 선택을 할 것 같아요. 태호라는 캐릭터는 저와 굉장히 비슷한 점이 많았고 그래서 공감하기 쉬웠어요. 조성희 감독이 제게 그 배역을 준 이유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태호 역을 맡았을 때 자신도 태호와 같은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고 말했어요. 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였어요. 저는 당시 실제로 자포자기의 심정이었고 태호와 비슷하다고 느꼈기에 그렇게 말한 거예요.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쑥스러워서 못 하겠네요. ‘자포자기’라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았나 싶고 개인사라서 여백으로 남겨두고 싶어요(웃음).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어린 세종 역할을 맡았을 때 관련 야사까지 공부할 정도로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렇듯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인가요. 

그때는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실제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에 막막하고 어려웠거든요. 혼나고 싶지 않아서, 욕먹고 싶지 않아서 친 발버둥이기도 하고요. 저보다 훨씬 베테랑인 선배들 중에서도 더 열심히 준비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승리호’의 태호는 부성애가 돋보이는 인물이에요.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이라 표현하기 힘들었을 듯해요. 

막막한 마음에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거나 절절한 사연도 살펴보곤 했죠. 주변에 “자신 때문에 자식을 잃었다면 심정이 어떨까?”라고 묻기도 하고요. 그러다 결국 해답을 시나리오에서 찾은 것 같아요. 잘 소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극 중 아역 순이와 꽃님이가 굉장히 귀엽더라고요. 연기를 하면서 이런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법도 해요. 

자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던 인생의 목표인 게 사실이에요. 항상 생각하고 있죠. 

태호는 순이를 찾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버는 인물이에요. 말하자면 돈이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던 셈이죠. 송중기 씨 자신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봤나요. 

어유, 돈 많으면 너무 좋죠(웃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부모님께 항상 듣는 말이기도 해서 앞으로도 그런 생각으로 살고 싶고요. 

요즘 배우로서 고민이 있다면. 

배우들의 고민은 모두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단, 저는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새로운 장르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제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장르의 대본을 만나면 반가움과 신선함을 느끼거든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요. 

감사하게도 캐릭터는 하고 싶은 걸 한 것 같아요. 뱀파이어, 늑대인간 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영화 ‘늑대소년’을 통해 해봤고, 우주 영화도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했고요. 또 제가 워낙 사극을 좋아해요. 그래서 ‘뿌리깊은 나무’나 ‘아스달 연대기’도 했는데 팬들은 이제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웬만한 건 다 한 것 같은데, 사람 욕심은 끝이 없네요. 요즘은 굉장히 어두운 이야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둡고 음침한 첩보물이오. 마음이 간절한데, 아직 못 해봐서 만나보고 싶어요. 

지금껏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는데, 그중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가 누구라 생각하나요. 

오래전 작품이긴 하지만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구용하가 평소의 저랑 닮았다고 생각해요. 주변의 친한 지인들도 그렇게 말하고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텐데, 어떻게 보내나요. 

사실 요즘엔 드라마 ‘빈센조’ 촬영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곧 첫 방송이 임박해서 드라마 촬영에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아붓고 있거든요. 여가 시간이 좀 생겼으면 좋겠네요. 지금 너무 없어요(웃음). 그래도 간혹 스케줄이 없는 날이 생기면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하면서 보내곤 해요.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너무 개인적인 일이라 이런 것까지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바닥에 앉아서 몸을 굽혔을 때 손이 발가락에 안 닿아요. 유연성을 기르는 게 목표예요. 진짜예요. 정말 너무 하고 싶은데, 안 되네요(웃음).

사진제공 넷플릭스



여성동아 2021년 3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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