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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driving

이름 빼고 다 바뀐 준중형 SUV 올 뉴 투싼

글 정혜연 기자

2021. 01. 18

지난해 9월 풀 체인지 직후 동급 최강의 외모와 체력을 자랑한다고 입소문 난 현대차의 준중형 SUV 투싼의 실제 실력을 점검해봤다.

집콕 시대에 허락된 유일한 여행이라면 자가용을 이용한 야외 드라이브다. 답답한 집안에서 벗어나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 차를 대놓고 잠시 바깥바람을 마시는 것만큼 숨통이 트이는 일도 없다. 이럴 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 SUV다. 커피포트, 다과, 먹을거리에 두꺼운 담요 같은 방한용품을 잔뜩 싣고도 넉넉하게 드라이브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그런 면에서 국산 준중형 SUV는 4인 가족에게 더할 나위 없는 편의를 제공한다. 

지금 SUV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위시리스트에 투싼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9월 현대차에서 출시한 4세대 올 뉴 투싼은 이름 빼고 모든 게 확 바뀌어 눈길을 끈다. 2015년 3세대 모델 출시 이후 5년 만에 내·외관 모두 풀체인지됐다. 디자인 면에 있어서 현대차의 정체성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 감성을 더한 스포티함)’를 적용하고,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Parametric Dynamics, 기하학 요소를 활용한 역동성)’ 테마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하드웨어의 변화도 두드러졌는데 무엇보다 이전 세대 대비 차 길이는 150mm 길어진 4630mm, 축간거리는 85mm 늘어난 2755mm로 준중형 SUV 가운데 두드러진 체급을 자랑한다. 

자동차 업계에선 다운사이징 엔진이 주요 트렌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배기량은 기존 엔진보다 줄이고, 터보차저로 성능은 높이며, 연비를 개선한 다운사이징 엔진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신형 투싼 역시 동력성능과 연비를 향상시킨 스마트스트림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이 처음으로 탑재됐다. 배기량은 작은데 비해 힘은 좋아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27kgf·m, 시스템 최고출력 230ps, 복합연비 16.2km/L의 높은 성능을 갖춰 눈길을 끈다. 이 외에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터보 엔진(최고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27.0 kgf·m, 복합연비 12.5km/L), 스마트스트림 디젤 2.0 엔진(최고출력 186마력, 최대 토크 42.5kgf·m, 복합연비 14.8km/L) 등 총 3개의 엔진 라인업을 제공한다. 지난 1월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터보 엔진 차량을 운전하며 성능을 확인해봤다.


#1 EXTERIOR
덩치 크고 날렵한 국대 선수 같은 첫 인상

도로에서 투싼을 맞닥뜨리면 한번쯤 돌아볼 수밖에 없다. 전면부 그릴부터가 독특하기 때문. 파라메트릭 주얼 패턴을 수놓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빛 반사에 따라 화려하게 빛난다. 날개를 펼친 듯한 역삼각형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 양쪽 끝에 주행등이 하얗게 자리 잡고 있다. 시동을 걸면 날개 부위가 밝게 두드러져 보인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맨 끝에 주황색 등이 켜지는데 덩치에 비해 작게 보이고, 분리 배치된 헤드램프도 육감적인 라디에이터 그릴에 비해 왜소하게 느껴졌다. 

측면은 근육질의 운동선수를 연상케 한다. 여러 직선이 교차하다가 하나의 꼭짓점에서 만나게 한 신형 아반떼의 측면 디자인과 일면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소형차에서 느꼈던 것과는 달리 SUV에 적용된 굴곡진 디자인은 매우 역동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또한 전면부에서 후면부까지 비스듬하게 치고 올라가게끔 디자인한 부분은 매우 날렵한 인상을 줬다. 



후면부 역시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파라메트릭 패턴 램프와 직선형으로 쭉 뻗은 램프를 합쳐 투싼만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한 듯 보였다. 다만 약간 공룡 이빨같이 느껴지는 날카로운 리어램프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됐던 후면 유리창 안쪽으로 올라간 현대차 로고는 실제로 봤을 때 특별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차량과 다른 디자인을 적용해 신선하게 보였다.


#2 INTERIOR
깔끔한 프론트 디자인과 넉넉한 실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과 넉넉한 내부 공간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과 넉넉한 내부 공간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내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을 것으로 보였다. 둥그렇게 감싸 안는 듯한 구조의 운전석과 보조석 디자인이 매우 아늑하게 느껴졌다. 센터페시아는 대시보드부터 일체형으로 내려와 차량의 중심축을 담당하듯 튼튼해 보였다. 10.25인치 LCD 디스플레이가 적용됐고, 그 아래로 터치식 버튼이 일렬로 나열돼 있었다. 꾹꾹 눌러야 설정이 전환되는 아날로그식 버튼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 하다. 휠베이스도 이전 세대보다 커져 운전하기 수월할 것 같았다. 그 뒤로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배치돼 있는데 숫자와 글자 크기가 시원시원하고, 주요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배열해 편리했다. 변속기는 버튼식으로 돼 있고 위쪽으로 드라이브 모드를 조절하는 레버가 있어 모드 변경이 한결 쉬웠다. 

무엇보다 넉넉한 실내 공간이 탁 트인 느낌을 선사했다. 신형 투싼은 북미에서 출시할 중형 픽업트럭 산타크루즈와 공유하는 3세대 플랫폼을 사용해 2755mm의 축간거리를 확보하면서, 2열 레그룸도 기존보다 80mm 늘어난 1050mm를 제공한다. 이는 동급 최대 2열 공간임과 동시에 중형 SUV급이다. 또 2열 시트는 접혀서 밑으로 수납되는 ‘폴드 & 다이브’ 시트를 적용해 1열 뒤쪽 공간을 더욱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강점이다. 2열 시트를 접으면 뒷공간이 넓게 확보되는데 준중형 SUV라 하룻밤 자는 차박까지는 어렵지만 반나절 여유를 부릴 정도는 돼보였다.


#3 DRIVING
눈길에 뒤에서 누가 밀어주는 느낌

올 겨울에는 몇 차례 폭설이 내렸다. 지난 1월 초, 퇴근 무렵 내리기 시작한 눈은 순식간에 시야를 가릴 정도의 대폭설로 변했다. 곳곳에서 목숨을 내놓고 운전해야 할 정도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특히 후륜구동이 대부분인 외제차들은 맥을 못 추며 도로가에 버려지기도 했다. 이번 폭설로 많은 이가 온라인상에서 4륜구동 차량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은 당연지사다. 시승을 한 날도 영하의 날씨 때문에 사흘 전 내린 폭설이 채 녹지 않아 제설이 완료된 도로를 제외하고는 운전을 꿈꾸기 어려웠다. 

그런데 시승 차량은 4륜구동 가솔린 터보엔진 사양으로 언덕길을 시원스럽게 올라가 놀라움을 안겼다.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 경기대 앞을 지나 금화터널 위쪽 골목길을 따라 연세대 동문회관 쪽으로 굽이진 도로 위를 운전했는데 누군가 뒤에서 차를 밀어주는 듯 언덕길을 단번에 올라가 경쾌함마저 느껴졌다. 1598cc에 180마력, 다운사이징 엔진의 놀라운 성능을 실제 체감한 순간이었다. 일반 시내도로에서는 SUV 치고는 부드럽게 달려 나갔고, 세단과 같은 안정감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거슬리는 느낌 없이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다만 스톱앤고(정차시 엔진이 꺼졌다가 출발시 자동으로 켜지는 시스템)가 다소 부산스럽게 작동되는 느낌이 있어 끄고 싶었으나 제어 버튼을 찾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았다.


#4 DRIVE IN
SUV란 사실 잊게 만드는 안정적인 승차감

전장이 길어지면서 뒷좌석 레그룸도 구형 모델에 비해 상당히 확보됐다.

전장이 길어지면서 뒷좌석 레그룸도 구형 모델에 비해 상당히 확보됐다.

세단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SUV의 덜컹거리는 느낌을 싫어하기 마련이다. 서스펜션(노면의 충격이 차체나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게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이 차종에 따라 다르게 들어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하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승차감을 더욱 좋게 하는 에어서스펜션이 대중화되는 등 기술적 진보가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SUV 차량에서 세단만큼의 안정적인 승차감을 자랑하는 경우가 드물다. 신형 투싼 역시 노면의 충격이 약간은 전달됐지만 SUV 치고는 비교적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특히 커브 길에서 쏠림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뒷좌석은 차체가 다소 높아 안정적인 느낌은 세단에 비해 덜했다. 그러나 파노라마 선루프를 열고 뒷좌석에 비스듬히 앉아 보니 넉넉한 내부공간에 뻥 뚫린 하늘까지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뒷좌석 레그룸이 163cm인 성인 여성 기준으로 한 뼘 반 정도 나와서 청소년 자녀가 있는 4인 가족의 주말용 차량으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았다.


#5 STRENGTH
최첨단 사양 & 가성비 나쁘지 않아

야간에 더욱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왼쪽).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버튼식 변속기와 드라이빙 모드 선택 버튼.

야간에 더욱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왼쪽).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버튼식 변속기와 드라이빙 모드 선택 버튼.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의 최첨단 사양은 진보를 거듭해왔다. 지난 2년 간 우먼 드라이빙 코너를 통해 다양한 현대차를 시승해보면서 그런 사실을 실제 체감할 수 있었다. 신형 투싼 역시 운전자의 운전 편의성을 높이고 동승자의 안전을 고려한 각종 최첨단 사양도 대거 적용됐다. 가솔린·디젤·하이브리드의 모든 트림에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MCB),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차로 유지 보조(LF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등이 기본적으로 탑재됐다. 또한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안전 하차 경고(SEW), 후측방 모니터(BVM),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후석 승객 알림(ROA) 등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이번 신형 투싼은 구형 산타페 정도의 크기로 출시됐기 때문에 같은 가격으로 중형급 SUV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1.6 가솔린 터보는 2천4백35만~3천3백51만원, 2.0 디젤은 2천6백26만~3천5백67만원으로 책정됐다.


#6 WEAKNESS
투싼 만의 매력도 높일 필요

필수 소비재를 고를 때는 브랜드 네임밸류보다 품질이나 가성비가 우선시 된다. 그런데 자동차 같은 임의 소비재는 그보다 브랜드 가치를 따지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가장 브랜딩이 잘 된 국산차로 그랜저가 꼽힌다. 그랜저는 1990년대부터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지금까지도 그 수식어가 통용되고 있을 정도다. 반면 투싼은 단번에 소비자의 지갑을 열도록 만드는 매력 포인트가 부재하다는 점이 아쉽다. 또한 늘 한 단계 높은 사양의 싼타페와 비교돼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를 망설이게 만든다. 가격이 싼타페에 비해 확연히 싸다고 할 수도 없어 ‘조금만 더 보태 싼타페 뽑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런 아쉬움은 향후 제조사가 풀어야할 숙제로 보인다.

총평

역대급 디자인에 우수한 성능, 안락한 승차감까지 갖춘 가성비 갑! 그런데 왜 싼타페가 아른거릴까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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