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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wine

완벽주의자 낭만배우 유연석

editor 김지영 기자

2017. 03. 07

작품을 쉴 때도 뭔가에 몰입하는 습관은 유연석을 꾸준히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끝낸 그는 요즘 와인에 푹 빠져 있다. 연기 열정은 기본, 가구 만들기에도 일가견을 지닌 다재다능한 배우와의 만남.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고 연기적으로도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함께한 분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웠어요. 언제 또 이런 배우들과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지난겨울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출연한 유연석(33)은 종영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에서 그는 자신이 연기한 젊은 의사 강동주처럼 배우로서도 나날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모두 호평을 받았다.

유연석이 의사 역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데뷔작인 〈종합병원2〉도 메디컬 드라마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비중이 작아 의사로서의 면모를 준비한 만큼 보여줄 수 없었던 한을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풀 수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실력과 배짱을 겸비한 전도유망한 의사 역을 맡은 덕분에 수술 장면을 연습한 만큼 리얼하게 선보인 것이다.

“원래 의학 드라마에 관심이 많아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며칠 동안 병원에서 먹고 자며 수술 테크닉을 배우고 실로 꿰매는 연습을 수없이 했는데도 힘들지 않더라고요. 〈종합병원2〉를 준비할 때 병원에서 노트했던 수첩도 다시 꺼내 봤어요. 지금의 의학 시스템과 조금 바뀐 부분도 있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이번에 큰 도움이 됐죠.”





▼ 작품 준비하며 메모한 것들을 다 모아두나요.

그동안 출연한 모든 작품의 대본과 콘티도 다 모아놨어요, 팬들에게 받은 편지도 못 버리겠더라고요. 어릴 때 끼적이던 노트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집에 짐이 많아요. 이번 대본에는 피가 많이 묻어 있어요. 미리미리 대본이 나와 촬영 현장에서 만날 들고 다녔거든요.

▼ 촬영 현장에서 후배들을 살갑게 챙겼다는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저도 처음 드라마를 할 때 차태현 형과 김정은 누나가 많이 도와줘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두 분 다 성격이 정말 좋거든요. 한석규 선배님도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주셨고요. 그런 선배들에게 배워 저도 후배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좋아하는 관심사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극 중에서는 저와 라이벌이던 양세종 씨가 향수와 와인을 좋아하기에 향수도 하나 주고 제가 좋아하는 와인도 한 병 선물했더니 저를 볼 때마다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더라고요(웃음).

〈낭만닥터 김사부〉는 미성숙한 청춘 강동주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김사부와 자주 갈등을 겪어 대선배 한석규 씨와의 맞대결이 불가피했죠.   

영화 〈상의원〉도 한석규 선배님과 함께했는데 그때는 같이 눈을 보며 연기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말다툼에 육탄전까지 벌여야 해서 처음엔 많이 긴장했지만 선배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덕분에 재미있게 찍었어요. 브로맨스가 돋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요. 김사부라는 인물은 굉장히 까칠하고 칭찬에 인색하지만, 한석규라는 배우는 제게 ‘한사부’였어요.



▼ 제목에 달린 ‘낭만’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했나요.

왜 낭만이란 단어를 붙였나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불어로는 로망이나 이상이라는 뜻의 ‘로망스’, 영어로는 ‘로맨틱’으로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낭만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을 즐기는 로맨틱한 감성을 모두 담은 단어라 생각하며 촬영했는데 작품이 끝날 때쯤 ‘낭만배우’는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지 궁금했어요. 배우는 우리 주변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이고, 배우이기 이전에 인간이니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낭만배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저도 낭만적으로 살고 싶어요(웃음).

▼ 이 드라마가 답답한 시국에 대중의 마음을 사이다처럼 뻥 뚫어줬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우리가 선뜻 말하지 못하던 부분들을 배우의 입을 통해, 드라마라는 장치를 통해 공론화하고 함께 답을 생각해보면서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어서 배우로서 영광스러웠어요. 시청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고요.

▼ 얘기를 듣다 보면 완벽주의자 같아요. 평소에도 그런가요.

완벽주의라기보다 뭐든 꼼꼼하게 하는 편이에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허술한 면도 있어요.

▼ 직접 운영하는 이태원 와인 바 ‘루아라운지’의 가구들도 손수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좋아하는 게 있으면 밤새는 줄 모르고 빠져서 해요. 또 제가 직접 점검하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성격이에요. 와인 바의 경우에도 드라마를 찍는 동안에는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종방연 다음 날 바로 찾았어요. 그리고 리뉴얼할 와인을 10병 넘게 마셔보고 그중에서 좋은 걸 엄격한 기준으로 골라냈죠. 그곳 인테리어도 전문가에게만 맡기지 않고 저도 동참해 꾸몄어요.

▼ 가구 만드는 기술을 언제 배웠나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재학 중일 때 무대 세트를 만들면서 목공을 배웠어요. 공연을 앞두고 학생들이 학교에 상주하면서 무대에 올릴 가구를 직접 만들었거든요. 처음으로 원룸에 들어가 살 때는 보증금만 갖고 독립해 가구 살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식탁, 책상, 의자, TV 선반, 책장 등 집 안 전체를 꾸밀 가구를 다 만들어 썼죠.

▼ 와인 바를 차리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제가 여행을 즐겨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거기서 술 한잔하며 사진 찍고,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게 좋아서요. 그러다 포르투갈에 가서 새로운 와인을 한잔했는데 제가 처음 느껴보는 특이한 맛이었어요. 포도로 만든 브랜디와 위스키 맛이 나는 와인이었는데, 알코올 도수가 20도쯤 되는데도 숙성 과정에서 당도가 높아져 달콤했어요. 멈출 수가 없어서 몇 병을 비웠죠. 그 와인을 한 병 갖고 돌아와서 지인들과 나눠 마셨는데 너무 맛있다는 반응 일색이더라고요. 그때가 영화 〈해어화〉(2016) 촬영 전이었는데 그 작품이 크랭크인 할 때 와인 바를 준비해서 크랭크업 할 때 오픈했죠.

▼ 〈해어화〉와 〈뷰티 인사이드〉(2015)라는 영화를 함께한 한효주 씨와 천우희 씨가 그 와인 바를 찾은 첫 번째 연예인 동료라고 들었어요.

작품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계속 좋은 호흡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작품이 끝난 뒤에도 안부를 물으며 친하게 지내고요. 〈낭만닥터 김사부〉를 찍을 때도 제 상대 배우였던 서현진 씨와 다른 배우 몇 명이 함께 와인 바에 와서 한잔했어요.

▼ 서현진 씨와 처음 찍은 장면이 키스 신이었다고 하던데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됐나요.

처음부터 키스를 해야 하니 얼마나 어색했겠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옐로테일’이라는 와인을 한 병 갖고 갔어요. 〈은밀한 유혹〉(2015)이라는 영화를 촬영할 때 소품이던 와인을 마시며 키스 신을 찍었는데 기분이 좋아졌던 일이 생각나서요. 그때 같은 상황이 되길 바라며 배우, 스태프들과 옐로테일을 한 잔씩 나눠 마셨는데 어색하던 현장 분위기가 편안하게 바뀌더라고요. 키스 신 찍을 때는 가글보다 와인 한 잔이 더 효과적인 것 같아요. 와인 바에 커플로 오는 손님들도 나갈 때는 분위기가 확 바뀌거든요.

▼ 서현진 씨와의 케미스트리는 어땠나요.

현진 씨와 함께 걸 그룹 밀크 멤버로 활동했던 박희본 씨가 제 대학 동기예요. 그래서 그 멤버들이 배우로 전업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더 눈길이 갔는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던 현진 씨가 〈또 오해영〉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근래에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 보기 좋았어요. 〈낭만닥터 김사부〉를 같이하면서도 오래 다져온 연기 내공이 느껴졌고요. 저희가 멜로 신에서 서로 호흡을 잘 맞췄더니 지난해 말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주시더라고요(웃음).  

▼ 여배우 가운데 이상형이 있나요.

예전부터 이상형이 할리우드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예요. 그녀가 한국에 왔을 때도, 제가 만날 이상형이라고 해선지 저를 초대해주셔서 만났어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앞에 있어서 말도 못 걸었어요. 이후 결혼 발표를 하더니 최근엔 임신 소식까지 들리더라고요. 이제 다른 이상형을 찾아봐야죠(웃음).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동주처럼 분명한 소신과 유머 감각을 지녔으며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적인 남자가 자신의 평소 모습이라는 유연석. 이 드라마를 끝낸 뒤 그가 새롭게 빠져든 것은 연극이다. 원로 배우 이순재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해 후배와 제자들이 준비한 헌정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그것. 지난해 12월 광주 공연을 시작으로 서울, 대전, 의정부, 수원, 울산으로 이어진다. 그중 유연석은 2월 17일과 18일 경기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 무대에 섰다.

“대학 재학 시절 사부님이던 이순재 선생님과 원래 서울 공연을 같이 하려고 했는데 드라마 일정이랑 겹쳐서 함께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지방 공연에 합류했어요. 선생님은 세일즈맨으로 출연하시고 저는 세일즈맨을 해고하는 사장 역을 맡았는데, 제 비중은 크지 않아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연기사의 살아 있는 전설인 이순재 선생님이 부디 만수무강하시길 바랍니다.”

사진제공 킹콩엔터테인먼트 SBS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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