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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저돌적 멍뭉미로 일본 열도 사로잡은 채종협 매력 분석

문영훈 기자

2024. 04. 09

초록색 캡을 뒤로 쓴 채종협이 비빔밥을 배달하며 무해한 웃음을 짓는다. 녹아버릴 것만 같은 웃음에 일본이 넘어갔다. 

일본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에서 윤태오 역을 맡은 배우 채종협.

일본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에서 윤태오 역을 맡은 배우 채종협.

‘나 좋아해요? 내 마음을 파고든 연하의 순정 한국인’

일본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의 1화 제목. 드라마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연하의 순정 한국인’ 태오를 연기한 배우 채종협이 일본 열도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아이 러브 유’는 1월 23일 방영 시작 후 X(옛 트위터)에서 트렌딩 1위를 기록하고 이틀 만에 일본 넷플릭스 톱10 드라마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는 5% 후반~6% 초반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채종협은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200만 명을 돌파하고, 팬 미팅 접수 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 러브 유’의 줄거리는 이렇다. 눈(eye)을 통해 상대방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리(니카이도 후미)가 유학생이자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태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다. 유리는 초콜릿 가게를 운영하며 그간 상대방 마음의 소리를 듣고 사업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타인의 알고 싶지 않은 생각까지 듣게 되면서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유리는 유학생 태오의 한국어 속마음을 들을 수 있을 뿐 이해할 순 없다. 그래도 “마음의 소리를 알 수 없는 이 사람과 함께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한다.

채종협이 연기한 태오는 K-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한데 모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캐릭터다. 유리가 운영하는 초콜릿 제작 업체에 인턴으로 들어오게 된 태오는 “오다 주웠다”며 유리에게 꽃을 건네고, “잘 잤어요?”라는 메시지로 아침 안부 인사를 건넨다. “밥이 좋아요, 면이 좋아요? 카레 좋아해요?” 묻다가 “그럼 나는 좋아해요?”라고 저돌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한국의 방식이에요. 약속을 할 때”라며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를 맞대 도장을 찍는 K-약속 제스처를 가르쳐주면서 스킨십을 하기도 한다.



K-드라마 남주 종합 선물 세트

태오는 적극적이며 무해하다. 해달 ‘오타쿠’인 태오는 멸종위기 동물을 연구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해 자신의 집 옥상에서 친환경 비눗방울을 만들어 부는 남자다. 문화평론가이자 전 아사히신문 기자인 나리카와 아야는 “일본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한 남자 주인공 캐릭터”라며 “멋있기보다 귀엽고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태오에 일본의 많은 여성 시청자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드라마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등 K-드라마 인기로 일본에서는 한국 남성에 대한 판타지적 관심이 늘었다. 2023년 11월 일본 넷플릭스는 연애 리얼리티 시리즈로 ‘K-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를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 여성이 한국 남성과 서울에서 데이트하며 만들어지는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2022년 일본 OTT 아베마가 리메이크한 ‘하트시그널 재팬’ 역시 일본이 아닌 한국을 합숙 장소로 택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만남을 조명했다.

‘아이 러브 유’는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K-남주’에 대한 판타지를 정확하게 저격했다. 아울러 연출에 한국인 차현지 PD가 참여해 현실성을 높였다. CJ ENM에서 드라마 예능 제작을 맡은 차 PD는 일본 유학 중 TBS 입사를 제안받았다. 1월 TBS와의 인터뷰에서 차 PD는 “주위에도 한국인 남성과의 연애에 관심 있는 일본 여성이 적지 않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국 남성의 연애 스타일을 드라마 안에 많이 넣었다”고 밝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 멜로는 서로의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애정 표현에 저돌적인 연하의 남자, 회사 대표와 인턴 관계로 드라마를 설정해 새로움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 러브 유’의 인기는 채종협이라는 배우에 기반한다.”

나리카와의 말이다. ‘아이 러브 유’의 매력을 배가한 데는 배우 채종협의 역할이 크다. 동그랗고 쌍꺼풀 없는 눈, 높지만 끝이 부드러운 코, ‘크리미 스마일(クリーミースマイル)’을 탑재한 귀여운 얼굴에 186㎝의 큰 키를 갖췄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태오의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채종협은 유리 옆을 알짱거리는 골든 리트리버 그 자체다.

드라마 방영 이후 채종협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게시물의 댓글은 일본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일본에서 더 많이 일해줬으면 좋겠다” “일본에 와줘서 고맙다” 등의 내용이다. 3월 5일 7화 방송 이후 진행된 ‘아이 러브 유’ 팬 미팅 행사 모집 서버가 오픈되자마자 다운돼 그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채종협은 최근 4년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준 배우다. 모델로 활동하던 채종협은 웹드라마 신에서 주로 활동하다 2019년 SBS ‘스토브리그’로 공중파 드라마에 데뷔해 주목받게 된다. 입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겪는 신인 야구선수 유민호 역을 인상적으로 소화해냈다. 그는 효심이 지극하고 야구밖에 모르는 순수한 청년을 어색하지 않게 그려냈다. 야구선수처럼 보이기 위해 살도 찌우고, 투구폼 연습에도 열정을 쏟았다.

이후 JTBC ‘알고있지만,’을 거쳐 티빙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ENA ‘사장님을 잠금해제’를 통해 주연급으로 성장한다. 아시아 팬 미팅을 진행하기도 하는 박은빈과 호흡을 맞춘 tvN ‘무인도의 디바’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비영어권 시리즈물 순위 톱10에 들었다.

이번 ‘아이 러브 유’의 흥행으로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인 팬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각인시킬 전망이다. 정 평론가는 “일본 드라마의 흥행 소식을 한국에서도 곧바로 접할 수 있으니 한국 팬 입장에서는 그가 한국 국가대표 배우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며 “외국어 연기는 기존 연기 이미지를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어 연기를 무리 없이 해낸 채종협은 태국과 남아공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는 등 영어 실력도 갖추고 있어 앞으로도 해외 무대에서 주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K-컬처 전도사가 된 태오

일본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 팝업 카페에서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 음식을 팔고 있다.

일본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 팝업 카페에서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 음식을 팔고 있다.

‘아이 러브 유’를 통해 채종협은 K-문화 전도사 역할을 도맡고 있다. 드라마 내에서 한국 문화 자체를 로맨스 요인이자 극의 흥미를 돋우는 요소로 적극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오가 회식 중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하자 유리가 그 의미를 검색해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한국 음식 역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일본 도쿄에서는 ‘코리아타운’ 신오쿠보 지역을 중심으로 포장마차와 삼겹살, 치킨 등의 한국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흥행의 영향이 크다. ‘아이 러브 유’에서도 주인공 유리가 비빔밥과 라볶이 등을 먹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태오가 직접 끓여 전달하는 순두부찌개는 중요한 로맨스의 매개물이기도 하다. 일본 시부야에 열린 ‘아이 러브 유’ 팝업 카페에서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먹는 음식과 같은 메뉴를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일본 매체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가 궁금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고 보도한다. 본방송에서는 태오가 마음속 소리를 말할 때 일본어 자막으로 ‘한국어 소리’라고만 표시된다. 재방송이나 OTT를 통해 공개되는 방영분에서는 정확한 해석 자막을 제공해 ‘N차 관람’을 유도한 장치다. SNS상에서는 태오가 말하는 한국어 대사 해석과 속뜻을 풀이하는 콘텐츠도 만들어지고 있다. 정 평론가는 “‘아이 러브 유’는 한국 배우의 해외 진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국가 간 문화 차이를 배척이나 혐오가 아닌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멜로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채종협 #아이러브유 #K-드라마 #한류 #여성동아

사진 출처 Mydramalist eyeloveyoucafe 홈페이지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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