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브라운 컬러에 열광하는 건 단순한 취향을 넘어선다. ‘흙에서 나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섭리처럼,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흙빛에서 안도감을 찾아왔다. 일상의 풍경을 담담히 그린 19세기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가 화폭 대부분을 브라운 톤으로 채운 것도, 1970년대 히피들이 갈색 계열의 빈티지 의상으로 산업사회에 대한 저항과 자연 회귀의 메시지를 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색채 기업 팬톤이 올해의 컬러로 ‘모카 무스’를 선정하며 ‘커피와 초콜릿처럼 감각적이고 따뜻한 위안을 담은 색’이라 표현한 것도 마찬가지다.

올 브라운 룩 눈길
이 같은 정서적 기반을 토대로 이번 F/W 시즌 브라운 컬러가 한층 힘을 얻었다. 블랙보다 부드럽고 베이지보다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클래식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런웨이에서는 잘 차려입은 듯한 올 브라운 룩이 두드러졌다. 구찌는 진한 초콜릿 브라운 재킷과 스커트 셋업으로 단정함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워크웨어 룩을 제안했고, 스텔라맥카트니는 어깨선을 강조한 모직 스웨터에 팬츠, 백, 벨트까지 딥 브라운 컬러로 맞춰 절제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런던과 코펜하겐, 상하이를 잇는 글로벌 컨템퍼러리 레이블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조를 이어갔다. 슈지는 빈티지 가죽과 스웨이드 소재로 강인함을, 스칼스튜디오는 보다 정제된 베스트와 팬츠 셋업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MKDT스튜디오는 톤온톤 스타일링으로 브라운 컬러에 깊이를 더했다. 슈슈통 역시 초콜릿 컬러의 드레스로 부드러운 곡선미를 강조하고 나섰다.딥 브라운의 행진은 스트리트에서도 이어진다. 동시대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는 아이콘 헤일리 비버와 엘사 호스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초콜릿 브라운으로 맞춘 모노크롬 룩을 선보이며 가을의 시작을 알렸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페르닐 테이스백도 딥 브라운 컬러로 SNS 피드를 은은하게 채워나가고 있다. 베네치아, 마린 디에, 로미나 마이어, 소피아 제이스 등 패션 인플루언서들도 짙은 브라운 아우터를 활용한 세련된 캐주얼 룩을 연일 공개 중이다. 올 브라운 룩이 부담스럽다면 이들처럼 재킷, 코트, 롱부츠 같은 면적이 큰 아이템을 딥 브라운으로 연출해보자. 크림이나 베이지, 그레이처럼 뉴트럴 컬러 아이템과 섞어 톤온톤 룩을 연출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골드 주얼리나 레드 립으로 포인트를 더하면 고급스러운 무드를 배가할 수 있다.
브라운 컬러는 어쩌면 우리가 지속가능성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와 닮아 있다.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가치 있는 것을 오래도록 지켜내는 자세. 계절이 바뀌어도 이 깊은 색채가 주는 정서적 안정과 세련된 멋은 퇴색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브라운패션 #딥브라운트렌드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슈슈통 슈지 스컬스튜디오 MKDT스튜디오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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