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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DUCATION

팟캐스트 <입시왕>

힐링이 되는 대입 컨설팅 토크쇼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지호영 기자 | 디자인 · 최정미

2016. 02. 11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 입시 전략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팟캐스트가 있다. 팟빵의 <입시왕>은 수시로 바뀌는 복잡한 대입 전형과, 빈곤하거나 혹은 넘치는 정보 속에서 막막해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고품격 입시 힐링 토크쇼를 지향한다. 대입 컨설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입시왕> 진행자 3인방으로부터 입시에 관한 꿀 팁을 들었다.

‘우리 아이가 이번에 서울대 공대에 합격했는데 〈입시왕〉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난 1월 초 팟캐스트 〈입시왕〉의 한 애청자가 올린 글이다. 2016년 대입이 마무리된 요즘 〈입시왕〉 사이트에서는 이런 사연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홍준 교수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요즘 입시는 ‘아는 만큼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할 수 있다. 수천 가지 전형 가운데 얼마나 내 아이에게 유리한 것을 찾아내느냐에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형 방식이 워낙 복잡한 데다 매년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 학원 강사, 옆집 엄마 누구도 정확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대학은 정시 비율을 30% 이하(서울대, 연대, 고대는 25% 정도)로 축소했는데 사교육 1번지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여전히 국영수만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며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그런 학원조차 없는 지방의 학부모들은 아직도 대치동을 동경하며 지금이라도 이사 가야 하는 건 아닌지 갈등하고 있다.
팟캐스트 〈입시왕〉은 이런 복잡하고 모순된 상황에서, ‘모두를 위한 입시 컨설팅’을 표방하며 2014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정확하고 발 빠른 정보를 제공하며 입시계의 ‘사이다’로 자리매김했다. 날카로운 분석에 거침없는 입담을 곁들여 어려운 입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이 이 방송의 포인트. 〈입시왕〉을 이끌고 있는 대입 전략 전문가 최승해, 강성한, 홍석철 3인을 만났다.   

▼ 어떻게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나. ▼
최승해 교육은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사회가 빠르게 바뀌고 대학도 거기에 맞춰 학생 선발 방식을 바꿨는데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과거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입시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 혹은 정보 비대칭의 대안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다.
홍석철 사실 우리가 만날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다. 같은 말 반복하면 입 아프니까 녹음해서 들려주는 거다(웃음).

▼ 방송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청취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
홍석철 학부모들 반응이 굉장히 좋다. 영어 학원에서는 영어 잘해서 외고 가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말하고 수학 학원에서는 수학, 논술학원에선 논술만 잡으면 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원마다, 사람마다 말이 다 다르니까 학부모들 입장에선 진실이 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던 것 같다.
강성한 얼마 전 한 학부모와 상담을 하는데, 〈입시왕〉 청취자라고 하기에 제 목소리 모르겠냐고 물었더니 깜짝 놀라며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떨린다고 하시더라(웃음). 입시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픈데 〈입시왕〉을 들으면 힐링이 된다는 말씀도 많이 듣는다. 실제 청취자 수가 15만~20만 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듣는 분들이 많다는 건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이 해소가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보람도 느낀다.

▼ 컨설턴트에게 입시 전략은 영업 기밀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방송을 통해 공개해도 되나. ▼
최승해 다른 입시 컨설턴트들도 우리 방송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정보를 제한하고 독점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또 방송을 준비하면서 우리 스스로 공부도 되고, 매년 바뀌는 입시에 맞춰 업그레이드된 전략을 내놓을 자신도 있다.

▼ 대학 입시는 크게 수시 학생부 종합·교과·논술 전형과 정시로 나뉘어 있고, 그 가운데 수시 비중이 점차 늘어 현재 70%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전반적인 흐름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는가. ▼
최승해 수시의 학생부 종합이 핵심적인 전형이 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전인교육을 표방하는데, 학생부 종합이 그에 가장 부합하는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학원가에선 수능 비중이 줄면 논술 비중이 늘 거라고 전망하기도 하지만, 서울대가 논술을 폐지한 데 이어 고려대도 논술 전면 폐지를 비롯해 전체 정원의 75% 이상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선발하는 2018 입시안을 발표했다.
강성한 큰 방향은 이미 그렇게 결론 난 것 같다. 다만 여러 가지 정황상 금방 바뀌기는 힘들 것 같다. 논술 전형의 경우 대학 입장에선 엄청난 수입원이다. 그런 경제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홍석철 최소한 공신력 있는 시험은 하나 남겨둬야 하고, 재수·삼수생들을 위한 패자 부활전도 있어야 한다. 수능은 그런 점에서 유효한 부분이 있지만, 현재보다 비중이 줄면 줄었지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수시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흔히 스펙이라고 하는 비교과 관리다. 〈입시왕〉에서도 ‘고급진 스펙’을 강조하는데, 도대체 고급진 스펙이란 뭔가. ▼
최승해 학부모님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이 부분인데, 좋은 스펙과 나쁜 스펙은 무엇을 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하찮은 것이라도 그것을 통해 아이가 성장하거나 깨달은 바가 있다면 좋은 스펙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보통 게임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아이가 게임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대인 관계의 기술을 익히게 됐다면 그것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스펙이라고 볼 수 있다.
홍석철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서 논문을 쓰는 식의 급조된 스펙은 가짜라는 걸 금방 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생물학에 아무 관심이 없던 아이가 고3 때 갑자기 대학원생 수준의 생물학 논문을 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반면 초등학교 때 곤충 채집하고 관찰 일기 써서 학교에서 상 받고, 중학교 때 다윈의 〈진화론〉을 읽고, 고등학교 때 독서의 폭을 넓혀 외국 책과 비교해서 에세이를 쓰는 식의 히스토리가 있는 스펙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다.
강성한 아이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몰입하고 파고든 흔적이 스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사실 초등학교 때는 그런 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급한 마음에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아이를 돌리거나, 아이에게 부모가 원하는 걸 강제로 이식시키려고 하다가는 아이가 하고 싶은 걸 영원히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 시기에는 책도 많이 읽게 하고, 함께 여행이나 봉사활동도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아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양한 미끼를 던져놓고 아이가 물기를 기다리는 거다.

▼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우 아이 고등학교 선택 시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어느 쪽이 나을까. ▼
최승해 수능으로만 대학에 갈 때는 학습 분위기가 좋고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 보내는 게 유리했지만, 지금은 수시의 베이스가 내신이기 때문에 내신 성적을 조금이라도 잘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게 좋다. 아이가 민족사관고와 상산고, 하나고 같은 전국 단위 자사고에서 중간 정도 할 수 있는 실력이 되고 본인이 가고 싶어한다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실력이 안 되는 아이를 자사고에 억지로 보내는 건 권하지 않는다.
강성한 특목고와 자사고의 장점 중 하나가 비교과 관리인데, 요즘은 일반고도 비교과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개선 노력을 많이 한 덕분에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리고 어설픈 자사고의 경우 대학에서 학교별 평가라는 프리미엄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홍석철 특목고나 강남 명문 자사고의 경우 전교 1등이 모든 과목에서 내신 1등급에 수렴하기 힘들다. 따라서 수시로 가면 망하기 때문에 학교에선 학생들을 정시에 올인 시키는데, 정시로 서울대에 가려면 수능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야 한다. 그게 얼마나 피 말리는 전쟁인가. 굳이 대치동에 살고 싶어서라면 몰라도 아이를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시키기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 가려는 학부모가 있다면 말리고 싶다.

▼ 〈입시왕〉을 듣는 많은 학부모들의 관심사일 텐데,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강성한 최상위권 대학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어머니들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은 냉정하게 평가하셔야 한다. 예체능보다 공부가 더 타고난 재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부에 대한 재능과 치열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 거기에 비교과 관리와 면접까지 잘해야 하기 때문에 슈퍼맨이 돼야 한다.
최승해 중학교 3학년 올라갈 때쯤 감이 와야 한다. 엄마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하고, 독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는 왜 공부를 안 할까’ ‘학원에 안 가려고 할까’ 걱정하는 어머니들이 많은데, 그런 아이들은 일단 패스다. 아이에게 가능성이 보인다면 일반고와 특목고·자사고 중 선택을 해야 한다. 서울대에 가려면 일반고에선 전교 1등, 특목고·자사고에서는 상위 30% 이내에 들어야 한다. 이 성적을 유지하면서 비교과 관리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리고 2학년 1학기 때 중간 점검을 해서 그 수준이 안 되면 재수를 각오하고 수능에 올인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일반고에서 전교 1등을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그리고 수시 일반 전형의 경우 2:1 정도의 면접 경쟁을 뚫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꾸준한 독서 및 다양한 경험으로 다져진 지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론은 굉장히 어렵다는 거다.
강성한 학력고사나 수능 때는 역전의 기회가 많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좀 놀던 아이들도 3학년 때 정신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초등학교 때부터 진로 탐색을 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내신 관리를 착실히 해야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과거보다 대학에 들어가기 힘들어졌지만, 현재의 시스템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어떤가.   ▼
최승해 보통 서울대와 연·고대를 한데 묶어 ‘스카이’라고 하지만, 둘은 입시 전략이 다르다. 요즘 서울대와 연·고대 합격생들을 면밀히 비교해보면 능력이나 성향이 좀 다른 걸 알 수 있다. 연·고대는 특기자 전형이라고 해서 특목고와 자사고에 좀 더 유리한 전형이 있고 논술 전형도 있다. 서울대는 싫고 오로지 연·고대가 목표라면 내신 중간 이하를 각오하더라도 특목고나 자사고에 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요즘은 서울권 대학 진학도 쉽지 않다. ‘인서울’ 진학도 전략이 있는가.
강성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인서울’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 전체 대학 정원에서 인서울 정원이 10%가 안 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최승해 각 대학마다 전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인서울 진학을 위해서는 아이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통 부모님들은 아이가 못하는 과목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원에 보내는데 인서울 진학을 위해서는 수능이면 수능, 내신이면 내신, 학생부면 학생부 아이가 잘하는 것 위주로 끌고 가야 한다.


▼〈입시왕〉을 들은 수험생들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된 걸로 꼽은 것이 ‘면접편’이었다. 면접 노하우를 간단히 설명해달라. ▼
최승해 면접의 가장 중요한 노하우는 쫄지 않는 것이다. 보통 학생들이 3:1 정도 되는 면접 경쟁률에 굉장히 부담을 느끼는데, 사회에 나가면 취업 경쟁률은 수백:1이다. 자신을 포함해 경쟁자 3명 모두 면접을 잘 못할 거다, 그중에 내가 제일 낫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게 중요하다.
강성한 면접은 인성 면접과 전공 적합성을 묻는 심층 면접으로 나뉜다. 인성 면접의 핵심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대학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보는 것이다. 장점을 물어보는데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단점을 묻는 질문에 친구를 괴롭힌다는 등의 치명적인 약점을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건 금물이고, 자신의 장점과 포부를 남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말하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또 자기소개서나 학생부에 관해 집요하게 물어볼 수 있으므로, 학생부에 기재된 독서나 비교과 활동과 관련해 자신이 없는 부분이나 약점이 있다면 거기에 대비해 충분히 준비를 해둬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홍석철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입시의 중요한 열쇠다. 아이가 중학생 정도 되면 경험이 없고 논리적인 사고만 가능하기 때문에 부모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이 시기를 잘 보내려면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공부를 시작하면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고 좌절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다. 공부 잘하는 옆집 아이는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았을 것 같지만,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아이는 없다. 아이가 공부를 시작했거나 학원에 다니는데 성적이 금방 오르지 않는다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승해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날 아이가 옆집 엄마는 키가 큰데 엄마는 왜 작으냐, 뒷집 엄마는 아침마다 17첩 반상을 차려주는데 엄마는 왜 만날 시리얼만 주느냐고 따지면 기분이 어떻겠나. 그리고 앞으로 사회는 유연한 사고력을 지닌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는데, 이런 걸 가르쳐주는 학원은 거의 없다. 아이를 학원으로 너무 돌리지 말고, 아이들이 다양한 독서와 경험을 통해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홍석철
스카이에듀 영어 강사. 〈입시왕〉에서의 닉네임은 ‘홍프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기는 스트레스를 복싱으로 풀었더니, 2년 만에 챔피언이 됐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교육컨설팅 브런치(brunch.co.kr/@hongpro7)를 운영하고 있다.
최승해
스카이에듀 입시연구소장.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입시를 풀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닉네임은 ‘펜타킬’.
강성한
닉네임은 ‘하니샘’. 분당 프라임리더스 학원 대표 컨설턴트. 팟캐스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에도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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