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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가 가져올 입시 나비효과

김명희 기자

2023. 11. 30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입시 판이 요동치고 있다. 메디컬 학과 진학을 위해 재수, 삼수에 도전하겠다는 학생이 급증한 것은 물론, 일찌감치 의대 준비에 나서는 초중학생도 늘 전망이다.

2024학년도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는 올해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4학년도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는 올해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남 학군지에선 이제 내신 4등급 정도까진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요.”(대치동 학부모)

“공대 2학년 마치고 군대 갔다가 복학했는데, R&D 예산 깎여 ‘현타’ 오는 와중에 의대 증원 소식이 들려오니 메디컬 입시 공부를 다시 하고 싶네요.”(수험생 사이트 자유 게시판)

“고등학교 2학년 대상 윈터스쿨이 5분 만에 마감됐어요.”(입시학원 관계자)

우리나라 의과대학 입학 정원은 전국 40개 대학 3058명으로, 2006년부터 18년째 동결 중이다. 의대 정원이 묶여 있다 보니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2명으로, OECD(평균 3.7명)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마저도 돈이 되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으로 쏠리면서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기피 과는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필수 의료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안 마련에 나섰다.

의대 증원은 현 고등학교 2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5학년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선 내년 3월까지는 대학별 입시 요강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하다. 정부는 우선 2025년에는 현재 의대 위주로 증원하고 향후 지역 의대 신설 등 단계적 증원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장은 입학 정원 50명 이하 소규모(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원이 50명 미만인 의대는 △동아대(49명) △대구가톨릭대(40명) △인하대(49명) △가천대(40명) △을지대(40명) △울산대(40명) △아주대(40명) △차의과대(40명) △성균관대(40명) △강원대(49명) △가톨릭관동대(49명) △충북대(49명) △건국대 충주(40명) △단국대 천안(40명) △건양대(49명) △동국대 경주(49명) △제주대(40명) 등 17곳이다.



2025학년도는 미니 의대 증원 예정

교육계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입시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의대를 비롯해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등 소위 메디컬 학과는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나 다름없다. 전국 의대 평균 합격선이 서울대 평균 합격선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며, 심지어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소위 ‘스카이(SKY)’라 불리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019학년도 2.5%이던 서울대 휴학생이 2022학년도에는 6%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메디컬 학과 진학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서울대’라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이공계 이탈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것은 물론 자연계 상위권이 모두 의대로 쏠려 의대를 제외한 자연계열 합격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수 인재들의 이공계 이탈 가속화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4대 과학기술원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과기의전원은 학부를 마치고 석사과정을 통해 의사 자격(MD)을 취득한 후 박사과정에서 융합의학 연구를 수행, 공학박사(MD-PhD) 학위를 받는 과정이다.

의대 진학의 문이 넓어지면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사교육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증원하면, SKY급 최상위권 대학이 하나 더 생기는 수준”이라며 “최근 의대 정시 경쟁률이 6~7:1 수준임을 감안하면, 의대 지망생은 증원 규모보다 6~7배 많아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대치동에선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학생들이 크게 증가하는 분위기다. 임 대표는 “의대 진학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기대심리도 높아져 고2 대상 윈터스쿨이 문전성시를 이루는가 하면 고등학교 1, 2학년 대상 학부모 설명회에도 예년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원이 몰리고 있다. 초중학교로 내려와도 마찬가지 분위기”라고 전했다.

우리 아이도 의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 높아져

교육계에선 의대 증원 확대가 2028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안과 맞물려 핵폭탄급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8년 대입 개편안에 따르면, 정시가 현행 40%로 유지되는 선에서 내신이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개편되기 때문에 내신 영향력이 약해진다. 또한 수능 선택과목이 사라지면서 기존 문과 상위권 학생들에게도 의대 진학 통로가 열린다. 의대를 지원할 수 있는 학생들의 풀이 엄청나게 커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자체 패널 2908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부모라면 어린 자녀에게 ‘초등 의대반’을 권유할 것인지”를 질문한 결과 “자녀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존중할 것이다”가 43.4%로 가장 높았으며, “한 번쯤 권유는 해볼 것이다”라는 응답이 30.6%를 차지했다. 그리고 “반드시 시킬 것이다”가 14.7%로 나타나 의대 진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조사의 오차 범위는 ±1.8%p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올 12월 중으로 나올 경우 2024학년도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임성호 대표는 “현역 수험생들의 경우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내년 입시에 도전하기 위해 올해 정시는 상향 소신 지원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잇올그룹의 학습·입시 콘텐츠 연구소 잇올 랩 이상목 소장이 보는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이 소장은 “현역들의 경우 의대 정원 확대, 현역 수능 비중 감소, N수 수능 비중 확대 등 다양한 이슈로 인해 많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오히려 소신 지원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인 움직임이 보인다. 수능 이후 학교별 고사(논술·면접)는 어지간하면 가겠다는 의견이 대세다. 대학 진학 후 반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대정원확대 #2024수능 #여성동아

사진 뉴시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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