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21년차 현직 중학교 선생님 배혜림의 ‘최상위권 공부법’

정세영 기자

2023. 09. 28

자녀의 기나긴 공부 레이스를 완주로 이끌고 싶다면 배혜림 선생님이 제시하는 교과서 공부법에 주목할 것. 교과서는 초중고 12년 성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학습 도구다. 

대한민국 사교육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그 폐해를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지만 경쟁사회를 부추기는 현행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초등학생도 사교육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실제 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에서는 몇 년 전부터 3년 선행이 일반화됐다. 초등학교 3학년이 중학교 1학년 수학 문제 풀고 6학년 때는 토플까지 마스터한다는 것.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공부법 등의 극약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문계 고등학교 11년, 중학교 9년. 20년간 교직에 몸담고 있는 배혜림 교사는 수많은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교과서 한 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행학습으로 레벨이 높은 수학 문제를 풀어도 교과서 공부를 소홀히 하면 최상위권 성적을 받기 힘들다는 것. 아이의 성적 올리고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길은 교과서를 활용하는 공부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을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이도 없을뿐더러, 학부모들 사이에서 신뢰도도 높지 않다. 배혜림 선생님을 만나 교직 생활 동안 최상위권 아이들을 관찰하며 터득한 교과서 공부법에 대해 들었다.

핵심은 ‘교과서 읽어내기’

유튜브 ‘즐거운 초등 영어’에 출연해 교과서 공부법을 소개하는 배혜림 교사.

유튜브 ‘즐거운 초등 영어’에 출연해 교과서 공부법을 소개하는 배혜림 교사.

아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비법으로 ‘교과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학교는 본격적인 입시를 준비하는 시기예요. 학생, 선생님 모두 성적에 예민할 수밖에 없죠. 만났던 학생 중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너무 안타까웠죠. 공부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교직 생활 20년간 주로 최상위권 아이들을 관찰했는데 그 비결은 바로 교과서더라고요.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하는 최상위권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교과서 공부법’을 확신하게 됐죠.

최상위권 아이들의 공부 비결을 모아 교과서 공부법을 만든 거네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찾아가 그 비결을 묻고 정리하면서 교과서 공부법을 만들었어요. 공부법이라는 말은 좀 거창한 것 같아요. 교과서를 효율적으로, 제대로 보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교과서 공부법은 무엇인가요.

초등, 중등, 고등까지 로드맵으로 이어져요. 먼저 초등학교 저학년은 교과서 속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해요. 글자를 읽는 연습도 중요해요. 구강구조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연습하면 읽기 실력이 향상되고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초등학교 중학년이 되면 사회, 과학, 도덕, 영어 등 과목이 늘어나고 교과서 속 글자도 빽빽해져요. 저학년 때 연습한 읽기 실력이 빛을 발하는 시기죠. 시간을 더욱 많이 할애해 교과서 읽기를 습관화해주세요. 또 교과서 속 질문에 대해 아이와 의견을 나눠보세요. 교과서 속 질문은 그 단원에서 반드시 익혀야 할 학습 내용이에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습 내용을 정리하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체크해보는 거죠. 자연스럽게 어휘력과 문해력도 향상될 거예요. 중학년 때 교과서를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에 집중했다면, 고학년 때는 핵심 단어를 찾아 표시도 해보고 중요한 문장에 밑줄도 그으면서 교과서를 구조화하는 연습을 시작해봅니다. 하다 보면 큰 주제와 소주제를 나눌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고, 핵심 단어와 문장을 간파하는 힘이 길러질 거예요.



중고등학교 때는요.

중학생 때는 본격적으로 교과서를 읽고 구조화하는 연습을 해야 해요. 이해 안 되는 문장은 반복해서 읽으며 맥락을 확인하고, 모르는 단어는 뜻을 찾아 정리해두는 거죠. 또 문제를 풀 때는 교과서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서 정답을 찾았는지 확인합니다. 중학생 때 교과서를 구조화하는 훈련이 제대로 되었다면 고등학교 입학할 무렵에는 고등 공부의 핵심인 교과력이 향상돼 있을 거예요. 교과서 구조화 연습은 곧 교과력으로 직결되거든요. 교과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대체로 응용 능력이 우수하고,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도 크게 당황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떤 문제가 나와도 자신감을 가지고 차분히 문제를 풀어나가더라고요.

교과서 공부법의 핵심은 읽기네요.

맞아요. 교과서를 읽어내는 거죠. 교과서를 한 번만 읽어서는 안 됩니다. 최소 세 번 이상 읽는 것을 추천해요. 모든 과목은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해야 해요. 문제집이나 사교육은 교과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 다니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이 교과서고, 학교 수업과 평가 모두 교과서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요. 교과서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구성돼 있어요. 학년별로 알아야 할 것들을 모두 담아놓았습니다. 쉽게 말해 교과서에 모든 문제의 답이 있는 거죠.

성적 향상을 위한 효율적인 교과서 공부법은 없나요.

읽는 행위 자체가 습관화됐다면 교과서를 좀 더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스킬도 필요해요. 교과서의 각 단원 첫 부분에 나와 있는 학습목표를 중심으로 공부하세요. 공부의 목적은 학습목표 달성이니까요. 학습목표를 충분히 공부했다면 그 단원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해도 무방해요. 교과서에는 글만 있는 게 아니에요. 삽화나 도표, 그림 등도 담겨 있죠. 간혹 이 자료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건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한 것이 아닙니다. 삽화, 도표, 그림 등은 글에서 설명하지 못한 내용을 보완한 자료예요. 교과서를 공부한다는 것은 이런 자료들까지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걸 의미해요. 제시된 자료들을 파악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합니다. 또 교과서 뒤쪽에 정리된 교과 연계 도서나 자료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이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으면 교과서 내용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지식의 폭도 넓힐 수 있거든요.

문제집은 교과서 내용 확인을 위한 용도

교과서 공부법을 토대로 수업과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교과서 공부법을 토대로 수업과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시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최소 3주 전부터 준비해야 해요. 우선 교과서를 세 번 이상 반복해 읽으면서 내용을 구조화한 뒤 제대로 이해했는지 정리해보세요. 저는 백지 공부법을 추천해요. 백지에 제목만 써놓고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쭉 나열해보는 거죠.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교과서를 찾아 읽으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문제집을 풀면서 최종 체크를 합니다. 이때는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서 공부했던 내용이 어떻게 문제화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해요.

교과서는 문제집처럼 개념이나 중요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주지 않아요. 시간 측면에서 비효율적이지 않나요.

문제집은 교과서에 비해 개념 정리가 깔끔하게 잘돼 있어요. 하지만 주어진 것만 수용하는 방법으로는 절대 성적을 올릴 수 없습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없으니까요. 스스로 교과서를 읽으면서 개념을 정리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야 알고 있는 것을 좀 더 쉽고 간편하게 체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거든요. 처음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꾸준한 연습으로 익숙해지면 교과서를 읽으면서 핵심 개념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수능 문제 대부분은 긴 자료를 읽고 이해한 뒤 정답을 찾아내는 패턴이죠. 모든 것을 정리해놓은 문제집으로만 공부하면 긴 글을 읽는 힘을 키울 수 없어요. 교과서의 긴 글을 읽고 핵심을 찾아내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것이 학교 공부도, 수능 공부도 잘할 수 있는 비법이에요.

따로 문제집은 안 봐도 된다는 의미인가요.

교과서 공부법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라는 의미예요. 수업하다 보면 몇몇 아이가 교과서 밑에 다른 과목의 문제집을 깔아놓고 문제 푸는 모습을 보곤 해요. 또 시험공부 할 때 교과서를 한 번도 읽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뜻이에요. 수업 시간에는 해당 교과서에 집중해야 해요. 문제집은 교과서로 공부한 내용이 어떻게 문제화됐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하면 됩니다.

선생님도 중학생 아이 둘을 키우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자녀들에게도 교과서 공부법으로 학습 지도를 하시나요.

저희 아이들에게도 교과서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교과서 공부법으로 지도하고 있어요. 시험기간마다 교과서를 몇 번 이상 읽고 정리해보라고 이야기하죠. 강압이 아닌 권유의 형식으로요. 사춘기라 그런지 제 말을 다 따르진 않지만 나름대로 취사선택해서 공부하더라고요. 한번은 교과서 공부법대로 했더니 성적이 잘 나왔다며 앞으로 제대로 해보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현직 교사로서 학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우리 아이들은 12년이라는 기나긴 입시 마라톤을 하고 있어요. 마라톤은 짧은 시간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 100m 달리기와는 차원이 달라요. 결승점까지 안전하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코스별로 체력을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멀리 내다봐야 해요. 초반에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면 완주하지 못하고 포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12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어요. 아이가 오버 페이스를 하지 않게 부모가 먼저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교과서공부법 #교과서 #성적비결 #사교육 #여성동아

사진제공 배혜림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