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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걷기 신드롬, 이대로 괜찮을까?

장혜정 프리랜서 기자

2023. 11. 09

요즘 대세인 맨발 걷기. 잘하면 약, 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전국에 때 아닌 맨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맨발로 등산로를 오르다가는 자연인이나 기인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었지만 요즘은 너도나도 맨발 걷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혈액순환 개선, 면역력 증진,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데, 그 근간에는 인체(발)를 지구 표면(땅)에 접지해 몸에 유용한 전자를 유입함으로써 여러 염증을 감소하고 건강을 도모한다는 ‘어싱 이론’이 깔려 있다. 과연 어싱은 무엇인지, 이로 인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유의해야 하는 사항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맨발 걷기는 왜 트렌드가 됐을까?

대한민국의 건강 이슈 중 하나는 맨발 걷기다.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각종 매스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맨발 걷기 신드롬을 조명하고 있다. 덩달아 맨발 걷기를 한 뒤로 만성피로가 사라지고 불면증이 개선됐으며 혈압이 떨어지거나 뇌졸중이 나았다는 후기도 들려온다. 병원에서조차 포기한 말기암 환자가 맨발 걷기로 두 달 만에 나았다거나, 외상 흉터인 켈로이드가 사라졌다는 등의 놀라운 간증도 눈길을 끈다. 덕분에 서울 강남구의 대모산, 성북구의 개운산을 비롯해 경기 일산 황룡산과 광명 서독산, 세종 금강 수변길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전국의 맨발 걷기 성지’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이러한 곳들은 주말이면 주차장이 꽉 찰 만큼 문전성시를 이룬다.

도대체 맨발 걷기 열풍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사실 ‘맨발 걷기 마니아’는 예전부터 있었다. 등산로, 둘레길 등에서 멀쩡한 등산화를 집어 든 채 맨발로 흙길을 걷는 ‘아재’를 누구나 한두 번쯤 마주쳤을 것이다. 다소 튀는 행동에 속했던 맨발 걷기가 이처럼 대중화한 데는 유튜브의 영향이 적지 않다. 언제부턴가 어싱이란 단어와 함께 맨발 걷기를 장려하는 콘텐츠가 대거 등장하기 시작한 것. 그렇다면 어싱이란 무엇인가? 맨발 걷기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먼저 어싱(earthing)이란 지구를 뜻하는 ‘earth’에서 파생된 단어로 땅과의 접촉, 접지(接地)를 뜻한다. 이 같은 개념은 2012년 해외 학술지 ‘환경과 공중보건’에 소개된 논문에서 비롯됐는데, 인체를 지구 표면에 접촉하면 지구의 자유전자가 체내에 유입되고 이로 인해 활성산소가 중화돼 여러 염증을 감소할 수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즉, 사람이 활동하다 보면 노화나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가 생성될 수밖에 없는데 접지를 통해 이를 땅으로 배출하는 한편, 땅이 품었던 양이온과 방사에너지를 흡수해 건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진은 비슷한 주제의 논문을 여러 학술지에 발표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주장이 뉴스 및 각종 콘텐츠를 통해 확산하면서 널리 한국에까지 알려지게 됐다. 정리하자면 지구전기와 우리 몸의 생체전기를 교류시킴으로써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것. 이 교류를 위해 신체를 땅에 접촉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맨발 걷기가 전에 없는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어싱의 원리를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발 걷기 자체에 대한 효과가 모두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걷기가 다리, 허리 등의 근력을 강화하고 체중을 감소시키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싱 이론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맨발 걷기의 효과만큼은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떤 효과가 있길래?

여러 사람이 맨발 걷기에 대한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보니 실제 그 효과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맨발로 걸으면 정말 건강해질까? 현재 걷기 운동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권택환 대한민국맨발학교 교장은 맨발 걷기의 효능을 확신하며 이를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발바닥이 자극돼 뇌 감각이 활성화되고 창의력이 좋아진다. 둘째, 흙 속의 다양한 세균을 접하며 면역력이 높아진다. 셋째, 우리 몸의 불필요한 활성산소와 정전기를 제거해 컨디션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맨발 걷기의 효과는 상당히 다양하다. 먼저 전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 전문가들은 하루 30분 이상의 걷기운동이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 심혈관질환이나 체내 노폐물 배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김유근 원장은 “맨발로 걸으면 발의 뼈, 근육, 인대가 골고루 강화되고 아치가 형성되며 발의 곳곳에 자극이 가해져 전신의 감각과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꾸준히 몸을 움직이다 보니 체중감소에도 효과적이다. 운동화 착용에 비해 맨발이 더욱 큰 운동 효과를 낸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실제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연구 팀이 남학생을 맨발 그룹과 운동화 그룹으로 나눠 30분간 걷게 한 뒤 운동 효과를 측정했더니 맨발 그룹이 운동화 그룹보다 더 높은 다이어트 효과를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체중감소는 혈압, 당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대사질환 완화에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과 중성지방 수치를 떨어뜨려 심혈관계질환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걷는 과정에서 혈압 상승의 원인인 카테콜아민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혈압 관리에도 유리하다.

그런가 하면 신체 건강 외에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뜻한 햇빛과 맑은 공기를 쐬며 맨발로 흙을 밟는 과정에서 구석구석 전신의 감각이 깨어나는 경험을 하기 때문. 잘 알려졌다시피 햇빛은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되는 세로토닌을 비롯해 편안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등의 분비를 촉진한다. 맨발 걷기를 하며 불면증이나 우울증을 고쳤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이유인데, 외부로부터 기분 좋은 자극을 받으며 삶의 활기와 의지를 찾는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유의사항은 무엇?

맨발 걷기가 열풍처럼 번지는 이때 기꺼이 동참하기에 앞서 꼭 유의해야 하는 사항이 있다. 무작정 양말을 벗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살펴보자.

01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것

걷기는 누구나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맨발 걷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신발 같은 보호 장비 없이 그저 맨발로 땅을 걸어야 하는 만큼 체력, 체형, 기저질환 등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다. 먼저 족저근막염이나 관절염 등이 있다면 맨발 걷기는 피하는 게 좋다. 평소 신발 신을 때와는 달리 맨발은 지면에서 오는 충격이 그대로 발, 무릎 등에 전해지기 때문에 관절, 인대, 힘줄 등의 근골격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어르신들은 발바닥의 패드 역할을 하는 지방층이 상당히 얇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더 맨발 걷기에 유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 역시 맨발 걷기를 적극 추천하기 어렵다. 이유인즉 맨발로 발을 딛는 과정에서 돌, 유리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환자 가운데는 발의 감각이 무뎌진 사람이 많아 작은 상처가 나더라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병을 키우거나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발에 습진이나 무좀이 있는 사람 역시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맨발 걷기에 신중해야 한다. 이렇듯 맨발 걷기에 제약이 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만일 ‘걷기’가 아닌 ‘어싱’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시도해볼 만한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강윤희 몸마음챙김학교 대표는 한 칼럼을 통해 “맨발이나 양말 신은 발로 그저 땅 위에 서 있어도 좋고, 힘들면 발은 땅에 댄 채 간이 의자에 앉거나 나무에 기대도 좋다”고 설명한다. 특정 장소를 찾아갈 필요 없이 근처 공원, 산책로 혹은 근교 산 등의 자연환경에서 어싱을 시도해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02 안전한 환경에서 시도할 것

맨발 걷기를 안전하게 하려면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정비되지 않은 숲이나 둘레길엔 돌, 유리 조각 등이 방치돼 있을 염려가 크며 풀숲이 우거져 뱀이나 해충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위험 또한 높아진다.

요즘은 각 지자체에서 앞다퉈 맨발 걷기 길을 조성하고 있는 추세라 잘 가꿔진 맨발 걷기 성지가 곳곳에 있는데, 여러 사람이 같은 목적으로 모이는 장소이므로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맨발 걷기로 헤쳐 모이는 각종 그룹 활동에 참여하면 지역 주민 혹은 타인 간의 돈독한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다.
한편 파상풍에 대비해 미리 예방접종을 받아두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혹시라도 발에 상처가 나면 곧바로 소독하고 밴드를 붙여 감염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너무 춥거나 발이 걱정될 땐 양말을 신어도 무방하니 여벌 양말을 챙기는 센스도 잊지 말자.

03 올바른 자세로 걸을 것

적당한 장소를 찾아 맨발 걷기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일단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전신의 긴장감을 낮춰주는 것이 좋다. 특히 발을 내디딜 때는 앞꿈치가 먼저 땅에 닿은 뒤 뒤꿈치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좋다. 이는 관절, 근육 등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좀 더 안전한 걷기에 도움이 된다. 걷다 보면 땀이 흐르게 마련이므로 물이나 이온음료로 틈틈이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또 컨디션이 괜찮다면 구간에 따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속도를 조절해 유산소운동의 효과를 노려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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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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