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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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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게이트의 ‘내부자들’

대한민국은 로비 리퍼블릭인가?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뉴스1 뉴시스 | 디자인 · 박경옥

2016. 05. 26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도박 사건이 고액 수임료, 전관 예우, 사건 청탁 등의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자수성가한 기업인, 피변호인을 고소한 변호사와 검찰 요직 출신 변호사, 여러 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 여기에 연예인까지 등장해 마치 한 편의 비리 블록버스터를 연상케 하는 정운호 게이트의 4가지 관전 포인트.

1 화장품 업계의 신화 정운호, 추락의 끝은 어디일까?

마카오에서 1백억원대의 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변호사, 브로커 등을 동원해 백방으로 로비를 펼친 의혹을 받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정 대표는 폐소공포증이 있어 구명 로비에 더욱 필사적이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에 앞서 정 대표는 2012년과 2014년에도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각각 불기소와 무혐의로 풀려난 바 있다.

도박으로 물의를 빚기 전까지, 정 대표는 화장품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했다. 특히 브랜드 론칭의 귀재였다. 서울 남대문에서 과일, 의류 소매업을 하던 그는 화장품으로 눈을 돌려 세계화장품(1993), 식물원(1996년), 쿠지인터내셔널(1998) 등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이를 발판으로 2003년 로드숍 더페이스샵을 오픈해 중저가 화장품 돌풍을 일으켰다. 2005년부터 더페이스샵 지분을 사모펀드와 LG생활건강 등에 매각해 2천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쥔 그는 2009년 다시 자연주의 콘셉트의 네이처리퍼블릭을 론칭해 6년 만에 2천5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키워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네이처리퍼블릭도 흔들리고 있다. 2년여간 준비해온 주식 상장도 불투명해졌다. 수사 과정에서 정 대표가 브로커 한모 씨를 통해 롯데면세점 등에 납품 로비를 벌인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정 대표가 최유정(46) 변호사에게 건넨 수임료 50억원 외에 앞서 경찰과 검찰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사 수임료, 면세점 입점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된 금액 등을 고려할 때 막대한 자금이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자금 출처로 네이처리퍼블릭을 의심하고 있다. 회사 자금을 로비에 동원했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확인되면 6월 5일 만기 출소 예정인 정 대표는 횡령 또는 배임죄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 평판 좋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왜 위험한 선택을 했나

이번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계기는 최유정 변호사가 지난 4월 수감 중인 정운호 대표를 찾아갔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하면서부터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항소심 변호를 맡는 대가로 성공보수금 30억원과 수임료 20억원을 받았으며, 재판에서 보석이 불발되자 30억원을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수임료 명목으로 건넨 20억원 중 10억원을 추가로 돌려달라고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문제의 ‘구치소 폭행’ 시비가 발생했다. 정운호 대표와 최유정 변호사 간의 연결고리는 1천3백억원대 투자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인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다. 최 변호사는 송창수 대표가 연루됐던 또 다른 사기 사건 항소심 변론을 맡아 형량을 낮추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정 대표는 같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송 대표로부터 최유정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이들 두 사람으로부터 1백억원대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5월 13일 구속된 최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부장판사까지 올랐다가 가족의 병간호 등을 이유로 2014년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전향한 엘리트 법조인이다. 처음에는 대형 로펌으로 옮겼으나, 보수 문제로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최 변호사와 이숨투자자문의 이사로 활동했던 브로커 이모 씨의 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이씨는 정운호 구치소 폭행 당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며 자신이 최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 변호사는 부당 수임료 수령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이씨는 잠적 중이다.





3 ‘수임료 황제’ 홍만표 변호사, 도대체 얼마나 벌었나

홍만표(57) 변호사는 최유정 변호사와 함께 정운호 대표를 둘러싼 법조 비리 의혹의 또 다른 한 축이다. 2011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을 끝으로 검사 생활을 마감하고 변호사로 개업한 그는 정 대표가 이번 사건에 앞서 2차례 도박 혐의로 기소됐을 때 배후에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검사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한보그룹 비리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박연차 게이트 등 굵직한 사건들을 지휘했으며,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에는 피의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발된 적도 있다. 그런 그가 개업 후엔 서초동을 주름잡는 수임료의 황제로 변신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3년 연 91억6천8백만원을 벌어들여 법조인 소득 1위를 기록했으며 2014년에도 비슷한 액수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변호사는 자신의 로펌 외에도 부동산 임대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홍 변호사를 대상으로 법조 로비, 부당한 수임료 거래, 탈세 의혹 등을 조사 중이다.



4 연예인 성 접대 파문으로 번질까

법조 비리 외에 정운호 게이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 사건이 연예계 성 접대 파문으로 번질지 여부다. 최유정 변호사 측은 일부 언론에 “변호인들이 정운호 대표와의 성관계 의혹이 제기된 연예인을 찾아가 ‘추후에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다”고 흘렸다. 정씨가 서울 청담동의 한 유흥 주점에서 정 · 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고 연예인 성 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있다. 여기에는 주연급 여배우를 비롯한 3~4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소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운호 사건은 재계와 법조계, 연예인이 한데 얽힌 사상 초유의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운호 게이트 인물 관계도
정운호 게이트에는 최유정 · 홍만표 변호사 외에도 정운호 대표의 구명을 위해 로비를 벌이거나, 롯데면세점 등에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로비를 벌인 여러 명의 브로커들이 등장한다. 한 편의 막장 드라마 같은 정운호 게이트의 등장 인물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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