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
슈테크의 1단계는 한정판 제품 구입이다. 보통 ‘드로우(Draw, 추첨)’라고 불리는 제품 응모와, 선착순 판매 방법으로 제품을 살 수 있다. 드로우 응모는 나이키를 비롯한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 혹은 아트모스(atmos)와 같은 스니커즈 편집숍 웹사이트에서 진행되며, 여기서 당첨되면 응모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선착순 구매는 그야말로 매장을 방문한 순서대로 제품을 사는 방식을 일컫는다.
리셀 가격은 리셀러(판매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제품 확보가 워낙 어려워 ‘부르는 게 값’인 제품도 있다. 실제 리셀 시장에서 가수 지드래곤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협업한 ‘에어포스 1 로우 파라노이즈 2019 검빨(검정&빨강)’ 제품은 정가 21만9천원에서 1천만원대까지 호가가 올랐고 2월 1일 기준 9백5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해 제작한 ‘나이키 에어포스 1 로우 파라노이즈’.
같은 날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의 거래 상품 랭킹 순위를 살펴보면, 2위부터 5위까지 모두 나이키가 차지했다. 2위인 나이키 덩크 로우 화이트 블랙 W(11만9천원)의 최근 리셀가는 32만5천원으로 정가의 3배에 달한다.3위인 ‘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화이트 블랙 2021(11만9천원)’ 역시 정가보다 3배 오른 3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고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와 한정판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쉽게 구할 수 없다보니, 나만 가졌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한정판 제품을 착용함으로써 패션에 관심이 있고, 감각 있는 사람이라는 무언의 의미를 내세울 수 있는 점도 한몫한다.
네이버와 무신사 이어 현대백화점도 스니커즈 중고 거래 매장 오픈 예정
패션 스토어 무신사의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
우선 지난해 3월 네이버는 자회사인 스노우를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을 오픈했고, 같은 해 7월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 역시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중개 서비스 ‘솔드아웃’을 내놓았다.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의 리셀 방법에는 ‘즉시 판매’와 ‘판매 입찰’이 있다. 즉시 판매는 구매자들이 제시한 가격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 판매가로 책정되고, 해당 가격으로 즉시 판매할 수 있다. 판매 입찰은 스니커즈 사이즈별 최근 거래가, 희망 판매가, 구매 입찰가 데이터 등의 시세를 바탕으로 판매자가 상품 판매가를 선 제시한 뒤 판매하는 방식이다.
실제 플랫폼 이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직장인 임모(28) 씨는 “플랫폼이 생기면서 중간 리스크를 없애줘 리셀 수요가 더 많아졌다”며 “예전에는 제품 시세를 잘 몰라 바가지 쓸 위험이 있었고, 가품을 정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모(25) 씨는 “플랫폼으로 인해 발매 정보와 거래 가격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굉장히 편리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플랫폼 거래 건수뿐만 아니라 스니커즈 전체 중고 거래 비중을 증가시켰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지난해 스니커즈 거래 건수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57만 건으로, 거래액은 8백20억원 규모에 달한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스니커즈가 스마트폰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거래된 품목으로, 슈즈 리셀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거래 건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개장터는 현대백화점과 손잡고 2월 26일 서울 여의도동 파크원에 들어서는 ‘더현대서울’에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전문매장인 ‘BGZT Lab’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번 협업은 젊은 감성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고객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현대백화점과 유통가에서 영향력을 높이고자 하는 번개장터와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슈테크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 샤테크(샤넬+재테크)라 불리는 명품 가방 재테크는 가방을 사는 데 수백만원이 들지만, 운동화의 경우 최소 10만원대면 구입이 가능하다.
17세 때부터 취미로 슈테크를 시작해 어느덧 9년차가 된 베테랑 리셀러인 헤어디자이너 심모(25) 씨는 지난해에만 1백50만원을 벌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조던 1레트로 쉐도우 2018(정가 19만9천원)’을 번개장터에서 45만원에 판매했다. 그는 “6개월에 2켤레 정도를 재판매하는데 신다 보면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클릭 몇 번으로 당첨될 수 있고 되팔면 이득이 꽤 쏠쏠하다”고 전했다.
직장인 손정윤(25) 씨는 지난 1월 5일 출시된 ‘나이키 덩크 로우 코스트’를 10만9천원에 구매해 일주일 전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32만원에 팔았다. 그는 “이번이 첫 리셀이다. 주변 친구들이 많이 하기에 도전해봤는데 한 번 성공하니 신으려고 샀던 것도 팔고 싶다”며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다.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이준영 교수는 “슈테크가 ‘한정판 재테크’라는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해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슈테크에 열중하는 MZ세대를 넘어 X세대(1965년~1976년 출생)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제공 네이버스노우 나이키 무신사 인스타그램 피스마이너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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