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더캐리(THEKARY)’ 소개 부탁드려요.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시작은 첫째 아이 돌잔치였어요. 마음에 드는 돌복이 없어 직구로 옷을 샀는데, 한 번 입고 끝내기 아까워 대여를 시작했죠. 대여를 운영하다 보니 오염된 옷이 종종 반납돼 ‘이럴 바엔 턱받이를 직접 만들어 선물하자’는 마음으로 스카프빕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업은 채 남대문 시장을 다니며 원단을 고르고, 봉제 퀄리티도 최대한 신경 썼죠. 그런데 사용하신 분들이 모두 스카프빕을 따로 구매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블로그에 하루 수백 개씩 댓글이 달렸고, 300장이 하루 만에 완판되면서 ‘내가 만든 것을 기다리는 고객이 있구나’를 처음 실감했어요. 큰 전략도 계획도 없었지만, ‘내 아이에게 입히고 싶은 옷’이라는 마음 하나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닿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어요.
육아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은 시기였을 것 같습니다.
스카프빕이 완판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어요. 아이방 한쪽에서 시작한 작업 공간이 베란다, 거실까지 확장되면서 육아와 일이 완전히 뒤섞였죠. 아이가 노는 공간이 점점 줄어드니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18개월쯤 되었을 때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어요. 솔직히 정말 힘든 결정이었어요. 어린이집 앞에서 몇 달을 울면서 헤어졌던 것 같아요. 아이를 보내놓고는 다시 일하고, 데려오면 엄마로 돌아가 육아하고, 아이가 잠들면 사진 찍고 편집하고 댓글 달고… 하루가 꽉 차 있었죠. 힘든 시기였지만 즐거움도 많았어요. 남편이 “일하는 네가 제일 멋있다”며 제게 큰 힘이 되어줬고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는 저와 아이 모두에게 첫 번째 성장통이었어요. 육아와 일이 얽혀 있었지만, 그 안에서 함께 자라고 있었던 것 같아요.
창업 초기 특히 기억에 남는 어려움이 있었나요.
초기에는 정말 ‘없는 것’뿐이었어요. 자본도 없고, 함께 일할 팀도 없고, 아이까지 돌봐야 했으니까요. 아이를 재우고 나면 집이 다시 제 작업실이 됐어요. 운송장을 붙이고, 택배 상자를 싸고, 블로그와 카페 댓글에 일일이 답하면서 새벽까지 일했죠.
그때는 ‘이게 맞는 걸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불안이 늘 있었어요. 그래도 저를 버티게 했던 건 고객들이었어요. 출시 직후 10분 만에 품절된 당시의 반응, “무조건 하나 빼줘”라고 하던 지인들의 반응, “다음에 또 살게요”라는 짧은 한마디가 너무 큰 힘이 됐어요. 그 작은 순간들이 쌓이면서 ‘그래, 이 길을 계속 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아요.
브랜드가 성장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확장’을 목표로 브랜드를 만들진 않아요.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단순해요. ‘이 브랜드를 내 아이에게 입힐 수 있는가?’ ‘내가 진짜 좋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단호하게 “예”라고 말할 수 없다면, 아무리 시장성이 있어 보여도 하지 않으려고 해요. ‘팔릴 것 같아서 만드는 브랜드’는 결국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더캐리는 브랜드를 낳는 회사라기보다 브랜드를 키우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듯 조금 느리더라도 섬세하게, 진심을 다해서 한 브랜드씩 성장시키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포착하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저는 트렌드 리포트를 거의 안 보는 편이에요. 대신 사람과 아이들을 보죠. 매장에 가면 상품보다 먼저 고객의 표정, 동선, 손끝의 움직임을 관찰해요. ‘왜 저기서 멈췄을까?’ ‘왜 들었다가 내려놓았을까?’ 그 작은 순간에 감정의 결이 담겨 있거든요. 또 저희 아이들이 가장 가까운 소비자이기도 해요. 아토피가 있고 피부가 예민해서 어떤 옷이 까슬거리는지, 어떤 원단이 편안한지 반응이 정말 정확하거든요. 그래서 니트나 양말을 만들 때도 면 함량을 최대한 높이고, 합성 소재는 최소화하려고 해요. 원단들을 보여주고 “어떤 게 더 예뻐?”라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이게 예뻐”라고 아주 확실하게 이야기해줘요. 요즘은 아이들이 보는 틱톡이나 콘텐츠, 어떤 크리에이터를 좋아하는지 묻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다음 시즌 방향이 자연스럽게 보이죠.

더캐리의 브랜드를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신사동 캐리마켓 전경.
저희는 제품을 만들 때 늘 ‘아이’를 먼저 떠올려요. 예쁜 사진보다 ‘이 옷을 입으면 아이가 얼마나 편할까?’ ‘뛰어놀 때 불편하진 않을까?’ ‘세탁했을 때 괜찮을까?’ 같은 아주 현실적인 질문부터 던지거든요. 그래서 한 아이템을 만들 때도 활용도를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처음 만들었던 블루머도 그렇고, 고객님들이 ‘냉장고 블루머’라고 이름 붙여주셨던 그 바지도 마찬가지예요. 언니도 입고 동생도 입을 수 있고, 속바지로도 바지로도, 짧게도 길게도 입을 수 있는, 휘뚜루마뚜루 잘 입히게 되는 옷이죠. 그런 식으로 아이와 엄마의 하루에서 진짜 자주 손이 가는 옷을 만들려고 해요. 결국 더캐리의 차별점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진짜 입히고 싶은 옷인가’를 끝까지 묻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그 진심이 고객에게 전달되면서 사랑을 빠르게 받은 것 같아요.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했다”고 하셨습니다. 더캐리가 말하는 ‘옳은 방향’은 무엇일까요.
사업을 하다 보면 “더 빨리 성장해야 한다” “지금이 공격할 타이밍이다” 같은 말을 많이 듣게 돼요. 저도 성격이 급해서 예전에는 데드라인을 못 맞추면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런데 육아와 창업을 같이 겪으면서, 속도만 빠르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많이 배웠어요. 직원들한테도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그러면 기간을 조금 더 주자’고 생각하게 됐고요. 중요한 건 빨리 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거라고 보게 됐어요. 그래서 더캐리에겐 매출 그래프가 조금 느리게 올라가더라도 ‘믿고 살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길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지키기 위해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단기적인 성과 욕심은 많이 내려놓으려 하고 있어요.
육아 경험이 대표님의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육아가 제 인생 최고의 MBA였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정말 이기적이었고, 데드라인 못 맞추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인내심과 배려를 처음 제대로 배웠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느리게 가는 것도, 엇박자가 나는 것도 그 아이만의 리듬이라는 걸 알게 되잖아요. 그걸 경험하고 나서야 ‘사람에게도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직원들을 ‘성과의 단위’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으로 보려고 해요. 직장 생활을 했을 때는 저 역시 빠른 결과물을 좇던 사람이었어요. 이걸 뒤늦게 깨달았는데, 지금은 이유를 듣고 시간을 더 주면서 함께 가는 리더십을 배우는 중이에요. 그 변화는 전부 육아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저도 한때는 완벽을 너무 추구해서 스스로를 제일 힘들게 했던 사람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육아를 하면서 ‘엄마가 완벽할 수는 없구나’라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그래서 항상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 너무 빨리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손바닥 뒤집듯이 빨리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최소 10년은 버텨봐야 그 일이 자기와 맞는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못하는 날은 그냥 못해도 돼요. 다만 완전히 내려놓지만 않는다면 그 자체로 잘하고 있는 거라고,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직 전체에 영향을 준 대표님의 일하는 방식이나 습관이 있을까요.
저는 카톡 알림 숫자가 쌓여 있는 걸 못 보는 성격이에요(웃음).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용무가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도 된다고 말해요. 휴가 중이어도, 밤이든 새벽이든 괜찮다고요.
대표가 최종 결정자잖아요. 결정을 빨리 해줘야 팀이 움직일 수 있고, 회사가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성장 속도는 느려도 괜찮아요. 대신 대표의 피드백과 의사결정 속도는 빨라야 한다고 믿어요. 경력자들 중에는 “이렇게까지 바로바로 연락해도 되냐”며 놀라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오히려 그게 우리가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빨리 피드백하고, 빨리 수정하고, 다시 실행하는 리듬이 지금의 더캐리를 만든 것 같아요.
책을 쓴 계기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책을 쓰는 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던 작업이었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제 이야기, 실패와 불안, 힘들었던 시간들까지 꺼내야 했거든요. 제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아주 단순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 저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시작한 것도 아니에요. 시작도 서툴렀고, 시행착오도 많았고, 지금도 진행 중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15년 동안 버텨오며 조금씩 성장한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나도 완벽하지 않지만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의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더캐리의 다음 10년과 대표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더캐리는 앞으로 패션을 넘어 건강과 이너뷰티 영역까지 확장해나가려고 해요. 예쁜 것, 겉으로 보이는 것만 만들던 15년을 지나 몸이 아프고 큰 수술도 겪으면서 내면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느꼈거든요. 그래서 키 성장 약처럼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 우리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아이뿐 아니라 가족들의 건강을 함께 돌보는 웰니스 프로젝트를 키워가는 것이 더캐리의 다음 10년이에요. 패션으로 시작했지만, 가족의 안과 밖을 함께 돌보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두 딸의 엄마이자 도전을 계속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저 자신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완벽하지 않아도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저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 함께 이어지는 것, 그게 제가 꿈꾸는 모습이에요.
#더캐리 #캐리온이은정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은정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