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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잔소리 대신 영화와 다큐로 아이 마음 움직이기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11. 28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요즘 아이들에게 고리타분한 위인전을 권해봐야 통하지 않는다. 보다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은 더 크게 아이 마음에 불씨를 지펴줄 방법을 찾는다면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보자. 

STEP 1
진로 교육의 시작은 아이와의 대화

얼마 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나오는 길, 문득 하루에도 꿈이 서너 번씩 바뀌는 사춘기 딸에게도 잔소리보다 이런 생각할 거리가 많은 콘텐츠를 보여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비단 우리 집 아이뿐만이 아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서 그저 학교와 학원을 시계추처럼 오가는 아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20~30%는 희망하는 직업이 없는 상태였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진로=돈’으로 결부 짓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도 직업을 선택할 때 한 가지 기준으로 ‘돈’이 나오지만, 돈 외에도 능력, 취미, 사회 공헌, 자기 계발 등의 키워드를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아이가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 게 중요하다. 부모 역시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코치가 가능하다. 비교적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은 평소 어떤 콘텐츠를 시청하든지 대화를 충분히 나누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떻게 콘텐츠를 고르고 어떤 대화를 나누면 좋을지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에 물었다.

협회에 따르면 대화를 나눌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부모의 가치관을 전달하기보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그러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생각해볼 거리가 나온다. 관련된 도서나 기사를 찾아보고 이야기해보도록 한다. 또 콘텐츠를 제대로 봤는지 숙제처럼 확인하는 질문은 피하고, ‘기승전잔소리’가 되지 않도록 할 것. 좋은 질문이 좋은 생각을 이끌어낸다. 협회에서 활동하는 교사들로부터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추천을 받았다.

STEP 2
실전! 콘텐츠 보고 따라 하기

대화법을 알았다면 시의성을 위해 되도록 최근 콘텐츠를 골라 교사들의 꿀팁대로 실천해보자. 엄마표도 문제없다.



디즈니+ ‘오타니 쇼헤이 - 비욘드 더 드림’

‘오타니 쇼헤이 - 비욘드 더 드림’,

‘오타니 쇼헤이 - 비욘드 더 드림’,

일본의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는 야구계의 유니콘으로 통한다. 투수와 타자 모든 포지션에서 만능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소속인 그는 2021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경기장에서 쓰레기를 줍고 상대를 존중하는 등 인성도 톱클래스다. 11월 17일 디즈니+에서 공개한 ‘오타니 쇼헤이 - 비욘드 더 드림’은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정상에 오르기까지 발자취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을 보면서 오타니 쇼헤이에 대해 더 찾아보고 야구선수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이어 어떤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까지 확장해보도록 한다. 특히 오타니 쇼헤이의 인생 계획표로 유명한 ‘만다라트’를 참고해보자. 초등학교 도덕 및 국어 시간에도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다. 표 양식은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가운데에 최종 목표를 적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요소들을 작성한 뒤 요소 주변에 세부 계획을 적으면 된다.

뮤지컬 ‘마리 퀴리’

‘마리 퀴리’,

‘마리 퀴리’,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2회 수상한 마리 퀴리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더한 뮤지컬이다. 작품 속에서 마리 퀴리는 라듐을 발견해 명성을 얻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라듐의 유해성과 직면하면서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10월 부산을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대구·서울·광주·안동·김해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

8세 이상 관람가이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왕이면 뮤지컬을 보기 전 마리 퀴리에 대해 찾아보는 게 좋겠다. 관람 후 읽으면 좋을 책으로 ‘나의 과학자들’을 추천한다. ‘나의 과학자들’은 과학 분야를 좋아했던 아이가 논픽션 작가 이지유가 되기까지, 좋아하고 존경한 과학자 29인의 삶을 담고 있다. 단순히 과학자들의 업적을 알아내기보단,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하게 자기 길을 걸어온 여성 과학자들을 통해 꿈꾸는 순간 누구나 갖는 두려움에 대한 답을 얻는 데 초점을 둔다. 더 많은 여성 과학자와 여성으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다른 인물들에 대해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눠보자.

영화 ‘어른 김장하’

 ‘어른 김장하’ 속 한 장면.

‘어른 김장하’ 속 한 장면.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가 11월 15일 영화로도 개봉한 ‘어른 김장하’를 보고 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작품의 주인공인 한약사 김장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평생 많은 이를 도와왔지만, 인터뷰 한번 하지 않은 ‘진짜 어른’이다. 올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TV 부문 교양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일찌감치 웰메이드 작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넷플릭스와 웨이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만든 김현지 감독은 “제목을 정할 때 ‘어른’이란 단어가 가부장적인 게 아닌가, ‘꼰대’같이 나쁜 의미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며 “요즘 인터넷을 하다 보면 우리가 사랑해온 단어들이 오염되고 있는 듯해 슬프다. 김장하 선생님은 어른이란 단어를 원래 의미로 되돌렸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어른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되고 싶니?” “되고 싶지 않은 어른은 어떤 어른이니?” 같은 질문을 통해 나와 연결해보자. 내가 소개하고 싶은 유명인은 누구이며, 그에 대해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어떤 부분을 부각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활동도 유익하다. 고등학생이라면 뉴스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칼럼이나 보고서 쓰기로 확장해본다.

#미디어리터러시 #그어살 #오타니쇼헤이 #여성동아

어떤 콘텐츠를 골라야 할까?

“구체적인 진로 교육 이전에 진로와 꿈 등에 대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 서용리 서울문덕초등학교 교사

“최근 AI나 기술과 관련된 SF 작품은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고 인간과 기술, 정체성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또 자신의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함께 성찰할 수 있는 콘텐츠도 중요합니다. 단, 계급과 인종, 젠더와 관련해 편향성과 보수적 가치관을 강조하는 콘텐츠는 피합니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무의식적으로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박유신 서울삼광초등학교 교사

“시의성과 유용성을 기준으로 합니다. 변화가 많은 진로·직업의 세계이므로 최근 부각하는 직업과 미래에 유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직업, 진로 분야에 관한 콘텐츠를 찾습니다. 단순 유희, 이미 알려진 진로 정보, 선정성과 폭력성이 있는 자료는 피하세요.”
- 이민원 양주고등학교 교사

“다양한 진로가 담겨 있고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우선 사용해야 합니다. 특정 진로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콘텐츠는 지양하세요.”
- 김완수 익산가온초등학교 교사

사진제공 디즈니+ 시네마달 
사진출처 제작사 라이브㈜ 인스타그램 
도움말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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