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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

장혜정 프리랜서 기자

2023. 12. 05

건강하고 편안하게 공복의 효과를 챙길 수 있는 법.

일이 바빠서, 생각이 없어서, 때로는 다이어트를 위해 한 끼쯤 건너뛴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시 그때 속이 편안해지고 몸은 가뿐해지는 기분 좋은 만족이 찾아왔다면 당신은 이미 공복의 장점을 십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건강을 위해, 체중감량을 위해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단식을 결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간헐적 단식이 반짝 유행을 지나 대중적인 건강 루틴으로 정착되는 분위기인데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싶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내 건강 상태는 어떤지, 얼마의 주기로 단식을 실행할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것. 과연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우리는 왜 단식에 열광하는가

과거엔 단식이 그리 일반 적이지 않았다. 수술을 앞두고 음식을 삼가야 하는 환자나 정신 수양을 위해 공복을 유지하는 스님,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자 식음을 전폐한 정치인이 아니고서야 스스로 단식을 결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 꼬박꼬박 챙겨 먹는 삼시 세끼야말로 건강의 비결이자 활력의 원천이라 믿었다. 그런 삼시 세끼가 의심(?)을 사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이다. 당시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끼니 반란’ 특집을 통해 간헐적 단식의 원리와 장점을 다룬 바 있었는데 사례자들이 일주일에 5일은 정상식, 2일은 24시간 단식을 하는 5:2 식사법, 또는 16시간 단식 후 8시간 동안 식사하는 16:8 식사법 등을 통해 체중감량과 건강을 동시에 이뤘다는 점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요요 없이 비교적 손쉽게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관심이 이어졌고 이후 1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해당 식사법, 즉 간헐적 단식에 도전하며 그 효과를 증명하는 사례가 늘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단식은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것일까? 가장 즉각적인 변화이자 장점은 바로 소화기관의 휴식이다. 음식을 섭취하면 위에서 음식을 소화시키고 대장, 소장에서 그 영양분을 흡수하는 동시에 몸에 노폐물이나 독성물질이 남게 되는데 이런 과정이 모두 몸의 입장에서는 ‘노동’이다. 이를 잠시 쉬게 함으로써 소화기나 순환기 계통의 기능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간, 폐, 콩팥, 대장 등의 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선순환이 계속되면 비만은 물론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심장질환 등의 위험 요소도 덩달아 낮아진다. 다이어트 효과 때문에 간헐적 단식이 각광받고 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목표는 바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있다. 몸에 음식이 들어오면 혈당이 늘어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겨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혈당 조절 능력이 저하할 경우 쉽게 비만에 이르는가 하면 당뇨병 같은 심각한 질환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 간헐적 단식은 혈당 안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슐린 분비를 감소시켜 체내의 밸런스 유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단식이 치매 예방에도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는 주장이 있다. 2013년부터 간헐적 단식을 연구한 강북삼성병원 박용우 교수는 2020년 출간한 그의 저서 ‘호르메시스와 간헐적 단식’을 통해 간헐적 단식과 치매의 연관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속적인 만성염증은 뇌에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단백질이 쌓이게 만들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 만성염증은 혈관 노화를 일으켜 심근경색, 뇌경색 등 질병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만성염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비만, 그것도 내장지방이 축적된 복부비만이다. 그런 이유로 뱃살은 알츠하이머병, 암, 당뇨병, 심장병 등으로 이어진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결국 단식을 통해 비만을 퇴치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면 전신의 건강뿐 아니라 뇌 건강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끼니 반란’ 프로그램의 중요한 뼈대를 제공한 책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의 저자 브래드 필론 역시 저서를 통해 단식의 장점을 피력했다. 단식은 체지방지수를 낮추고, 다수의 염증 지표 및 질병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자가소화작용 과정을 상향 조절해 노년기에 맞을 수 있는 다수의 질병을 예방하고, 신체가 세포 수준에서 필요한 유지 및 청소 활동을 진행하게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몸속 세포들이 에너지를 내기 위해 세균, 불필요한 단백질, 세포기관, 미토콘드리아를 먹어치우는데 이 과정에서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포의 과포화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단식이 독이 된다?

이렇듯 백익무해하기만 할 것 같은 단식이지만 덮어놓고 동참하기엔 무리가 있다. 개인의 건강 상태나 특징을 반드시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환자라면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체중 조절의 목적으로 단식을 시행했다 저혈당에 빠지거나 혈당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당뇨병 환자의 간헐적 단식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을 정도인데,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간헐적 단식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암, 패혈증, 결핵, 간염, 부정맥, 고혈압 등 지병이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평소 위, 대장 등의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단식이 복부의 가스,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한 거식증, 폭식증 등 식이장애가 있다면 오히려 간헐적 단식 과정에서 식습관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 밖에도 체질량지수가 낮은 사람, 임산부나 수유부, 65세 이상 노약자, 어린이도 단식에 적합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식사 시간을 제한한다기보다는, 올바른 식사 습관이나 패턴을 익히는 데 단식의 목적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식, 어떻게 할 것인가?

최소 12시간 이상 ‘빈속’을 유지해야 단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최소 12시간 이상 ‘빈속’을 유지해야 단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주기적으로 단식, 공복 상태를 유지하고자 결심했다면 이제 그 방식을 정해야 할 차례다. 얼마의 주기로, 몇 시간 동안, 어떤 점에 유의해서 단식을 할 것인가 고민된다면 다음을 참고해보자.

01 하루 N시간 공복

하루 몇 시간씩 공복을 유지할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다. 일반적으로 16시간 단식 후 8시간 동안 식사하는 16:8 법칙이 널리 알려졌지만 12:12, 14:10 등 임의로 시간을 조율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공복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최소 12시간 이상 ‘빈속’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복 후 12시간이 지나면 지방층에 있던 글리코겐이 에너지를 내는 성분으로 바뀌어 지방을 연소시키기 시작한다.

이런 점에서 12시간 동안 식사하고 12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는 12:12 법칙은 비교적 쉬운 ‘입문자 코스’로 통한다. 오후 6시 전후로 식사를 마친 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면 12시간 공복이 달성되기 때문에 아침을 꼭 챙겨 먹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이와 관련해 이진복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를 통해 “12:12에 익숙해졌다면 공복 시간을 14시간, 최대 16시간으로 늘려가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단, 공복 시간이 끝나자마자 케이크와 단 음료를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럴 경우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가급적 단백질 위주의 첫 끼 식사를 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12시간 단식에 적응됐다면 앞서 언급했듯 14시간, 16시간으로 차츰 공복 시간을 늘려보는 것도 좋겠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민혜연 교수는 JTBC ‘상암동 클라스’에 출연해 14시간 단식, 10시간 식사를 가장 추천한다고 밝혔는데 혹시 급하게 찐 살을 뺄 목적으로 14:10 법칙을 실행할 경우 식단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10시간 동안 아무거나 먹고 14시간 단식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것. 그보다는 저탄수화물, 저염식,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되 사이사이 운동을 필수적으로 해야 체중감량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하루 16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고 8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는 16:8 법칙이 남았다. 이 경우 대개 낮, 저녁 두 번에 걸쳐 식사하기 때문에 원래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에게 유리한 면이 있는데, 저녁에 식사 시간을 배치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어나서 1시간, 자기 전 3~4시간은 식사를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예컨대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음식을 섭취하기로 했다면 적어도 오후 11시부터 밤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활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02 주 2일 공복

널리 알려진 16:8 법칙 외에 5:2 법칙도 있다. 일주일에 5일은 평소처럼 식사하되 나머지 2일은 단식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주중엔 평범한 식사를 하되 주말엔 공복을 유지할 수도 있고, 3일에 한 번꼴로 단식을 실천할 수도 있다. 이때 단식하기로 한 2일은 남성 600kcal, 여성 500kcal 정도의 최소 열량을 섭취하거나 그마저도 패스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하루는 정상 식단, 하루는 완전 금식을 하는 ‘격일 단식’, 일주일 기준으로 3~5일간은 칼로리를 제한하되 나머지는 자유롭게 먹는 ‘변형 격일 단식’ 등 다양한 단식의 형태가 존재하는 상황. 단정적으로 어떤 단식법이 좋다고 단언할 수 없는 건 개인의 건강, 라이프스타일, 식습관 등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건강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여러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최적 단식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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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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