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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돌 군백기, 고무신 거꾸로 신을 틈이 없네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4. 01. 08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그래서 남자 아이돌 그룹의 군 입대로 인한 공백기는 곧 그룹의 존폐 위기로까지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노력에 따라 팬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팬 커뮤니티를 통해 열심히 소통 중인 병장 진(왼쪽). 2023년 12월 11일 RM과 뷔가 입소한 충남 논산훈련소에서 찍은 귀한 완전체 사진. 진과 제이홉, 슈가가 휴가를 내고 함께했다.

팬 커뮤니티를 통해 열심히 소통 중인 병장 진(왼쪽). 2023년 12월 11일 RM과 뷔가 입소한 충남 논산훈련소에서 찍은 귀한 완전체 사진. 진과 제이홉, 슈가가 휴가를 내고 함께했다.

방탄소년단(BTS)의 군 입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2022년 12월 현역으로 입대한 맏형 진을 필두로 제이홉, 슈가에 이어 2023년 12월 11일 RM과 뷔, 12일 지민과 정국까지 드디어 BTS 전원이 군 복무에 돌입했다. “진짜 여러 가지를 많이 준비했다. 진 형이 금방 오고 제이홉도 한 절반 정도 돌지 않았나. 우리 없을 때 그 둘이 ‘방탄소년둘’로 활동을 해줄 것”이라는 리더 RM의 말처럼 BTS의 군백기는 몬스타엑스와 온앤오프의 군백기 전략이 반반씩 섞여 있다. 맏형을 일단 보내고 남은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한 몬스타엑스처럼 각자 활동을 하며 차곡차곡 자체 콘텐츠를 쌓아둔 후 온앤오프처럼 날짜를 맞춰 동반 입대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BTS 7명 모두 군대에 있고 사회에는 아무도 남지 않은 ‘진짜 군백기’ 기간은 2023년 12월 중순부터 진의 제대일 전날인 2024년 6월 11일까지 약 6개월로 확 줄어든다. 아미(BTS 팬덤)로선 그 6개월만 버티면 2024년 6월 12일 진이 돌아오고 10월 17일 제대하는 제이홉과 만난다. 두 사람의 솔로 활동을 즐기다 보면 2025년 6월 마침내 남은 5명이 돌아온다. 슈가의 경우 2023년 9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복무 중이라 현역보다 3개월 더 병역 의무를 이행한 후 가장 마지막으로 6월 21일에 소집 해제된다. 따라서 완전체 활동은 빠르면 2025년 하반기에도 가능할 전망이다.

콘텐츠 쟁여두고 짧고 굵게 같은 시기에 입대한 BTS

맏형과 막내가 다섯 살 터울인 다인원 그룹이 군백기를 2년 6개월로 최소화한 부분도 놀랍지만 아미들이 가장 감동한 포인트는 이 전략의 섬세함이다. 팬 사랑 넘치기로 유명한 BTS는 군백기 동안에도 데뷔일인 6월 13일에 아미만 홀로 있지 않게끔 날짜를 기가 막히게 조율했다. 데뷔 10주년인 해에 솔로 활동을 통해 각 멤버의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챕터 2’를 기대하게 만든 점도 완벽했다. 입대 전 마지막 단체 라이브에서 정국은 “4월부터 지금까지 솔로를 하며 배우면서 성장하고 여러분과 좋은 추억 만들 수 있었다. 아낌없이 쏟고 가감 없이 즐기다 간다”며 “안 뒤처지게 가서도 틈틈이 연습하겠다”고 후련한 모습을 보였다.

일찌감치 전원 재계약을 마친 BTS가 “단체로 만났을 때 얼마나 좋은 시너지를 낼지 기대가 된다. 즐거운 마음으로 1년 반을 보내고 오겠다”고 전한 만큼 아미들에게 남은 일 역시 최대한 즐겁게 기다리는 것이다. 앞서 진은 개인 콘텐츠 ‘N월의 석진’과 팬 커뮤니티 위버스 소통을 통해, 슈가는 지금도 ‘슈취타’ 새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있었다. 제이홉은 2022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의 피지컬 버전인 ‘Jack In The Box (HOPE Edition)’를 2023년 8월 발매해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을 안겼다. 이제 전원이 자리를 비운 만큼 BTS는 세계 곳곳의 아미들을 위해 글로벌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데뷔 10년간의 여정을 정리한 다큐멘터리 ‘BTS Monuments: Beyond The Star(방탄소년단 모뉴먼츠: 비욘드 더 스타)’를 2023년 12월 20일 디즈니+에서 공개했으며, 세계적 미술가 제임스 진과의 협업 전시를 2024년 2월 2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연다.

이 같은 행보에 업계 안팎과 팬들 사이에서는 여러모로 최선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군 입대 계획 발표 직후 하이브 주가가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BTS가 3년 만에 완전체 활동을 할 때 팬덤이 대규모 보복 소비를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기대는 내년 하반기부터 주가에 미리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단 BTS 경우만이 아니다.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저마다 힘들게 키운 파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군백기 리스크를 줄이는 묘안을 짜내고 있다. 겨울 식량처럼 콘텐츠를 쌓아두고 멤버 생일, 만우절, 데뷔일 등 때맞춰 업로드하는 것은 기본이다. 원래 군인은 군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거나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그러나 입대 전 작업을 마무리한 콘텐츠는 허용되므로 대부분 입대 전까지 쉴 새 없이 일하다 간다.

군대 직캠으로 ‘계룡 입덕’, 이게 되네?

다양한 군 홍보 활동에 참여 중인 아이돌들. 맨 왼쪽부터 블락비 피오와 워너원 출신 옹성우, 몬스타엑스 민혁, 워너원 출신 하성운.

다양한 군 홍보 활동에 참여 중인 아이돌들. 맨 왼쪽부터 블락비 피오와 워너원 출신 옹성우, 몬스타엑스 민혁, 워너원 출신 하성운.

군대발 떡밥도 제법 나오는 편이다. 군 내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되면서 자신이 직접 SNS나 팬 커뮤니티로 근황을 알려온다. 국방 홍보 채널, 군 행사 등을 통해 얼굴을 비치는 경우도 많다. 2023년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충남 계룡시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개최된 ‘2023 지상군 페스티벌’에서는 워너원 출신의 옹성우와 하성운, 갓세븐 진영, 몬스타엑스 민혁 등이 마치 연말 시상식처럼 한 팀을 이뤄 히트곡 메들리 공연을 펼쳤다. 2018년 발매된 ‘Re:MONTAGE’를 끝으로 군백기를 맞았던 블락비의 경우 약 4년 만의 완전체 무대를 2022년 12월에 열린 ‘제28회 해병대군악대 정기연주회’에서 가졌다. 당시 해병대 군악대에서 군 복무 중이었던 막내 피오를 위한 형들의 의리였다. 특히 지난 2021년 12월 일본인 멤버 유를 제외한 한국인 멤버 5명이 동시에 입대해 2023년 6월 전원 ‘군필돌’이 된 온앤오프는 군백기를 위기에서 기회로 바꾼 대표적인 케이스다. 온앤오프는 아이돌 역사상 1년 6개월이란 전무후무한 짧은 군백기를 만들어냈다. 군백기 중 데뷔 5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앨범 ‘Storage of ONF’와 멤버 효진의 스페셜 싱글 ‘너를 사랑하는 일’을 내놓는 등 ‘열일’ 끝에 제대 후 4개월 만에 선보인 미니 7집 ‘LOVE EFFECT’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운도 좋았다. 멤버 5명이 군복을 입고 ‘2022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에서 펼친 공연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며 이른바 ‘계룡 입덕’을 가능케 했다. 인이어나 무대효과 없이 날것의 무대에서 오히려 멤버들의 라이브 실력이 부각됐다. 여기에 “입대 후 떨어져 지내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함께 만나 무대를 하면서 ‘우리 진짜 함께 있자’고 했다”는 와이엇의 제대 후 소감처럼 팀워크까지 돈독해졌다. 단, 동반 입대 전략에는 멤버 간 나이 차가 크지 않고 한국인 위주 그룹이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온앤오프 멤버들의 직캠 중 특히 군복 입고 추는 파워풀한 ‘Hype Boy’ 무대가 화제였다.

온앤오프 멤버들의 직캠 중 특히 군복 입고 추는 파워풀한 ‘Hype Boy’ 무대가 화제였다.

한편 2019년 5월 시우민을 스타트로 군백기가 시작된 엑소는 솔로와 유닛 활동을 통해 개개인의 인지도를 극대화했다. 2023년 12월 21일 입대한 마지막 주자 세훈이 전역하는 2025년 9월에야 약 6년여간의 군백기가 종료되지만 그 사이 디오는 연기자로 자리 잡고, 백현은 솔로로도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물론 군백기가 길어지면서 SM과의 재계약을 놓고 멤버들이 다양한 선택을 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럼에도 데뷔 12년 차인 2023년 7월에 발표한 정규 7집 ‘EXIST’가 앨범 판매 100만 장을 돌파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이 살아야 그룹도 산다. 단, 여기도 전제 조건이 따라붙는다. 멤버들의 단체 활동에 대한 의지다. 재계약 문제로 시끄럽던 2023년 가을 리더 수호는 “엑소 활동은 걱정 말아라. 수호가 책임진다”며 팬들을 다독였다.


윤혜진은 
아이돌 조상 H.O.T.부터 블락비, 에이티즈까지 청양고추 매운맛에 중독된 K-팝 소나무다. 문화교양종합지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며 덕업일치를 이루고, 지금은 ‘내돈내산’ 덕질 하는 엄마로 살고 있다.

#BTS #군백기 #온앤오프 #엑소 #여성동아

사진출처 BTS X 및 위버스 캡쳐, 유튜브 채널 ‘국방TV’ 캡쳐, 국방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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