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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공감 100% ‘댄스가수 유랑단’ 봤니?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06. 23

막내가 데뷔 10년 차, 도합 129년 차인 다섯 명의 댄스가수가 모였다. tvN 새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을 보고 있으면 노래방이 당긴다.함께했던 동료가 보고 싶어진다. 그래, 그땐 그랬지.

일 벌이기 좋아하는 김태호 PD와 아이디어 뱅크 이효리가 함께 있으면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의 린다G로 활동하던 이효리의 농담이 ‘환불원정대’로 이어졌듯이 ‘댄스가수 유랑단’은 지난해 이효리가 출연한 TVING ‘서울체크인’에서 시작됐다.

tvN ‘댄스가수 유랑단’은 데뷔 38년 차 김완선(54), 31년 차 엄정화(54), 26년 차 이효리(44), 24년 차 보아(37), 10년 차 화사(28)가 사연을 보내온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제목 그대로 전국을 유랑하며 매번 무대를 각기 다른 주제로 꾸려나간다.

엄청난 라인업인 만큼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흔치 않게 팝업스토어와 팬 미팅도 열었다. 5월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6월 30일~7월 6일), 판교(7월 21~27일)로 이어간다. 가수들의 애장품과 다양한 컬래버 굿즈를 둘러보고, 무대를 배경으로 ‘인생네컷’을 촬영해볼 수 있다.

출장 가는 곳마다 화제 만발, 직캠 미리 찾아보니

김태호 PD가 연출한 ‘댄스가수 유랑단’.

김태호 PD가 연출한 ‘댄스가수 유랑단’.

지난 5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댄스가수 유랑단’은 총 12회 분량으로 오는 8월까지 계속된다. 정식 데뷔 공연은 4월 2일 경남 진해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진해군항제 군악의장 페스티벌 무대였다. ‘유랑단에서 부르고 싶은 첫 곡’으로 김완선은 ‘리듬 속의 그 춤을’, 엄정화는 ‘배반의 장미’, 이효리는 ‘10 Minutes’, 보아는 ‘No.1’, 화사는 ‘멍청이’를 골랐다. 대표곡이라 관객들 호응도 좋았고 부르는 가수들도 신나 보였다. 특히 2003년 활동 당시 스타일링과 안무 팀 ‘나나스쿨’을 그대로 소환한 이효리의 무대는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했다.

1 첫 촬영 당시 단체 사진.
2 ‘댄스가스 유랑단’ 포스터 촬영 중.
3 성균관대 축제에 참석한 댄스가수 유랑단.
4 고려대 축제 무대 의상을 입은 엄정화.
5 ‘댄스가수 유랑단’ 방영전 이효리는 인스타그램 운영을 재개했다.




3화부터는 사연 따라 본격적인 출장 공연이 펼쳐졌다. 첫 출장지는 여수다. 4월 15일 태권도대회와 소방서, 낭만포차거리를 찾아가 깜짝 공연을 선보였는데, 하나같이 무대를 마친 후 상기된 표정으로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다”며 즐거워했다. 그중에서도 슬립 드레스를 입고 관객 사이를 누비며 마치 내한 공연 온 팝 스타 분위기를 풍긴 화사가 돋보였다.

축제의 계절 5월에는 한층 바빠졌다. 전남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처음으로 유료 공연을 개최했고 오랜만에 대학교 축제에도 떴다.

특히 12일 성균관대학교 축제와 26일 고려대학교 축제 무대는 학생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으로 미리 볼 수 있었다. 김완선은 ‘오늘밤’과 ‘삐에로는 우릴보고 웃지’를, 엄정화는 ‘Poison’과 ‘D.I.S.C.O’ 그리고 ‘Festival’을 불렀다. 이효리는 ‘10 Minutes’과 ‘Hey Girl’, 화사는 마마무 메들리와 ‘주지마’를 골랐다. 반응이 특히 좋았던 이는 요즘 핫한 히메컷에 갈래머리를 하고 등장한 엄정화였다. “안녕, 나 누군지 아니? 차정숙이야”라는 재치 있는 인사부터 고려대 상징색인 붉은색 의상, ‘Festival’ 떼창까지 20년 만에 선 대학 축제 무대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한편 10년 만에 대학 축제에 와본다는 보아는 지난해 발표한 ‘Forgive Me’와 2020년 곡 ‘Better’를 부르고, 앙코르곡 ‘아틀란티스 소녀’로 마무리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춤, 무대매너는 늘 그렇듯 흠잡을 데가 없었으나 선곡이 좀 아쉬웠다. ‘털기 춤’으로 유명한 ‘My Name’ 또는 일본에서 발매 첫날 100만 장을 돌파한 정규 2집 앨범의 ‘Valenti’를 택했더라면 호응이 더 크지 않았을까. 완벽주의자 보아는 무대에서 내려와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본방송을 봐야겠다.

‘댄스가수 유랑단’은 공연을 중심으로 무대 준비 과정, 마치고 난 후기, 동료의 무대를 지켜본 소감 등을 담기 위해 카메라로 계속 다섯 가수를 팔로한다. 덕분에 무장 해제된 분위기 속에서 속 깊은 말도 오간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업이 댄스가수일 뿐 평범한 선후배 모임이다. “하는 사람이 재미있으면 결과도 좋다”는 여유로운 왕언니 김완선부터 “연차가 쌓일수록 더 잘하고 싶어 긴장이 된다”는 일 욕심 많은 엄정화, “요즘 친구들은 내가 어려우니까 ‘무대 멋있었다’는 말도 안 한다”며 칭찬을 고파하는 보아 등 전부 내 얘기 같다. 하긴 누구나 인생이란 무대에 서는 솔로 가수다. 혼자 하는 연습이 고된 날에는 ‘댄스가수 유랑단’처럼 함께해줄 사람을 찾아봐야겠다. 오늘 나랑 노래방 갈 사람?

#댄스가수유랑단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여성동아

Editor’s Pick Song

시대를 앞선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 ‘삐에로는 우릴보고 웃지’(1990)


밀레니얼세대라면 한 번쯤은 명절에 친척 어른들 앞에서 김완선 노래에 맞춰 춤추고 용돈을 손에 쥔 경험이 있을지 모른다. 1986년 만 17세에 빠른 템포의 댄스곡 ‘오늘밤’으로 데뷔한 김완선은 모두가 성인가요를 부를 때도, 한국형 발라드가 가요계를 주름잡을 때도 섹시함을 무기로 댄스 장르 한 우물을 팠다. 정규 5집 ‘삐에로는 우릴보고 웃지’는 뚝심이 마침내 빛을 발한 앨범이다. 한국 여성 가수 최초로 단일 앨범 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삐에로는 우릴보고 웃지’ 외에도 ‘나만의 것’ ‘가장무도회’ 3곡이 차트 정상에 올랐다.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손무현이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아 완성도도 높다. 국내에서 시티팝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명반이다. 오리지널 곡도 훌륭하지만 2019년 에버랜드와 협업해 선보인 뮤직비디오 ‘삐에로는 우릴보고 웃지 2019’ 버전과 아이유가 2014년에 리메이크한 버전도 들어볼 것. 시간이 흘러도 촌스럽지 않은 명곡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분위기 띄우기 좋은 곡 1순위
엄정화 ‘Poison’(1998)


‘하늘만이 허락한 사랑’ ‘몰라’ ‘Festival’ 등 워낙 히트곡이 많은 엄정화이기에 최고의 한 곡을 꼽기란 쉽지 않다. 일단 엄정화가 뽑은 인생 노래는 ‘눈동자’다. 최근 절친 홍진경의 유튜브에 출연한 엄정화는 “당시 강수지, 하수빈 등 청순하고 가녀린 가수가 인기였다. 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 고민하다가 ‘눈동자’를 만났는데, 나를 찾은 것 같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 자리에서 첫 번째로 택했던 곡은 단연 정규 3집 앨범의 ‘Poison’이다. 엄정화 시대의 문을 연 ‘배반의 장미’와 피처링으로 참여한 ‘말해줘’도 박빙을 이루나 ‘Poison’만큼 흥이 오르진 않는다. 날 속인 바람둥이에게 ‘그녀의 품으로 돌아가라’는 청승맞은 가사와 신나는 리듬이 주는 부조화 속의 조화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당시 ‘빰빠라밤 빠밤’ 멜로디가 시작되면 누구랄 것 없이 손을 들고 이리저리 하늘을 찔렀다. 실제로 음반 판매량도 ‘배반의 장미’가 타이틀곡이었던 정규 2집(15만 장)보다 3배 이상 뛰었고, 1998년 지상파방송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던 여자 솔로는 엄정화와 김현정뿐이었다.


유일무이 이효리 신드롬의 시작
이효리 ‘10 Minutes’(2003)


핑클로 활동할 때는 그래도 걸 그룹이라는 테두리 안에 자신을 눌러놓고 지냈던 모양이다. 솔로 가수 이효리는 제한이 없다. 전성기 당시 넘치는 자신감과 자유로움으로 아이돌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이 이효리를 롤 모델로 꼽았다. 이효리조차도 “지금 내 라이벌은 젊은 시절의 나”라고 말할 정도로 가히 ‘이효리 신드롬’이었다. 그 출발선인 ‘10 Minutes’은 이효리에게 2003년 KBS 가요대상과 SBS 가요대전, 서울가요대상 대상을 안겼다.

그런데 ‘댄스가수 유랑단’을 보다가 이효리의 ‘10 Minutes’ 무대를 핸드폰에 담던 한 팬이 눈물을 글썽거리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 팬이라 눈물이 났을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그녀가 핸드폰으로 보고 있는 사람은 이효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분 안에 남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던 당찬 이효리처럼 젊고 자신감 넘치던 그때 그 시절의 나는 아닐까.


‘파워 청순’의 원조
보아 ‘No.1’(2002)


보아는 2000년 ‘만 13세 최연소 솔로 가수’라는 타이틀로 ‘ID: Peace B’ 앨범을 내놓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실력파 아이돌의 대명사 같은 존재다. 역대 최연소 가요대상 수상, 한국 가수 최초 일본 오리콘 차트 1위,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아시아의 별’ 보아를 먼저 알아본 곳은 일본이다. 다소 아쉬운 한국 데뷔 활동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간 보아는 일본 정규 1집 앨범 ‘Listen To My Heart’로 오리콘 차트 1위를 거머쥐었다. 스스로도 터닝 포인트로 꼽는 시기다. 그때 한국으로 돌아와 칼 갈고 발표한 곡이 바로 ‘No.1’이다. ‘No.1’은 음악 플랫폼 멜론과 음악 전문가들이 선정한 ‘K-팝 명곡100’ 순위에 들었다. ‘No.1’ 무대를 볼 때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춤추는 소녀 보아의 싱그러운 모습과 함께 꼭 아련한 가사를 곱씹어야 한다. 이별을 한 소녀가 달에게 말한다. “보름이 지나면 작아지는 슬픈 빛 날 대신해서 그의 길을 배웅해줄래 못다 전한 내 사랑 You’re still my No.1”이라고.


뭐 하러 아등바등해 이미 아름다운데
화사 ‘마리아’(2020)


2014년 그룹 마마무로 데뷔한 화사는 2019년부터 솔로 앨범을 냈다. 화사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솔로 곡 ‘마리아’에는 녹록지 않은 삶이지만 그런데도 나 자신을 위해 다시 일어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이 노래를 만들 무렵의 화사는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2018년 MAMA 일본 무대에서 입은 수영복 스타일의 레드 보디 슈트와 2019년 노브라 공항 패션 등으로 여러 차례 노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 ‘댄스가수 유랑단’에서도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나를 판단했다. 악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결과가 좋든 나쁘든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무대에서 다 풀어야지’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래서 ‘마리아’에는 독기가 가득하다. “욕을 하도 먹어 체했어 하도 서러워도 어쩌겠어” “내가 갈 길은 내가 바꾸지 뭐 위기는 기회로 다 바꾸지 뭐 굳이 우는 꼴이 보고 싶다면 옜다 눈물” 등 켜켜이 마음속에 쌓아둔 짐을 노래로나마 비워낸다. 화사가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1위 곡’으로 ‘마리아’를 택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사진출처 댄스가수 유랑단 및 각 멤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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