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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코인보다 무서운 2차전지 하반기 투자 전략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08. 22

올해 증시를 끌어올렸던 2차전지 종목의 주가가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대로 쏠림 현상이 수그러지면 이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개미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장 조금 보태면 지금 국내 주식 투자자는 둘로 나뉜다. 2차전지 테마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갖고 싶은 사람.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올 상반기(1월 2일〜7월 27일)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1~5위 모두 2차전지 관련주로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 LG화학, SK이노베이션, 엘앤에프이다. 이들 종목의 개인 평균 매수 단가 대비 7월 27일 수익률은 평균 43.48%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2차전지 고점론이 불거지면서 2차전지를 보유 중인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해 겨울 에코프로 3인방(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코프로에이치엔)을 매수한 40대 주부 오 모 씨는 지난 7월 26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떨린다. 이날 에코프로는 장중 153만9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가 이후 고점 대비 약 20% 급락한 122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그는 “올 수익률 100% 가까이 되던 게 순식간에 30% 날아가는 걸 보니 무섭더라. 욕심이 너무 컸나 싶어 후회 반 걱정 반으로 그날 밤잠을 설쳤다”며 “에코프로비엠 임원들도 자사주를 처분했다는데 나도 일부 익절하고 남은 만큼만 보유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걸 팔아?” vs “지금이라도 들어가?”

기업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각하면 주가 고점의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재 2차 전지 종목은 고점일까. 일단 2차전지 주식은 5년, 10년 후에 검증 가능한 성장주다. 당장 보이는 숫자가 없기에 주가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확한 고점 예측은 불가능하다. 다만 “2차전지의 장기 성장성은 인정하지만 현재의 상승장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차전지주는 가격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고, 앞으로는 지금까지 급격하게 올랐던 주가가 조정을 받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2차전지 시장의 숨 고르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관련주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고민이 되긴 매한가지다. 저점 매수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직장인 최 모 씨는 2년 전 ESG 경영 업무 관련해 탄소배출권 사업을 하는 에코프로에이치엔과 모회사 에코프로를 접했을 때 매수하지 않은 것을 후회 중이다. 최 씨는 “그때 이름도 낯선 에코프로가 1주에 11만 원이길래 갖고 있던 삼성전자 물타기를 했는데, 온다던 ‘10만 전자’는 아직 멀었고 에코프로는 100만 원을 넘겼다”며 “에코프로에 지금 들어가기는 부담스럽고 포스코홀딩스를 지켜보고 있긴 한데, 괜히 비싸게 매수해 ‘반려주식’만 더 늘리는 건 아닌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최 씨처럼 뒤늦게 2차전지 열풍에 올라타려는 개미투자자들은 ‘제2의 에코프로’로 포스코 그룹주를 낙점한 모양새다. 2차전지 소재주인 포스코퓨처엠의 인기를 등에 업고 포스코 그룹의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무역·친환경에너지), 포스코DX(IT·스마트팩토리)에도 관심이 뜨겁다. 키움증권이 7월까지 자사 개인 고객의 포스코 그룹 3개 종목에 대한 월별 매수·매도 수량을 조사한 결과, 7월에 매수량이 매도량보다 많았다. 월별 매수량이 연초 대비 포스코퓨처엠은 약 2배(253만 주→467만 주), 포스코홀딩스는 약 19배(56만 주→1059만 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약 38배(111만 주→4257만 주)로 각각 불어났다. 포스코홀딩스는 향후 3년간 그룹 전체 투자 비용의 46%를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6월 2차전지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LS 그룹과 계열사인 LS네트웍스·LS ELECTRIC도 투자자들의 레이더망에 올랐다. LS 그룹은 8월 2일 새만금개발청 및 전라북도·군산시·한국농어촌공사와 총 1조8402억 원 규모의 ‘이차전지 소재 제조 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합작을 발표한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을 중심으로 새만금 산단 5공구에 양극 소재인 전구체 제조 공장을 연내 착공한다.

하반기 포스트 2차전지는 반도체·조선·헬스케어

개미투자자들의 깊은 고민만큼이나 증권가에서도 조심스럽게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는 불안감으로 뛰어드는 추격 매수와 무리한 ‘빚투’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럴 때일수록 다음 사이클을 기다리며 옥석을 가리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2차전지 시장이 과열되면서 무늬만 2차전지로 그럴듯하게 홍보해서 테마에 편승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사업 목적에 2차전지를 추가한 회사가 54곳이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단순히 2차전지 관련주라는 이유로 주가가 오른 건 아닌지 투자자들이 체크해야 한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2차전지주는 향후 실적 개선이 가능한 종목이 많다. 다만 실적 개선 가능성 대비 현재의 주가 상승 폭이 합리적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지, 기술력과 전문 인력은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탈 수 있는 고수가 아니라면 ‘갓차전지’ 뒤를 이을 분야를 찾아 선점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는 주가에 이익이 과소 반영된 반도체와 조선, IT, 자동차 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조선 6.4%, 철강 2.9%, 반도체 2.8%, 자동차 2.7%, 기계 2.4% 순으로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수치가 재무제표에 찍히는 업종인 기계, 조선, 자동차, 반도체를 추천한다”며 “특히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에서 이익 증가세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지금처럼 가격이 높지 않을 때 매수하고 기다리는 전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수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제약,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8월부터 관련 분야 액티브 ETF 상장이 잇따르고 있다. 그간 ETF 시장점유율 1위 삼성자산운용의 액티브 ETF 자문과 위탁 운용을 해온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경우 최근 독립하면서 첫 상품으로 ‘KoAct 바이오헬스케어 액티브 ETF’를 선보였는데, 상장 3일 만에 순매수 287억 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신약 개발,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대표 종목에 투자하는 ‘TIMEFOLIO K바이오 액티브’를, 신한자산운용은 의료기기 소재 및 부품, 장비 기업에 집중하는 ‘SOL 의료기기 소부장 Fn ETF’를 출시한다.

김두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의료 AI 기업들의 국내 보험 수가 적용과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 예상되는 만큼 실질적인 매출 발생이 전망된다”며 “자산운용사들의 의료 AI 관련 액티브 ETF 출시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향후 수급 흐름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차전지 #에코프로 #포스코홀딩스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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