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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고양이 된 ‘해피 캣’ 밈 패러디

김경수(@인문학적개소리) 밈평론가

2023. 08. 16

폭발력을 가진 인터넷 밈의 스토리 조각들이 모이면 가장 작은 단위의 영화가 탄생한다.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해피 캣이 그 주인공이다.

1 해피 캣 원본. 2 해피 캣과 바나나 캣 ‘카메라 부서지다’. 3 친구들을 다 잃은 바나나 캣.

1 해피 캣 원본. 2 해피 캣과 바나나 캣 ‘카메라 부서지다’. 3 친구들을 다 잃은 바나나 캣.

우울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바나나 옷을 입은 고양이(바나나 캣)가 벼랑에 매달린 채로 울고 있다. 어디선가 또 다른 고양이가 양팔을 마구 흔들며 등장하더니 바나나 옷을 입은 고양이를 구한다. 그러자 “해피 해피 해피~” 하는 노래가 흐른다. 바나나 캣을 구출한 고양이는 ‘해피 캣’이다. 사과 옷을 입은 고양이(애플 캣), 두 눈을 멀뚱히 뜬 고양이(엘 가토), 바닥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검은 고양이(맥스웰 캣)가 해피 캣과 함께 기쁜 순간을 즐긴다.

최근 틱톡에서 가장 핫한 해피 캣 밈이다. 초기 한국 인터넷 문화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시고르자브종 ‘개죽이’, 뭔가 께름칙한 표정을 짓는 고양이 사진인 ‘Smudge the Cat’처럼 개나 고양이가 인터넷 밈이 되는 경우는 꽤 있었다. 하지만 해피 캣만큼 단번에 화제가 되진 못했다.

해피 캣은 2015년 Datsun280zxt라는 유저가 Imgur(무료 이미지 호스팅 사이트)에 아기 고양이 동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고양이가 유리창 너머에서 팔을 마구 흔들며 주인을 반기는 장면으로, 처음 업로드했을 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다가 최근에 어느 틱톡 유저가 이 고양이의 누끼를 따 인터넷 밈으로 발굴해냈다. 여기에 유아용 영어 동요 콘텐츠인 Super Simple Songs의 동요 ‘My Happy Song’을 덧입히자 이 밈은 폭발력을 지니기 시작했다.

해피 캣은 어두운 분위기도 순식간에 해맑게 반전시키는 마법 같은 힘을 지녔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질 정도. 해피 캣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시점은 해피 캣 밈 유니버스가 생기면서다. ‘타짜’ ‘야인시대’ ‘무한도전’ 등 인터넷에서 유행한 메가히트급 밈 모두가 각자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예를 들면 ‘타짜’는 처음에 정 마담(김혜수)의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대사가 유행어로 불렸지만 어느 순간 잊혔다. 대사에 담긴 여성 혐오의 뉘앙스가 불쾌감을 준 탓도 있지만, 다른 장면과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점이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타짜’는 몇 년이 흐른 뒤에 다시 주목받게 된다. 아귀(김윤석)와 고니(조승우)가 등장하며 “싸늘하다…”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인터넷 밈이 화제가 됐기 때문. 또 곽철용(김응수)의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묻고 떠블로 가” 등의 숨겨진 장면이 발굴되면서 ‘타짜’ 유니버스가 유튜브에서 유행했다.

영화 ‘타짜’(왼쪽), 드라마 ‘야인시대’의 한 장면.

영화 ‘타짜’(왼쪽), 드라마 ‘야인시대’의 한 장면.

‘야인시대’는 처음에 심영(김영인)의 “내가 고자라니”라는 대사가 인터넷 밈으로 유행했었다. 2020년 즈음에는 여기에 김두한(김영철)의 “사딸라”가 합해지면서 밈의 확장이 시작된 것이다. ‘야인시대’ 합성물 제작자는 어느 순간 드라마 전체를 인터넷 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해피 캣 밈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해피 캣이라는 이미지만 소비되었다면 이 밈은 그저 유행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해피 캣뿐만 아니라 바나나 캣, 엘 가토와 애플 캣, 맥스웰 캣 등 탄탄한 조연이 등장하면서 스토리가 생겨났다. 그러나 해피 캣, 바나나 캣, 엘 가토 등은 앞서 예로 든 사례와는 다르다. 심영과 김두한의 경우 같은 드라마에서 소재를 빌려온 것이기에 ‘아 이건 ’야인시대‘ 유니버스 안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해피 캣과 바나나 캣 등 인터넷 밈은 하나의 유니버스에 있지 않다. 그저 지금 유행하는 여러 고양이 밈이 하나의 영상에 뭉쳐진 것이고, 그로 인해 독자적인 유니버스가 형성됐다. 그들은 마치 규칙이 정해진 것처럼 각각 역할을 해낸다. 그러다 슈퍼히어로나 서부극 등 장르 영화처럼 고양이마다 역할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는 바나나 캣을 구하는 상황은 슈퍼히어로물에 비교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네 고양이는 누끼 형태로 제작됐기 때문에 다른 세계관에 있더라도 함께 등장할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소니 픽처스의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마찬가지다. 한 화면에 다른 그림체로 그려진 여러 스파이더맨을 모아둘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타쿠 스파이더맨, 누아르 스파이더맨 등 각각 다른 그림체지만 모두 2D로 제작됐다.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시대와 인종, 콘텐츠를 넘나들면서 스파이더맨을 하나로 모은 것처럼 해피 캣도 다양한 특성을 가진 고양이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이다.

오래 살아남은 인터넷 밈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방불케 하는 메타버스를 그려내고 있다. 인터넷 밈은 가장 작은 단위의 장르 영화다. 장르의 규칙을 알고 그것을 독창적으로 그려내는 인터넷 밈을 만드는 이들 모두가 영화감독인 셈이다. 이것이 인터넷 밈의 핵심 요소이자 생명력이나 다름없다.

#해피캣 #HCU #인터넷밈 #여성동아

사진출처 나무위키 영화 타짜 캡처 드라마 야인시대 캡처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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