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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청춘의 아이콘에서 감독의 페르소나로, 츠마부키 사토시

문영훈 기자

2023. 09. 22

영화 ‘한 남자’ 개봉을 앞두고 한일 양국에서 사랑받는 남자, 츠마부키 사토시가 내한했다. 기자간담회에서의 그의 발언을 바탕으로 20년 넘은 연기 궤적을 살펴봤다. 

영화 ‘한 남자’에서 변호사 키도 역을 맡은 츠마부키 사토시.

영화 ‘한 남자’에서 변호사 키도 역을 맡은 츠마부키 사토시.

“안녕하세요. 저는 츠마부키 사토시입니다.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8월 25일 서울 용산의 한 극장을 찾은 츠마부키 사토시(43)가 취재진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불혹이 넘었지만 해사하게 웃는 모습은 소년을 연상시켰다.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영화 ‘한 남자’ 때문이다. ‘한 남자’는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츠마부키에게 돌아간 최우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합쳐 8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의 밝은 표정과 달리 영화는 다소 어두운 소재를 다룬다. 일본 사회에서 ‘죠하츠’(실종)로 명명된 자발적 실종자에 대해 다룬다. 다이스케(쿠보타 미사타카)라는 인물이 한적한 시골 마을로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리에(안도 사쿠라)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리에는 그의 장례식을 치르고서야 다이스케가 진짜 다이스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변호사 키도(츠마부키 사토시)에게 그의 진짜 신분을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키도는 의문의 남성, 다이스케를 ‘X’라고 칭하며 그의 정체를 추적한다. 일본의 거장, 히라노 게이치로가 쓴 동명의 소설(2018)이 원작이다.

세기말 청춘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영화 ‘한 남자’ 포스터.

영화 ‘한 남자’ 포스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안도 사쿠라가 주도하는 긴 오프닝이 끝나면 그 바통을 츠마부키가 이어받는다. X를 추적하는 데 심취하는 그의 모호한 얼굴이 이 영화를 상징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키도가 X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츠마부키는 기자간담회에서 ‘키도’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이 캐릭터에 대해 명확히 ‘어떤 사람이다’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사람들을 대할 때 얼굴이 달라지는 인물로 좀 더 자유롭게 발상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 남자’를 연출한 이시카와 케이 감독과 츠마부키는 201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이후 다시 만났다. ‘한 남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한국 관객을 미리 만나기도 했다.



이제는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츠마부키는 한때 청춘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는 1997년 스타 발굴 오디션을 통해 연예계에 입성한 뒤, 이듬해 드라마 ‘멋진 나날들’로 연기자 데뷔를 마쳤다. 츠마부키는 남고생 5명의 아티스틱 스위밍 도전기를 담은 ‘워터보이즈’(2001)의 ‘스즈키’ 캐릭터로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았다.

그의 영화 초기작 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네오 역할은 20년이 지나서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조제와 만나게 된 대학생 츠네오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아픈 사랑의 한 단면을 떠오르게 한다. 한국에서 ‘조제’라는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한국 리메이크작에서 츠네오 역할을 남주혁이 맡았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의 이미지가 당시 어땠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츠마부키 사토시의 초기작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컷

츠마부키 사토시의 초기작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컷

‘한 남자’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때 그 시절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청춘스타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번 영화가 놀라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나도 이제 40대”라며 “동안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게 배우에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어린 시절의 작품을 잘 못 본다. 다른 사람 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고 답했다.

어쩌면 기자의 질문에 츠마부키는 약간 토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30대에 접어들면서 아트 필름에 계속 출연해왔다. 특히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악인’(2011) 출연이 그에게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만들어줬다. 그는 ‘악인’에서 살인을 저지른 뒤 도피하는 토목공 유이치 역을 맡았다. 2019년 내한했을 때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악인’ 출연) 전에는 역할을 맡으면 하나하나 구축했다. ‘이 캐릭터는 이런 말투, 이런 행동을 할 것이다’ 생각했지만 ‘악인’에서는 기존 생각을 내려놓고 그 인물 자체가 되는 것으로 임했다. 자신을 궁지로 내몰다 보니 상당히 괴롭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 그는 이상일의 ‘분노’(2017), 나카시마 테츠야의 ‘갈증’(2014)과 ‘온다’(2020) 등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영화 감독들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다. ‘한 남자’를 연출한 이시카와 케이 감독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이시카와는 한 인터뷰에서 “츠마부키가 승낙만 한다면, 나의 페르소나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1998년 데뷔 후 다양한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배우로 이름을 남겨야지’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나보다는 그 작품의 역할로 기억되고 싶다”며 “성소수자처럼 연기하면 성소수자처럼 보이고, 나쁜 역할을 맡으면 실제 나라는 사람이 싫어지게끔 연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츠마부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츠마부키 사토시.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츠마부키 사토시.

츠마부키가 친한(親韓) 배우라는 점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츠마부키는 이병헌과 함께 양국을 대표하는 꽃미남 배우로 ‘오픈 토크’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에도 수차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2009년 한일 합작영화 ‘보트’에서 함께 연기한 하정우와도 꾸준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로 한국을 찾았을 때도 하정우와 만났는데 이번에도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남자’에서도 그는 한국과 미묘하게 연결돼 있다. 이 영화에서 키도가 재일 한국인 3세이기 때문. 일본 사회에서 그들이 받는 미묘한 차별이 영화의 주제를 부연하는 중요한 소재로 작용한다. 앞으로 한국영화에 출연할 츠마부키도 기대해볼 만하다. 츠마부키는 “영화에는 국경이 없기에 한국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다”며 “최근에 ‘수리남’을 인상 깊게 봤는데, 황정민과 함께 연기하고 싶다”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츠마부키사토시 #한남자 #하정우 #황정민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제공 트윈플러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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