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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부자들이 좋아하는 정리 정돈법은 따로 있어요” 공간 정리 전문가 정희숙

조지윤 기자

2024. 02. 02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12년간 1만 명 이상의 집을 정리한 정희숙 대표가 전하는 ‘잘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집’. 

설맞이 대청소를 앞두고 있는가. 매년 온 집 안을 뒤집고 엎어도 또 어질러지는 집을 큰맘 먹고 치우는 일을 반복하는가. 공간 컨설팅 회사 공간미학의 대표이자 한국정리컨설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희숙은 “그렇다면 지금까지 당신이 한 것은 정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제대로 정리했다면 집이 깔끔한 상태로 유지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

연필꽂이 하나에 형광펜, 볼펜, 심지어 자까지 몰아넣고 선이 꼬인 휴대폰 충전기를 서랍에 넣어서 안 보이게 하면 깨끗한 것일까. 그는 “정리를 하는 것과 물건을 치우는 일은 다르다”며 “물건을 눈앞에서 안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필요하면 쓸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정리”라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 정리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정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정희숙 대표는 5000가구 이상의 집을 정리했다. 가지각색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한 끝에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정리는 단지 청결의 영역을 넘어서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초석이라는 사실. 공간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취향, 가치관, 정체성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정희숙 대표는 성공한 사람들의 집을 보면 그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느껴진다고 했다. 최근 ‘잘되는 집들의 비밀’을 펴낸 정희숙 대표에게 공간을 넘어 마음까지 바꾸는 정리법에 대해 물었다.

“추억이란 이름의 짐, 과감히 버려라”

정리란 무엇인가요.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의 개수와 자리를 파악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집에 컵은 몇 개 있고 소주잔은 어디에 있는지 바로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많은 사람이 정리와 청소를 착각해요. 곰팡이를 닦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청소예요. 물건을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넣는 것은 정리가 아니라 물건을 ‘치우는’ 것에 불과하죠. 대개 모델하우스가 정리가 잘됐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물건이 바구니에 안 담기고 밖에 나와 있어도 돼요. 자기가 물건을 빨리 찾고 쉽게 꺼내고 다시 제자리에 놓을 수 있으면 그게 정리죠.

제대로 정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리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우선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낸 후 종류별로 모으고 다시 기능별, 사용자별로 나누세요. 그다음 각자의 공간에 각자의 물건을 두면 정리는 끝입니다. 예컨대 집 안의 모든 문구를 모은 후에 펜만 분류해보면 엄마 것, 아빠 것, 아이 것 각각 구분이 가겠죠. 그러고 나서 아이 책상 위에는 아이 문구만 올려놓으면 됩니다. 사실 아이 책상 위에는 연필 한 자루, 지우개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거든요.

최소한의 물건만 있어도 된다는 거군요.

집에 TV가 1대만 있는 것처럼 모든 물건은 1개만 있어도 됩니다. 다들 제자리에만 있다면요. 문제는 물건이 필요할 때 찾지 못해서 하나 더 사고, 다음에도 못 찾아서 또 사는 일을 반복해요. 우리 집에 모든 물건을 하나씩만 둔다고 생각하면 사용하고 바로 제자리에 둘 수밖에 없어요. 다음에 또 써야 하니까요. 전 조금 더 비싸더라도 1+1 행사하는 제품이 아니라 1개짜리 제품을 사요. 당장 필요한 것은 딱 하나기도 하고, 물건이 쌓이면 정리하기 힘든 걸 잘 알고 있거든요.



맥시멀리스트가 정리하려면, 일단 버려야 할까요.

아니요. 버리기보다는 줄여야 합니다. 소비를 멈추고, 집에 있는 것부터 쓰다 보면 쌓인 물건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그럼 공간이 보이기 시작하겠죠. 그때 정리를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한 번에 모든 걸 정리할 수는 없어요. 정리 컨설팅을 진행할 때 전문가 10여 명이 몇 날 며칠을 집중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라요. 그만큼 힘든 일인데 하루 만에 혼자 다 끝내려고 하면 실패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죠. 천천히 해도 괜찮으니 일단 쌓아둔 물건들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정희숙 대표는 약 30만 명의 구독자를 지닌 유튜브 채널 ‘정희숙의 똑똑한 정리’를 통해 정리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압축팩 없이 이불 정리하는 꿀팁과 서랍 속 바지 정리 영상은 각각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했다. 그는 “정리 컨설팅을 받지 않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따라 해보면서 삶을 바꿔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다.

추억의 물건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린 시절 사진, 중학생 때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 등을 모아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만약 집이 넓어서 추억 보관 방을 따로 만들 수 있고, 추억을 곱씹을 시간이 많으면 과거의 물건을 다 가지고 살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죠. 과거를 떠올린다는 것은 현재의 시간을 쓰는 것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제 만나지도 않는 친구와 나눈 쪽지를 펴볼 시간이 있을까요. 물론 모든 추억의 물건을 버리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쌓이는 물건들을 정리할 필요는 있다는 겁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거나 디지털 문서로 작업해서 모아두는 식으로요.

“누구나 돈 주고 정리하는 시대가 온다”

정리는 습관이라는데, 부모가 깔끔해도 아이는 아닌 경우가 있어요.

부모가 다 해줬기 때문입니다. 간혹 부모가 아이한테 정리는 손도 못 대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정리는 하찮은 거고, 그 시간에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과연 그게 옳은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이에게 정리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싶다면 어려서부터 정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게끔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제자리에 물건을 놓는 버릇부터 들이는 게 좋아요. 공부를 자기 주도적으로 하는 것처럼 정리도 스스로 해야 합니다.

한 번 컨설팅을 받는 데 가격은 얼마인가요.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대략 평당 8만 원인데 물건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달라져요. 100평인데 100만 원만 받은 집도 있죠. 평균적으로는 한 집당 200만~300만 원은 나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네요.

한 달 월급 수준의 돈을 정리 한 번에 쓰는 것이 쉽지는 않죠. 그런데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정리 컨설팅도 더 보편화할 거라고 예상해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24’에 따르면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의 효율)’가 올해의 키워드기도 하고요. 실제로 평범한 직장인들의 의뢰가 늘고 있어요. 목돈을 좀 쓰더라도 한번 시스템을 구축하면 앞으로 정리하는 데 사용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걸 알아서죠. 누구나 다 돈을 주고 정리하는 시대는 분명히 와요.


정희숙 대표는 “돈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정리에 돈을 쓰는 것은 아니다”라며 “똑같은 돈을 주식 사는 데 쓰지 않고 정리하는 데 쓴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자들은 정리 컨설팅을 받고 청소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을 투자의 개념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부자들의 집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공간이 있나요.

서재요. 대부분 집에 꼭 있어요. 컨설팅하며 만난 부자들 가운데 교육에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아이들 교육은 물론이고 본인들 자기 계발도 끊임없이 합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줄 알았는데, 부자는 늘 공부를 하더라고요. 전업주부도 영어 원서를 읽고, 투자 공부를 합니다. 특히 독서가 삶에 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점 베스트셀러는 무조건 부잣집 책장에 꽂혀 있어요. 지금 사람들이 관심 갖는 주제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죠.

집이 넓어야 서재를 만들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방이 없어도 서재를 만들 수 있어요. 안방이나 거실 어디든 원하는 공간에다 책장이나 선반을 두고 책을 정리해보세요. 좋아하는 의자와 쿠션, 조명을 놓으면 그곳이 바로 서재가 되는 거죠. 접이식 책상을 놓거나 벽에 간단히 선반을 설치해 책상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요. 여유 공간이 아예 없다면 관념적 서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죠.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는 주방 식탁을 서재로 이용하는 식으로요. 공간을 활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집이 좁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또 부잣집에만 있는 공간이 있을까요.

부잣집에 없는 공간은 있습니다. 그들은 창고 방을 만들지 않아요. 모든 공간에 역할을 부여하고 그 역할에 맞게 공간을 쓰죠. 아무리 공간이 넓어도 물건이 그보다 많으면 소용없습니다. 그들은 불필요한 물건이 쌓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입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물건들을 척척 사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집을 소중히 생각하기에 집 안에 들이는 물건에도 신중을 기하는 거죠.

‘이사 가면 정리해야지’ 생각한다면…

부부 사이가 화목한 집의 특징이 있다고요.

각자의 공간이 확실히 있으면서 상대방의 물건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수집한 레고나 아내가 사 모은 커피 잔을 보고 절대 “뭘 그런 걸 모아”라고 말하지 않아요. 서로의 공간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서로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거예요. 간혹 집 안에 남편 또는 아내의 공간이 없는 집이 있습니다. 선반 하나, 책장 한 칸이라도 괜찮아요. 각자의 물건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또 부부 사이가 좋은 사람들은 둘이 함께 살아가는 집을 가꾸는 데 공을 들입니다. 이혼을 결심했는데 둘이 사는 집을 정리하고 살뜰히 돌볼 사람은 없습니다. 남편의 물건을 정리하고 관리해준다는 건 여전히 남편을 사랑한다는 뜻이에요. 결국은 모든 게 공간으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물건이 아니라 공간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군요.

정리할 때 동선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죠. 정리가 같은 종류의 물건을 한곳에 모으는 작업이라면 동선은 모은 물건을 어디 둘지 정하는 것입니다. 결국, 정리하는 이유는 물건을 쉽게 꺼내 쓰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특정 공간에서 무엇을 할지 알아야 하고, 그 공간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아야겠죠. 예컨대 정수기는 물을 마시기 위한 가전이니까 근처에 컵이 있어야 합니다. 영양제를 먹을 때도 물이 필요하니까 가까이 둬야겠죠. 컵으로는 커피나 차도 마시니까 관련 도구들도 옆에 있어야 하고요.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각 물건이 자리해야 할 곳을 알 수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들끼리 모으다 보면 자연스레 하나의 공간이 됩니다.

똑같은 구조의 집이라 하더라도 살고 있는 사람에 따라 공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이, 키, 직업 등에 따라 어떤 물건을 어디에 둘지 달라지기에 정희숙 대표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매뉴얼을 만들지는 않는다. 정 대표가 5000가구 이상의 집을 정리했지만 단 한 번도 똑같은 컨설팅을 진행한 적이 없는 까닭이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집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나요.

집은 세상에서 제일 편안하고 좋은 곳이어야 합니다. 호텔보다도 더 쾌적해야 하죠. 수저, 컵처럼 자주 쓰는 물건은 마음에 쏙 드는 것으로 구비하세요.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오늘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공간인 만큼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타깝게도 나중에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 가면 그때 예쁘게 꾸미고 좋은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집에 투자하라는 것이 리모델링을 하고 인테리어를 바꾸라는 뜻은 아닙니다. 공간을 넓히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정리예요. ‘언젠가’를 그리기보다는 오늘, 지금 행복해지기 위해 정리를 시작해보길 바라요.


#정리법 #정희숙 #정리컨설팅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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