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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영상] “노화 속도 늦추려면 어릴 적 생활 습관이 중요” 이덕철 노화방지의학 전문가

윤혜진 객원기자

2024. 02. 15

요즘 건강 트렌드가 ‘안티에이징’에서 ‘슬로에이징’ ‘웰에이징’으로 바뀌고 있다.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면, 천천히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게 최선. 그러기 위해선 이미 세포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노화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배우 박민영이 작품을 위해 이온음료만 마시며 37kg까지 감량해 화제였다. 프로필에 나와 있는 원래 몸무게에서 10kg 가까이 뺀 것이다. 예전이라면 부러웠겠지만 나이 들면서 알게 됐다. 해가 갈수록 체중이 한 번에 확 빠지지도 않을뿐더러 자칫하면 몸무게 줄이려다가 피부 탄력과 머리카락 그리고 건강을 함께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특히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건강한 삶은 더욱 중요해졌다. 길고 긴 인생에서 아픈 곳 없이 즐겁게, 이왕이면 아름답게 나이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는 의학적으로도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노화방지의학 전문가이자 ‘노화 공부’의 저자인 이덕철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는 “생물학적으로 노화는 세포의 손상과 기능의 저하에서 오는 신체적 변화를 의미한다”며 “역으로 몸과 세포에서 보내는 신호를 알고 이로 인한 세포의 손상을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신체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 자세한 비법을 듣기 위해 현재 이덕철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송도 국제캠퍼스 건강센터를 찾았다. 올해 76세인 이덕철 교수는 책상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 기자를 맞았다. 홀쭉한 배와 곧은 자세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 정상세포까지 자기처럼 만드는 노화 세포



어쩜 배가 하나도 안 나왔네요. 노화를 노력에 따라 늦출 수 있는 게 맞나 봅니다.

몸의 나이인 생체 나이에서 중요한 것은 유전적인 부분입니다만, 쌍둥이라 하더라도 어떤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있는지에 따라 늙는 속도가 굉장히 달라요. 노화는 수학 공식 같은 거예요. 공식을 알면 문제를 풀 수 있잖아요. 우리가 어떻게, 왜 늙는지 안다면 반대로 젊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겠죠. 노화는 세포에서 시작합니다. 손상된 세포가 쌓이면 몸속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노화가 오는 거예요.



왜 손상된 세포가 없어지지 않고 몸에 쌓이나요. 면역세포에 의해 없어지는 게 아닌가요.

원래 세포는 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요. 그런데 무한정 세포분열을 할 수가 없어요. 어느 정도 분열하다가 더는 분열하지 못하고 남게 되는데요. 이때 스스로 자살 신호를 보내 죽든가 면역세포가 없애는데, 일부 세포는 제거되지 않고 남아 노화 세포가 되는 거예요. 노화 세포의 특징은 노화 유발 물질을 생성해서 주변 정상세포까지 자기처럼 만들어요. 요컨대 노화 좀비 세포 역할을 하는 거죠.

식품이나 약 섭취, 수술 등의 방법으로 노화 세포를 제거할 수도 있나요.

요즘 어떻게 노화 세포를 줄일 수 있을지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데, 쥐 실험을 통해서는 가능하다고 밝혀졌어요. 쥐에 방사능을 쪼이거나 유전자 조작을 해서 노화 세포가 생기면 여기다가 노화 세포를 죽일 수 있는 천연물, 항암 약품을 써서 없애는 거죠. 사람에게는 지금 임상시험을 하는 정도의 단계에 와 있어요.

노화는 세포에서 시작되잖아요. 그런데 일상 속 건강한 생활 습관이 노화를 늦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포의 노화와 생활 습관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일단 세포가 노화할 때 마지막 단계에서 유전체 불안정, 후성유전학적 변형,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텔로미어 길이 단축 등 9가지 변화가 일어나요. 이 중에서 텔로미어가 생활 습관에 많은 영향을 받아요.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에 위치하는데요.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이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면서 유전자가 갖고 있는 DNA를 보호하는 거예요. 앞서 세포는 무한정 분열할 수 없다고 했죠. 그 이유가 텔로미어 길이가 자꾸 짧아져 임계치에 도달하면 더 이상 분열이 불가능해서예요. 그런데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음주를 하면 텔로미어 길이가 10배 정도 더 짧아집니다. 빨리 노화 세포가 되는 거죠.

막연하게 운동 열심히 하고 술 안 먹고 스트레스 덜 받으면 오래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생활 습관과 세포가 다 연결돼 있는 거였네요.

특히 어릴 때 건강 습관이 중요해요.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는 속도가 어린 시절에 더 빠릅니다. 임산부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태아가 성인이 됐을 때 텔로미어 길이가 그렇지 않은 태아보다 더 짧다고 알려져 있어요. 또 어린 시절 폭력을 당했거나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텔로미어 길이가 더 짧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공부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운동도 많이 하지 못하고 햇볕도 쐬지 못하면서 지내잖아요. 이런 생활적인 면들을 잘 관리해줘야 해요.

우리 몸은 숨만 쉬어도 늙는다?

세포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또 다른 하나가 ‘안티에이징’ 화장품 광고에서 많이 들어봤을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몸속에 들어온 산소가 체내에서 산화되고 남은 일종의 찌꺼기다.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다. 즉, 세포 내 공장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탄수화물과 지방을 태워 우리 몸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만들어내지만, 그 과정에서 활성산소도 만들어내는 것이다.

활성산소는 인간이 숨을 쉬고 몸을 움직이는 한 계속해서 생성된다. 하지만 우리 몸에 존재하는 항산화 시스템이 활성산소를 적절히 중화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큰 위험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많을 때다. 미토콘드리아는 활성산소의 공격에 취약하다. 손상을 입은 미토콘드리아에서는 더 많은 활성산소가 발생해 세포의 손상을 가속화한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되면 몸에 어떤 신호가 오나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떨어지면 항상 피곤해요.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영양소는 지방으로 쌓여 비만으로 연결됩니다. 또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탄수화물 대사와 지방 대사가 일어나기에 이 기능이 떨어지면 당뇨병이 올 수도 있겠죠. 더 중요한 부분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생사를 결정한다는 거예요. 세포는 손상을 입으면 그 정도가 크지 않을 경우 고쳐 쓰고, 고치기 어려울 정도면 자살 신호를 보내 스스로 죽는 ‘세포자멸사’를 일으켜요. 이 2가지 경로 중 하나를 택할 때 미토콘드리아에서 보내는 신호에 따라 해결합니다. 우리가 젊고 건강하게 살려면 전자처럼 자꾸 고쳐 쓰면서 튼튼한 세포가 많아져야겠지요.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에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의 신호에 의해 생성됩니다. 근육에 특히 많이 있어요. 우리 몸은 운동할 때 숨이 차고 힘들다가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잖아요. 그 이유는 미토콘드리아가 많이 생성되어서예요. 또 가급적 활성산소를 중화할 수 있는 항산화 영양소가 든 음식을 많이 먹으면 훨씬 좋죠.

항산화 효과가 있는 영양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될까요.

활성산소가 우리 몸을 망가뜨리고 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항산화 영양제를 복용하면 훨씬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됐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임상시험에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애초에 산화스트레스 때문에 우리 몸이 망가진다는 것 자체가 틀린 게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우리가 항산화제를 먹었다고 해서 이 영양소가 미토콘드리아에 들어간다는 보장이 있겠느냐는 시각으로, 미토콘드리아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변형한 비타민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굳이 항산화 영양제를 챙겨 먹을 필요가 없겠네요.

사람에 따라 식사가 불균형해서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다면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영양제를 먹을 수는 있겠죠. 예를 들면, 활성산소 때문에 염증이 생기는데 이때 항염 작용을 하는 오메가3는 도움이 됩니다. 다만 대표적인 항산화 영양제로 알려진 비타민의 경우 해가 되는지 이득이 되는지 아직까지는 확실치가 않아요. 오히려 비타민 E와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은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위해 먹지 않는 게 좋다는 연구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일반인은 비타민을 먹는다고 해서 더 추가되는 이득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진행되는 노화에 대한 연구 중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연구가 있나요.

앞서 얘기한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방법과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지 않도록 막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요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런데 텔로미어의 길이는 암과도 연결돼 있어요. 암세포가 계속 분열하는 것은 암세포 안에 텔로미어 길이를 늘여주는 효소가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텔로미어 길이를 늘일 수는 있는데, 자칫하면 암이 발생할 수도 있는 거죠. 이처럼 어느 한 방법을 써서 건강을 좋게 만들려는 시도가 이득이 큰지 해가 큰지 따져봐야 해서 결론에 이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다만 우리는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알고 있어요. 어떤 생활을 했을 때 어디서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메커니즘이 있으니까 현 단계에서는 좋은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우선입니다.

낮에 먹고 밤에 안 먹는 간헐적 단식으로 노화 방지까지

건강한 생활 습관 중에서도 더 신경 써야 하는 중요한 순서가 있을까요.

참 어려운 질문이에요. 자신의 상태나 얼마큼 하느냐에 따라 좋아지는 정도가 다르고, 어떤 방법이든 각각의 하는 역할이 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식단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모든 생명체는 생명 유지를 위한 에너지를 외부 환경에서 얻잖아요. 장수 마을에 사는 100세 넘은 노인들을 보면 소식을 하고 다양한 색깔의 채소나 과일, 잡곡 등을 많이 먹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운동이 상당히 중요해요. 면역 기능을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금연, 절주 등도 꼭 필요합니다.

그럼 세 끼를 먹되 소식과 간헐적 단식 중 어느 쪽이 더 도움이 되나요.

일단 칼로리 총량을 제한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소식하면 먹을 게 없는 환경이 안 좋은 상황이라고 내 몸이 느껴 세포를 잘 보존하려는 유전자가 발동해요. 그러니까 성장과 발육이 왕성한 청소년기 이후로는 적당히 먹는 편이 낫습니다. 또 우리 몸은 태양과 동기화돼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태양이 있을 때 먹고 활동하는 게 유익합니다. 밤에 먹으면 신진대사가 잘 일어나질 않아 먹는 대로 쌓이거든요. 그래서 간헐적 단식을 하되 낮에 식사하고 밤에 먹지 않는 사이클을 맞춰주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나이 들수록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해야 한다는데 채소 위주로 먹어도 영양소가 충분한가요.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건 어떨가요.

채소 위주 식단은 항염에 도움이 돼요. 보편적으로 일반인한테 얘기할 때 하루에 채소와 과일을 한 500g 섭취하라고 추천하는데, 총칼로리의 3분의 2 정도면 좋아요. 항염 작용이 꼭 필요한 분들은 이보다 더 많이 먹어도 괜찮습니다. 단백질의 경우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섭취량은 사람에 따라 총에너지 섭취량의 7~20% 정도예요. 그것도 콩류, 견과류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주로 섭취하고, 적색육보다는 닭, 오리, 생선을 더 추천합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려우나 단백질 보충제를 일반인들이, 특히 젊은 사람들이 챙길 필요는 없다고 봐요. 필요 이상의 단백질 섭취는 콩팥에 부담을 주거든요.

운동할 때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어떤 비율로 하면 좋을까요.

운동은 조금 힘들게 해야 해요. 우리가 견딜 만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스트레스를 이겨나가기 위해 유전자들이 전부 발동해서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거든요. 운동하고 나면 오히려 굉장히 개운해지는 게, 좋은 호르몬이 나와서 그런 거예요. 일단 약간 숨이 차는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150분은 해야 하고, 150분의 3배인 7~8시간까지 하면 더 좋아요. 근력 운동은 일주일에 2~3회 정도를 추천해요.

교수님만의 건강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하루에 1시간 이상 꼭 운동하고 아침에는 양배추나 적채 등으로 가볍게 먹어요. 점심이나 저녁을 밖에서 먹어야 할 경우에는 최대한 건강에 좋은 메뉴를 찾습니다. 저는 비타민은 먹지 않고, 대신 멜라토닌 3mg 정도를 자기 전에 먹어요. 젊고 건강하게 산다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저는 혈압약과 콜레스테롤 약을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건강검진 결과가 젊은 사람처럼 유지되고 있어요. 결국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건강지표를 좋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 거예요.


사소한 습관이 미치는 큰 결과

1.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되는 근력 운동
요즘 젊은 층에서 체형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데, 근력 운동을 심하게 하면 근육이 손상되고 여기에서 콩팥을 상하게 하는 물질이 나오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체형 만드는 운동에 들어가기 전 혈액검사를 해서 근육과 콩팥 등에 너무 과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체크할 것.


2. 다양한 색깔의 채소와 과일 먹기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은 각종 식물에 8000종 이상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영양소다. 식물마다 서로 다른 색을 갖는 것은 바로 폴리페놀 때문이다. 워낙 종류가 많고 식품에 따라 주된 폴리페놀 함량도 제각각이므로 가급적 다양한 곡류와 채소, 과일, 견과류, 식물성기름 등을 통해 섭취하는 게 좋다.

3. 꿀잠 자게 해주는 멜라토닌
잘 때 나오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미토콘드리아와 연결돼 있다. 푹 잘 자야 건강하다는 얘기가 바로 미토콘드리아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 그런데 50세가 넘어가면 멜라토닌 수치가 떨어져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 멜라토닌은 외국에서 식품으로 분류되므로 해외 제품을 직구해도 되고, 가정의학과나 내과 등 병원에서 쉽게 처방받을 수도 있다.

4. 호흡만 잘해도 사라지는 스트레스
이완 운동의 기본 원리는 자율신경 중에서 부교감신경을 항진시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많은 양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교감신경이 활성화한 채로 지낸다. 마치 전쟁을 앞둔 군인처럼 에너지를 단시간에 많이 방출해 힘이 솟구치고 긴장해 집중력이 오르지만, 이 상태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몸과 마음이 지친다. 이때 천천히 심호흡만 제대로 해도 이완 효과를 볼 수 있다. 편히 앉거나 누운 자세로 한 손은 배, 한 손은 가슴 위로 얹은 다음 배에 얹은 손이 가슴의 손보다 더 위로 올라오도록 복식 호흡을 한다. 숨을 들이마신 상태에서 7까지 세고 다시 천천히 내뱉는 동작을 5회 정도 반복한다.

#노화세포 #항산화 #간헐적단식 #여성동아

사진 홍중식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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