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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돈 쓰는 취미에서 돈 버는 부업으로

조지윤 기자

2024. 01. 30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vs 돈 되는 일. 100명한테 물어보면 100명마다 저마다의 이유로 각기 다른 답을 안고 있을 난제다. 하지만 여기, 좋아하는 일을 수익화해서 쏠쏠히 주머니를 불리는 이들이 있다. 남들은 취미에 돈을 쓸 때, 취미로 돈을 버는 똑똑한 MZ세대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형도 미용실에 갑니다”

저를 포함한 세 자매가 모두 아이돌 덕후여서 집에 아이돌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 솜 인형이 많았어요. 인형의 디테일과 표정을 더 잘 보이게 하고 싶어서 털을 다듬고, 경락을 하듯이 솜도 재배치했어요. 본인 인형도 미용해달라는 요청이 주변에서 들어오면서 충분한 수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트위터로 인형 미용실 계정을 만들었어요. 예상보다 수요가 많아서 한 달에 40개까지만 선착순으로 예약받고 있어요. 인형 하나당 미용 시간은 2~3시간 걸리고 비용은 1만~2만 원 수준이에요. 저도 아이돌 솜 인형을 갖고 있고 마치 인형을 자식처럼 대하는 팬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더 책임감이 커요. 제 가위질 한번에 이 인형의 남은 생이 달린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혹여나 고객님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걱정될 때도 있죠. 하지만 미용을 끝마치고 드라마틱하게 변한 모습을 보고, 또 고객님께서 만족하시는 걸 보면 뿌듯하고 재미있어요. 그래도 퇴근하고 지친 상태에서 인형 미용을 하다 보면 하루가 그대로 끝나기도 하고 주말이 주말 같지가 않아서 요즘에는 예약 개수를 더 줄일까 고민 중이에요. 어쨌든 부업은 부업인 만큼 본업에 영향이 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솜묭실(직장인)

“인스타툰으로 자아실현”

일하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게 될 때가 많잖아요. 그때 나만의 채널을 갖고 있으면 스스로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내 이야기를 담은 채널 하나는 꼭 가지고 싶었고, 전 미대를 나오고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해서 자연스레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면서 건강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 이야기를 담은 채널로 키워갔죠. 본격적으로 아이패드도 사고, 만화를 자주 업로드하다 보니 협업 문의도 점차 들어왔어요. 하루를 촘촘히 나눠서 필라테스 강의와 인스타툰 작업을 했지만 개인이 쓸 수 있는 집중력과 에너지에 한계가 있었어요. 선택과 집중을 위해 당시 주 6일로 진행하던 수업을 반으로 줄였죠. 고정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걱정이 컸지만 지나고 나니 그 선택 덕분에 채널을 크게 키울 수 있었어요. 팔로어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피드백에 예민해지기도 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외부의 반응에 너무 좌우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국 오래가기 위해선 ‘내’가 가장 잘하고 가장 즐거운 방법으로 해야 하니까요. 저도 이제는 그냥 소신 있게 즐기면서 하려고 합니다. 연유샘(필라테스 강사)

“편지 대신 써드립니다.”

어릴 때부터 주변 친구들에게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주변에 편지 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진심을 다 전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사연들을 보며 대신 편지 써주는 일을 떠올렸어요.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싫어진다는 말을 종종 들어서 고민했지만 일단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프리랜서 마켓 ‘크몽’에 서비스를 등록했죠. 글자 수 2000자 기준 2만4000원으로 책정했는데 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 부업으로 버는 수입이 본업의 20%는 거뜬히 채운답니다. 취미를 업으로 삼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에요. 의뢰인 입장에선 더 나은 결과물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하기에 쓴소리가 오갈 때도 있고요. 좋아하는 일에 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니 마음이 다칠 때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글이 취미인 사람이라면 글쓰기로 부업을 하는 것을 꼭 추천해요. 독자와 마감 기한이 있는 글을 쓰는 것과 혼자 글을 쓰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달라지더라고요. 돈을 받고 책임감 있게 하는 일인 만큼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글 실력도 점점 늘어서 일석이조랍니다. 엄정희(타로 리더)

“타로로 돈도 벌고 세상도 알아가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픈 채팅을 통해 타로점을 봐주고 있어요. 주변 친구들을 대상으로 조금씩 봐주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온라인으로 확장했어요. 복채 금액을 정하진 않고 3000~1만 원 선의 현금이나 기프티콘으로 자유롭게 받아요. 부업으로 타로점을 봐준 지는 1년인데 그간 총 200만 원 정도 벌었어요. 큰돈은 아니어도 매달 지속적으로 부수입이 생기니 도움이 돼요. 또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씩 열리더라고요. 타로점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 역시 마음이 따뜻해져요. 앞으로도 타로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나중에 취업해도 계속 부업으로 타로점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그렇다고 부업이 본업을 침해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봐요. 부업에서 적성을 찾고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부업이 성장하려면 본업이 안정적이고 성과도 나야 하죠. 특히 부업은 프리랜서 형식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감이 늘 일정하지가 않아요. 본업이 안정적이어야 부업도 즐기면서 할 수 있기에 본업과 부업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해요. 김기현(대학생)

“‘탑꾸’를 아시나요?”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탑로더(포토 카드 보관함)’를 직접 꾸몄는데 주변 지인들이 보더니 “팔아도 되겠다”고 하더군요. 원래 손으로 만드는 일을 다 좋아하긴 했는데 제가 만든 것을 돈 받고 팔아본 적은 없었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온라인 창작 마켓 ‘윗치폼’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1년째 순항 중이에요. 고객 대부분이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이다 보니 비싸게 받지는 않지만요. 부업 초반에는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모두 받느라 퇴근하고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온종일 제작했어요.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니 피곤해서 본업에도 지장이 가고 스트레스도 심해지더라고요. 누구의 강요 없이 오롯이 제 선택으로 한 일인데도 말이에요. 이제는 제가 한 달에 제작할 수 있는 양을 미리 계산해서 딱 그것만큼만 판매해요. 본업을 계속할 생각인 만큼 여기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결국은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기도 하고요. 사실 좋은 점이 많은 게, 도안을 구상하고 파츠를 붙이는 데 집중하다 보면 잡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덕질하는 아이돌과 관련된 작업이다 보니 덕업일치까지 챙길 수 있고요. 하지만 아무리 즐거워도 결국 ‘남의 돈’을 버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평소엔 직장인이라도 부업할 때만큼은 자영업자 마인드로 갈아 끼우고 제작부터 CS까지 철저히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길. 이화영(미용사)



#부업 #MZ세대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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