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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명품 주얼리가 친환경 트렌드에 대처하는 법

오한별 객원기자

2024. 04. 11

환경을 위한 주얼리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다. 미학을 너머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주얼리 하우스들의 따뜻한 행보.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인간의 편의가 늘어날수록 지구가 자정 기능을 상실하며 여러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산불도 그 중 하나다. 지난 2023년 하와이에서 발생한 거대한 산불의 원인은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비가 그치고 기온이 치솟으면 가뭄이 일어나는데, 이렇게 되면 대기가 토양과 식물의 습기를 빼앗으면서 불이 잘 붙는 환경이 조성된다. 기후학자들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면서 화력을 더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시점, 지속 가능성과 윤리의식이 많은 사람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는 마땅한 일이기도 하다. 여기 생태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행보를 보이는 주얼리 브랜드들이 있다.

불가리는 CSR 부서를 가동해 제조 현장과 부티크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고, 모든 부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신경을 쓰고 있다.

불가리는 CSR 부서를 가동해 제조 현장과 부티크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고, 모든 부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는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를 인식하고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깨끗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서를 가동했다. 제조 현장과 부티크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고, 제품의 운송, 조달, 구매까지 영역을 넓혀 모든 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뿐만 아니라 2022년 1월부터 브랜드 전체 주얼리 라인을 100% 윤리적으로 공급받은 금만 사용해 만든다고 공표했다. 분쟁 지역 다이아몬드, 일명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공급망에서 차단하는 국제 인증 제도인 ‘킴벌리 프로세스’도 준수한다. 이는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강제로 동원되는 다이아몬드 채광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쇼파드는 2018년 7월부터 모든 시계와 주얼리에 윤리적 채굴 인증을 받은 금을 사용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소재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그 예로 재활용 소재 70%가 들어간 합금 ‘루센트 스틸(Lucent Steel)’을 개발하기도 했다. 루센트 스틸은 오스트리아에 위치한 최첨단 작업장에서 재활용 금속을 이용해 만든다.

ISSF(International Stainless Steel Forum·국제 스테인리스스틸 포럼)에 따르면, 쇼파드는 비영리기구 더클라이밋그룹의 ‘스틸제로(SteelZero) 프로젝트’에 합류함으로써 철강과 관련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쌍각류 조개를 양식하고, 원석 채굴 후 나무를 심는 등 자연과 공생하기 위해 노력하는 타사키.

수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쌍각류 조개를 양식하고, 원석 채굴 후 나무를 심는 등 자연과 공생하기 위해 노력하는 타사키.

타사키 역시 분쟁 없는 평화로운 국가에서 산출한 다이아몬드 원석을 취급하고 있다. 원석 채굴 후 환경보전을 위해 다시 나무를 심어 숲을 복원하며, 연마할 때 나오는 분진을 책임지고 처리한다. 타사키의 주 소재인 진주 역시 최상급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수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쌍각류 조개를 양식해 자연과 공생하면서 진주를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간다. 뿐만 아니라 치패(어린 조개) 사멸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조개를 육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개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쇼파드는 2018년 7월부터 모든 시계와 주얼리에 윤리적 채굴 인증을 받은 금을 사용하고 있다.

쇼파드는 2018년 7월부터 모든 시계와 주얼리에 윤리적 채굴 인증을 받은 금을 사용하고 있다.

피아제는 ‘서니 사이드 오브 라이프’ 컬렉션의 철학을 바탕으로 말라위, 우간다, 잠비아 등 에너지 빈곤 국가에 태양광에너지를 공급하는 NGO 단체 ‘솔라에이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모든 공급업체에 책임 있는 공급, 노동 관행, 인권, 환경, 지속 가능한 개발, 시용 및 준수와 관련한 사안을 다루는 39가지 원칙을 포함해 ‘그룹 공급업체 행동 규범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하며 공급망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재활용 귀금속이나 산업 폐기물에서 얻은 금을 사용한 프라다의 ‘이터널 골드’ 컬렉션.

재활용 귀금속이나 산업 폐기물에서 얻은 금을 사용한 프라다의 ‘이터널 골드’ 컬렉션.

전통 주얼리 명가뿐만 아니라 최근 파인 주얼리로 그 영역을 확장한 패션 하우스도 탄소를 줄이는 착한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프라다는 100% 인증 재활용 금을 사용한 ‘이터널 골드’ 컬렉션을 선보였다. 프라다의 재활용 금은 소비자들이 사용했던 귀금속이나 산업 폐기물 등에서 엄격한 실사를 통해 적격한 재료만을 추출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금을 채굴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인권 문제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또 다이아몬드 원산지 추적은 일반적으로 0.5캐럿 이상 보석만 가능하지만, 프라다는 처음으로 모든 크기의 보석으로 그 개념을 확장했다. 채광부터 절단, 세팅 및 폴리싱에 이르기까지 제조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생로랑은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공급망에서 차단하는 국제 인증 제도인 ‘킴벌리 프로세스’를 준수하고 있다.

생로랑은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공급망에서 차단하는 국제 인증 제도인 ‘킴벌리 프로세스’를 준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생로랑이 선보인 첫 번째 파인 주얼리 컬렉션은 윤리적으로 엄선된 금, 다이아몬드 등을 소재로 사용했다. 파인 주얼리 컬렉션은 설립자인 이브 생 로랑이 구축한 하우스의 지속 가능한 방향성과 파리지앵의 무드를 안토니 바카렐로만의 비전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생로랑은 다양한 산업 폐기물에서 얻은 금, 분쟁 다이아몬드의 시장 진입 방지를 목표로 하는 다자간 무역 체제인 킴벌리 프로세스에 따라 공급된 다이아몬드만 취급한다.

피아제는 ‘서니 사이드 오브 라이프’ 컬렉션의 철학을 바탕으로 에너지 빈곤 국가에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하는 NGO 단체 ‘솔라에이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피아제는 ‘서니 사이드 오브 라이프’ 컬렉션의 철학을 바탕으로 에너지 빈곤 국가에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하는 NGO 단체 ‘솔라에이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처럼 풍부한 유산을 발판 삼아 사람과 환경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흥미로운 비전을 이어가는 주얼리 하우스. 이들이야말로 우리가 봉착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믿음과 희망이 아닐까?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럭셔리 하우스의 행보가 눈부시다.


#윤리적주얼리 #착한주얼리 #지속가능성 #여성동아

사진제공 불가리 생로랑 쇼파드 타사키 프라다 피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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