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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당신의 만성피로는 잃어버린 집중력 탓

오홍석 기자

2023. 07. 19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1만8800원


잃어버린 집중력에 대한 책을 보면서도, 독서를 시작한 지 채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5%에 달하는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많은 이가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과연 현대인은 과거에 비해 더 집중하기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일까. ‘도둑맞은 집중력’은 기자 출신 저자가 3만 마일(약 4만8000km)을 여행하며 전 세계의 관련 분야 전문가 250명을 취재해 이 질문에 답한다. 책에는 현대인이 과거에 비해 집중하기 어려워한다는 진단과 함께 원인 분석 그리고 그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다.

저자에 따르면 통신 기술의 발달은 전례 없는 정보 확산 속도를 만들어냈다. 과거 아침에 배달되는 신문에서 실시간 스트리밍되는 뉴스,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SNS 피드로의 변화를 생각해보자. 그 결과 매 순간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양은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 저자는 본질적으로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 인간에게 계속되는 정보의 주입은 쉼 없이 저글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제 대다수 현대인은 새로운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 한 가지 주제에 깊이 있게 몰입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저자는 복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정보 확산의 속도가 지속해서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 돈을 버는 기업들이 있다. 가령 SNS 플랫폼 기업들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되 사용자의 사용 이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한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이는 사용자가 플랫폼에 오래 머무를수록 더 많은 광고에 노출되고 기업은 더 높은 수익을 올린다는 의미로, 기업들이 사용자의 온라인 몰입 시간을 늘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이유다.

사라진 우리의 집중력은 어떤 결과를 불러왔을까. 쉼 없는 인지적 저글링은 사람들을 체력적으로 이전보다 더 빨리 지치게 만든다. 더군다나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해 숙면을 취할 수도 없다. 사회적으로는 SNS를 통해 확산하는 가짜뉴스로 정치적 양극화, 공동체의 붕괴를 가져왔다. 아동 ADHD 진단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독서량은 감소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10대들은 65초 이상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하며, 미국 직장인의 평균 집중 시간은 3분 남짓이라고 한다. 많은 이가 만성피로를 호소하며 이를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카페인을 주입하는 풍경이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게 한다.



책 속 저자는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 피처폰을 사용하고 SNS 계정을 삭제하며 잠들기 2시간 전에는 스크린을 보지 않는 방식으로 집중력을 지켜낸다. 이 책이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였다면 저자는 독자도 똑같은 방식으로 살 것을 제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결론을 거부한다. 그는 자신의 방법은 일시적인 도피에 불과하며, 구조적으로 관심경제를 제재하지 않으면 고갈된 집중력이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은 지속될 것이라 설명한다.

책 속에서 수네 레만 덴마크 공과대학교 교수는 정보 확산이 가속화하는 추세를 바꾸지 못하면 “상류층은 주의력이 처한 위험을 매우 잘 인식해 자신의 한계 내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고, 나머지 사회 구성원은 조종이 쉬운 컴퓨터 속 세상에 사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흡사지배계층이 쾌락으로 피지배계층을 통제하는 SF 디스토피아 소설이 떠올라 흠칫하게 되는 대목이다.

#도둑맞은집중력 #집중하지못하는이유 #요한하리 #여성동아

사진제공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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