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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좋아요와 구독’ 스스로 원해서 한 거 맞나요?

문영훈 기자

2023. 08. 14

게임 사랑 정치
앨피 본 지음, 박종주 옮김, 시대의창, 1만7800원

연애가 손가락 끝에서 시작되는 시대다. 데이팅 앱의 대표 주자 ‘틴더’는 왼쪽(거절)과 오른쪽(좋아요)으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결정하는 세상을 열었다. 원하는 게임 캐릭터를 고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틴더를 포함한 40여 종의 소셜 앱을 운영하는 매치 그룹은 2023년 1분기 기준 1조 원이 넘는 매출(7억87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0명 중 3명이 이성 교제를 위해 데이팅 사이트나 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소셜 앱을 사들이고 있는 매치 그룹은 데이팅 앱으로 세계 데이팅 앱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네이버의 국내 검색 엔진 점유율과 유사한 수치다.

21세기에 들어선 지 20년이 지나고, 인류의 혁신적인 발명품인 줄로만 알았던 온라인 세상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필터 버블’로 대표되는 분열과 현실 정치를 섞어 설명한 저작은 많다. 앨피 본의 책 ‘게임 사랑 정치’가 흥미로운 것은 온라인 중심의 사회가 공적인 정치 영역을 넘어 사적인 욕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는 점이다.

저자는 “욕망이란 항상 어떤 식으로 기계화되어 왔다”며 “교회, 가족, 문학, 영화, 인터넷 무엇을 통해서든 형태 지어지고 재구축되어 왔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의 욕망을 규정짓는 것은 데이터다. 우리는 데이팅 앱의 세계 속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찾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느낀다. 하지만 좋아요와 구독의 세계 SNS에서처럼 사람들은 데이터를 쥐고 있는 상위 1%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마치 트럼프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온라인 세상을 교묘하게 자극해 현실 정치를 바꾸는 과정과 유사하다.

욕망이 개인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건 한국의 특정 데이팅 앱만 봐도 알 수 있다. 특정 대학을 졸업해야 가입할 수 있는 앱이나 ‘금수저’를 인증해야 하는 앱이 수많은 가입자를 불러 모으는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욕망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데이팅 앱과 더불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게임 속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 포르노까지 데이터가 지배할 욕망의 세계를 설명한다.



저자 앨피 본은 로열홀러웨이런던대학교에서 디지털미디어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한 학기 수업을 요약해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프로이트, 자크 라캉 등 정신분석학과 마르크스주의를 연결해 설명하고, 조르주 페렉의 소설 등 다양한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을 구성하는 예술가들과 학자들의 논지를 엮는다.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엔 난도가 높은 편이지만 게임과 사랑이라는, 모든 이가 좋아할 만한 소재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흥미를 돋운다.

그래서 우리는 틴더 사용을 멈추고 거리로 나가 시위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더 나아가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고 아날로그 사회로 돌아가야 할까. 저자는 현상 분석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사회의 대안까지 제시한다. 물론 데이터를 역이용해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향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 대항해야 한다는 주장은 쉽사리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당신이 이번 주 금요일 밤에 만날 누군가, 진정 스스로를 위한 만남일까.

#게임사랑정치 #앨피본 #여성동아

사진출처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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