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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다이소가 화장품 맛집으로 등극한 사연

정세영 기자

2024. 01. 08

욕실, 생활용품 등의 최강자 다이소가 요즘은 ‘뷰티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퀄리티를 자랑하는 뷰티 제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올리브영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풍문도 들린다. 이러한 상승기류에 쐐기를 박은 건 바로 VT코스메틱에서 출시한 ‘리들샷’이다. 없어서 못 판다는 리들샷이 무엇인지, 더불어 저가 화장품의 인기 요인을 살펴봤다.

리들샷이 뭐길래

‘바르는 뷰티 디바이스’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리들샷.

‘바르는 뷰티 디바이스’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리들샷.

“다이소에 리들샷 사러 갔는데 품절이래요.” “다이소에서 리들샷 발견하면 무조건 쟁여두세요.” 뷰티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요즘 이런 댓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다이소 인기 품목이라니 생활용품인가? ‘샷’이라니 커피음료인가? 여러 추측이 가능하지만 이는 앰풀 형태의 기초화장품을 말한다. VT코스메틱이 개발한 리들샷은 일본에서 먼저 큰 인기를 얻었고 중국의 ‘큐텐’, 일본의 ‘라쿠텐’ 같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역시 대박을 터뜨렸다. 이렇게 확실한 시장성을 지닌 리들샷이 올리브영, 다이소 등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유통되기 시작했으니 큰 호응이 따르는 건 당연한 수순.

다이소에 공급된 리들샷 초도 물량이 2주 만에 완판, 현재까지 품절 대란을 빚고 있어 업계의 큰 관심을 모은다. 온라인에서는 ‘다이소 리들샷 재고 있는 곳’ ‘리들샷 후기’ ‘리들샷 사용법’ ‘리들샷 부작용’ 등 관련 검색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들샷은 대체 어떤 제품이며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상처로 인한 피부 재생 효과’를 볼 수 있는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다. 피부에 미세한 상처를 입혀 재생력을 유발한 뒤 본연의 건강한 피부를 되찾게 하는 원리인 것.

리들샷에는 시카리들이라는 자연에서 유래한 미세입자가 들어 있는데, 이를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마치 바늘처럼 뾰족뾰족하다. 이러한 시카리들에 모공보다도 작고 가는 미세침을 혼합해 피부 흡수력을 높인 제품이 바로 리들샷이다. 덕분에 화장품에 있는 유효성분이 피부에 쏙쏙 흡수돼 일명 피부의 ‘빛, 광, 결’을 개선한다.

피부과에서 시행하는 MTS(Microneedle Therapy System) 시술은 미세한 침이 촘촘히 박힌 기구를 이용해 피부 깊숙이 화장품의 유효성분을 전달하는 케어법인데, 리들샷 사용으로 이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리들샷을 일컬어 ‘바르는 MTS’ ‘바르는 뷰티 디바이스’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이소 버전이 사랑받은 이유

VT코스메틱에서 개발한 리들샷은 에센스, 마스크, 토너 패드, 아이 크림, 쿠션, 클렌저 등 다양하지만 다이소에 입점된 제품은 앰플, 마스크 팩이다. 그 중 특히 앰플이 화제다. 정확한 제품명은 ‘브이티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로 100, 300 등 2가지로 나뉘는데 이는 성분 함량의 차이다. 제품의 특성상 피부에 자극이 갈 수 있어 리들샷 100은 매일 사용해도 되지만 리들샷 300은 3일에 한 번 사용하길 추천한다. VT코스메틱 홈페이지에는 ‘피부 시술을 한 지 최소 2주 이상 지난 후 사용할 것’ ‘LED 마스크나 스킨케어 디바이스 등과 동시 사용을 자제할 것’ ‘상처나 아물고 있는 피부 부위에 사용하지 말 것’ 등 주의 사항이 안내돼 있다.

리들샷 제품은 공식 홈페이지, 올리브영 등의 채널을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지만 유독 인기를 끄는 판매처는 다이소다. 부담 없는 가격 덕분이다. 올리브영에서는 100에센스(50ml) 3만5000원, 300에센스(50ml) 4만3000원, 700에센스(30ml) 5만80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다이소에서는 약 10분의 1 가격에 동종의 리들샷을 구입할 수 있다. 다이소에서 판매한 리들샷 앰플의 가격은 1박스당 3000원으로 2ml 파우치가 6개씩 들어 있다. ml당 가격을 따져봐도 올리브영의 300에센스는 860원, 다이소의 300앰플은 250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격경쟁력의 비밀은 바로 용기에 있다. 다이소 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케이스 대신 파우치에 담아 원가를 대폭 낮췄다. 물론 배합 비율이 달라 완전히 똑같은 제품으로 볼 순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주요 성분이 같은 데다 다이소 버전의 퀄리티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많아 ‘보급형 가성비 제품’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 실용성과 가성비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다이소의 전략이 또 한 번 빛을 발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VT코스메틱 주가, 500원→1만6000원

리들샷의 흥행에 힘입어 VT코스메틱은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약 841억 원, 영업이익은 약 14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440% 이상 올랐다. 2023년 초 5000원대였던 주가 역시 1만6000원(12월 11일 기준)대로 크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게 내다보고 있다. 허선재 SK증권 연구원은 VT코스메틱의 해외 진출 확대 가능성에 방점을 둔 분석을 내놨다. 2023년 11월 기준 일본 내 4000개 이상의 매장에 리들샷을 입점한 VT코스메틱이 2024년에는 800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할 전망인 데다, 국내를 넘어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판로를 넓힐 예정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여기에 최근 국내 약국 입점을 시작한 VT코스메틱이 2024년 말까지 전국의 약국 2000개로 ‘판’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호재로 작용한다.

화장품 하면 백화점 1층부터 떠올리곤 했지만 앞서 언급한 리들샷이 대변하듯 요즘은 저가 화장품이 시장 지분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경기 불황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이 화장품 구매 시 제조사를 유의미하게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브랜드 못지않게 효능, 가성비 등이 중요해진 것이다. 다이소가 ‘떠오르는 뷰티 성지’가 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던 다이소는 요즘 패션, 뷰티 등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뷰티의 경우 약 25개 브랜드 250여 종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아무리 비싸도 가격이 5000원을 넘지 않아 부담 없이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의 유명 제조사를 비롯해 VT코스메틱, 네이처리퍼블릭, 클리오, 더샘 등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 상품이 대부분이다. ‘랩팩토리 멀티밤 주름스틱’ ‘식물원 감귤 비타 톤업 선크림’ ‘트윙클팝 글리터 레이어링 아이 팔레트’ 등 2023년 상반기를 주름잡은 히트 상품도 다수.

2023년 1~10월 다이소의 색조화장품과 기초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80% 신장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중소 화장품업체에서는 다이소 입점을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먼저 살필 수 있고, 다이소에서는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으니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는 셈. 일각에선 올리브영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저가 브랜드와 중소형 인디 브랜드가 2023년에 이어 2024년까지 화장품 업계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인플루언서 브랜드, 온라인 인디 브랜드들에 대한 소비자 경험이 늘어나면서 한국 인디 화장품 브랜드들의 질이 상향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편 저가 브랜드와 중소형 인디 브랜드가 파이를 키우는 반면 대기업 화장품의 성장은 주춤하고 있다. 실제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의 2023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감소했으나 클리오, 코스메카코리아 등 중소형 화장품업체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상승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해외에서도 잘나가네!

국내 저가 화장품이 해외에서도 핫한 반응을 얻고 있는 점 역시 괄목할 만하다.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한국산 중저가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K-팝과 K-드라마 등의 인기와 더불어 ‘한국 화장품은 저렴하고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주요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일본수입화장품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이 들여온 한국 화장품의 수입액은 775억 엔(약 7067억 원)으로 모든 국가 중 1위였으며, 프랑스 산을 누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미래에셋증권 배송이 연구원은 “2023년은 모든 저가 중소형(코스메틱) 브랜드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그간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으로 여겨졌던 수출도 저가 중소형 브랜드로 성장의 주축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흐름이 단순 유행을 넘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1월 22일 발간된 현대차증권 하희지 연구원의 보고서에는 국내 저가 화장품의 글로벌 인기와 관련해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가성비 자체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했으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변화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처럼 저렴한 데다 품질까지 좋은 상품은 만국 공통 소비자의 환영을 받게 마련. 화려한 겉치레보다 탄탄한 내실에 포커스를 맞춘 K-뷰티의 저력이 어디까지 발휘될지 궁금하다.


#리들샷 #다이소 #여성동아

사진출처 다이소 언스플래쉬 VT코스메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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