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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걸 그룹 2차 대전도 승리! ‘초통령’ 아이브의 성공 공식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06. 13

걸 그룹 신곡이 하루가 멀게 쏟아진다. ‘4세대 걸 그룹’ 2차 대격돌이다. 그중에서도 10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돌 그룹이 있으니, 초통령 아이브다.

초등학생에겐 청량이 대세다. 뉴진스, 르세라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많은 인기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단연 초등생 원 픽은 ‘아이브’다. 쿨하고 쾌활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아이브는 안유진, 가을, 레이, 장원영, 리즈, 이서가 멤버다. 만 1년을 갓 넘긴 초통령(초등학생+대통령) 6인조는 어떻게 전 세대를 사로잡았을까.

아이브가 4월 10일 첫 정규앨범 ‘I’ve IVE’로 가요계에 돌아왔다. ‘ELEVEN’ ‘LOVE DIVE’ ‘After LIKE’가 잇따라 성공했듯 이번 결과도 역시나 ‘올킬’.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를 나타내는 초도 음반 판매량(음반 발매 후 1주간 판매량)은 무려 110만2107장에 달했다. 초등생 층의 아이브 사랑도 여전히 뜨거웠다. 활동 중 멤버 장원영은 “‘놀이터 차트’라는 말이 있더라”며 “10대에게 사랑받아 정말 기쁘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아이브의 메시지가 잘 전해진 것 같다”고 어린 팬들을 콕 집어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내 장점이 뭔지 알아? 솔직한 거야

문방구표 굿즈를 살펴보면 요즘 초등학생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돌을 알 수 있다.

문방구표 굿즈를 살펴보면 요즘 초등학생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돌을 알 수 있다.

아이브에게는 초등생의 시선을 끄는 몇몇 포인트가 있다. 우선 아이브 노래는 따라 부르기 쉽다. 한때 초등생을 풍미한 국민 노래 ‘사랑을 했다’(아이콘), ‘문어의 꿈’(안예은), ‘신호등’(이무진), ‘회전목마’(소코도모) 등은 모두 멜로디가 단순하고 중독성이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지난해 자녀 덕에 부모까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아이브의 ‘After LIKE’는 미국 디스코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가 1978년 발표한 ‘I Will Survive’를 샘플링한 곡으로 아이들에게는 새로움을, 어른에겐 친숙함을 선사했다.

아이브의 귀여운 스타일도 인기 요인이다. 데뷔 당시엔 스무 살이었던 맏언니 가을을 제외한 다섯 멤버가 모두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파격 의상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아이브는 크롭트 티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발랄함에 힘을 쏟았다. 특히 저학년 초등생이 가진 교복에 대한 환상을 만족시키는 프레피 룩과 깃털, 리본 액세서리는 그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블랙과 화이트 톤을 강조해 비교적 성숙한 매력을 선보인 이번 컴백에서도 섹시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다.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아이브의 최고 장점은 멤버 가을이 ‘After LIKE’에서 노래했듯 솔직함이다. 예쁜 외모를 적절하게 유머로 활용하는 장원영, 장난꾸러기 리즈, 4차원 레이,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안유진 등 아이브는 신비로운 요정보다는 친근한 또래 언니로 다가온다.



“내 딸도 저렇게 건강하고 야무졌으면…”

아이가 요청해 어린이날 선물로 아이브 앨범과 포카 구하기에 나선 부모들.

아이가 요청해 어린이날 선물로 아이브 앨범과 포카 구하기에 나선 부모들.

예전만 해도 초통령은 좋은 별명이 아니었다. 초통령 아이돌의 기획사는 아티스트 이미지가 한정돼 마케팅을 펼치는 데 한계를 느꼈다. 팬덤도 자신들이 10대로 포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디지털 세상을 지배한 GenZ(젠지) 세대를 확보하는 것은 곧 대중성으로 통한다. 아이브만 봐도 그렇다. K-팝의 주 소비층인 10대 사이 퍼진 아이브의 인기는 그들의 부모 세대에까지 퍼졌다. 온라인 맘 카페에선 “아이브 포토 카드(포카)를 어디서 구하냐” “아이브 스타일의 옷 브랜드나 쇼핑몰을 추천해달라”는 글도 종종 볼 수 있다.

어린 팬은 돈이 안 된다는 말도 옛말이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 홈페이지의 앨범 구매자 분포 자료(5월 4일 기준)를 살펴보면, 40대의 아이브 앨범 구매 비율은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 높다. 40대는 유치원생이나 초등생을 자녀로 둔 세대다. 문구점에서 파는 비공식 포카와 앨범에 동봉된 공식 포카의 차이를 아는 요즘 애들이 부모에게 음반을 사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심지어 음반을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팬 사인회에 당첨된 초등생 ‘다이브’(아이브 팬덤 이름)도 나온다. 부모가 아이 옆에 앉아 TV를 보다 멤버의 매력에 빠지기도 한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예의 바르지만 똑 부러진 아이브 리더 안유진을 본 엄마들에게서 “우리 딸도 안유진처럼 건강하고 야무지게 자랐음 좋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2022년 아이브는 멜론 뮤직 어워드, 마마 어워즈,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에서 신인상과 대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3개의 시상식에서 신인상, 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 가수다. 대세 걸 그룹에게도 이번 컴백은 특히 중요했다. 아이브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동안 르세라핌, 뉴진스 등 다른 4세대 걸 그룹이 큰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브에겐 차별점이 있다. 근세라핌(근육+르세라핌)으로 불리는 르세라핌이나 뉴트로의 상징 뉴진스와 달리 아이브는 ‘자신감이 있어 더 아름다운 소녀’를 표방한다. 이번 정규 1집에서도 이 콘셉트가 드러났다. 선공개곡 ‘Kitsch’로 소녀의 장꾸미(장난꾸러기+美)를 보여준 이들은 타이틀곡 ‘I AM’에 고음을 꽉 채워 실력을 입증했다. 데뷔 초부터 따라온 라이브 부실 논란을 정면 돌파한 것이다.

아이브는 정규앨범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11곡 중 7곡의 크레디트에 멤버들의 이름이 올라갔다. 멤버들의 탄탄한 작사·작곡 실력도 ‘감히 나를?’이라는 나르시시즘을 기반으로 한 아이브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한다. 자신감은 역시 실력을 바탕으로 해야 설득력이 있다. ‘LOVE DIVE’에서 본인에게 “숨 참고 love dive” 하라던 당돌한 이들이 ‘I AM’에서는 “So that is who I am”(그게 바로 나야)라며 더 큰 자신감을 내비쳐도 밉지 않은 이유다. 정규앨범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아이브는 올여름 아시아 투어를 통해 글로벌 팬과의 만남도 이어갈 예정이다.

#아이브 #초통령 #장꾸미 #여성동아

사진출처 알라딘 인스타그램캡처 포털사이트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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