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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15년째 재계 패션 셀럽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명희 기자

2023. 06. 25

이부진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패션에 관한 한 화제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다.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그녀가 걸치는 모든 것의 브랜드는 물론 가격까지 실시간으로 노출된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그녀의 스타일에 열광하는 걸까.

톱스타와의 투샷에서도 미모나 스타일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대중매체에 사진이 자주 노출돼 연예인만큼 친근하다. 패션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그녀가 들고 걸치는 가방과 옷이라면 어떤 브랜드인지 한 번쯤 살펴보게 된다. ‘재계 스타일 아이콘’으로 통하는 이부진(53) 호텔신라 사장의 이야기다. 그녀가 주주총회에서 착용한 옷은 회사 주가보다 더 이슈가 되고, 가족 모임이나 아들 입학식, 학부모 총회 등 사적인 행사에서 입은 옷은 또 그것대로 재벌 룩으로 관심을 모은다.

블랙 & 화이트에 기반한 우아한 페미닌 스타일

1 지난 2월 정몽규 HDC 회장 장남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이부진 사장. 2 손에 든 데스트리 가방은 완판을 기록했다. 3 이부진 사장과 홍라희 리움 전 관장이 아르노 LVMH 회장 일행에게 리움 미술관을 안내하고 있다.

1 지난 2월 정몽규 HDC 회장 장남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이부진 사장. 2 손에 든 데스트리 가방은 완판을 기록했다. 3 이부진 사장과 홍라희 리움 전 관장이 아르노 LVMH 회장 일행에게 리움 미술관을 안내하고 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딸인 이부진 사장은 모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에 이은 우리나라 두 번째 여성 부자로, 보유 주식만 5조9473억 원(5월 19일 리더스인덱스 발표) 상당에 이른다. 돈이 많으니 옷 잘 입는 것쯤이야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패션 전문가들은 이 사장의 패션 스타일이 부(富)를 통해 이뤄진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 자신이 전문가 수준의 패션 마니아이자 일관된 취향을 보여주면서도 보수적인 한국 여성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의 스타일이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건 2010년 2월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때부터다. 당시 이 사장은 화이트 새틴 재킷과 블랙 팬츠에 그레이 컬러 퍼를 두르고 블랙 클러치백을 매치했다. 당시 이 사장이 들었던 가방은 에르메스의 지제 클러치백이었는데, 이는 부자들의 잇 백으로 자리매김하며 백화점마다 구입 문의가 쇄도했고 재벌 완판 패션의 시초가 됐다.

이 사장의 패션은 우아한 페미닌 스타일로 정의할 수 있다. 실크, 새틴, 벨벳 등 고급 소재에 컬러는 화이트, 블랙, 그레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미니멀리즘이 스타일의 출발점이라는 패션업계의 오랜 불문율에 충실한 코디다. 기본적으로는 단정한 비즈니스우먼 룩이지만, 시스루나 레이스 등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벨트, 코르사주 등 소품을 활용해 여성미가 돋보이도록 한다.

기존의 많은 여성 경영인은 남성과 대등한 업무 능력을 강조하고 여성성이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밋밋한 바지 정장을 선호했다. 이와 대비되는 이부진 사장의 스타일링은 일 잘하는 여성은 패션에 무심하다든가 남성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선 여성스러움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맞춤복처럼 몸에 피트되는 스타일을 선호하며 스커트나 원피스를 입을 때는 무릎길이를 고수한다. 액세서리는 의상에 따라 변화를 주지만 과한 장식이 들어간 건 삼가는 편이며, 드롭형 이어링을 자주 한다.

전문가 수준의 패션 지식 갖추고 전략적 옷차림 구사

주주총회를 비롯한 회사 공식 일정에는 블랙 컬러의 의상에 브로치나 지퍼장식, 벨트 등 디테일과 소품으로 포인트를 준다.

주주총회를 비롯한 회사 공식 일정에는 블랙 컬러의 의상에 브로치나 지퍼장식, 벨트 등 디테일과 소품으로 포인트를 준다.

지난 5월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K-관광 협력단’ 출범식에선 이러한 이 사장의 스타일 코드가 잘 드러났다. 이부진 사장은 이날 검정색 재킷에 버버리의 ‘마크라메 레이스 펜슬 스커트’를 매치했다. 스커트는 무릎길이에 섬세한 레이스 디테일, 허리선을 강조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이 사장은 여기에 아제딘알라이아의 ‘뷔스티에 벨트’로 포인트를 줬다. 아제딘알라이아는 구조적이고 과감한 실루엣에 가죽을 레이스처럼 커팅한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프랑스 브랜드다.

연예인들은 협찬, 이미지 구축 등을 이유로 특정 브랜드 제품을 집중적으로 입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돈내산’ 옷차림의 이부진 사장은 브랜드 스펙트럼이 넓다. 때로는 브랜드 선택에서 굉장히 전략적이기도 하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3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총괄회장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리움 투어를 함께했다. LVMH는 루이비통, 디올, 불가리, 펜디, 티파니, 태그호이어 등 내로라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을 거느린 세계 최대 패션 그룹이다. 이날 이 사장은 디올의 하운드투스체크 재킷을 입었는데, 이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수행한 델핀 아르노 디올 CEO를 배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부진 사장과 델핀 아르노 디올 CEO는 평소 돈독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한국방문의해 행사에서 함께 카메라 앞에선 김건희 여사와 이부진 사장. 두 사람 모두 블랙 컬러의 의상을 입었다.

지난 5월 한국방문의해 행사에서 함께 카메라 앞에선 김건희 여사와 이부진 사장. 두 사람 모두 블랙 컬러의 의상을 입었다.

신라호텔과 LVMH 그룹은 1991년 루이비통이 한국에 처음 진출할 당시 신라호텔 부티크를 선택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 사장은 2010년 루이비통을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유치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루이비통은 공항처럼 인파가 몰리는 곳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처음으로 공항 면세점에 매장을 열어 화제가 된 바 있다. 호텔신라는 최근 10년 사업권이 걸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서 DF1(향수·화장품·주류·담배) 구역과 DF3(패션·액세서리·부티크) 구역을 낙찰받았다. 이번 아르노 회장 일행의 리움 투어는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LVMH 그룹 소속 브랜드를 유치하는 일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 앞서 이 사장은 2월 정몽규 HDC 회장의 장남 정준선 씨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을 때 발렌티노의 케이프 코트를 입고 노끈을 돌돌 말아 가방에 장식으로 얹은 듯한 독특한 디테일의 백을 들었다. 겉으로 로고가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던 이 가방은 프랑스 브랜드 데스트리의 건터 파스망트리 백. 데스트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랄딘 구이엇과 크리스찬디올 디렉터 출신의 레티시아 롬브로소가 컨템퍼러리 아트를 모티프로 만든 브랜드다. 영국의 패션 명문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제랄딘 구이엇은 알렉상드르 아르노 티파니 총괄사장의 부인이자,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셋째 며느리다. 데스트리는 국내에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생소한 브랜드였으나, 이부진 사장이 가방을 든 후 큰 화제를 모으면서 국내 판매 사이트에서 완판됐다.

#이부진 #lvmh #여성동아

EDITOR 김명희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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